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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필름아트센터, 3333명과 마지막 한달

중앙일보

2026.02.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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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 명필름 대표가 1일 명필름아트센터 폐관을 앞뒤고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정은혜 기자
“그동안 ‘와이키키 브라더스’를 사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갑작스러운 사정으로 이 곡이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

1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출판단지에 위치한 명필름아트센터에서 마지막으로 상영된 영화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주인공이 하는 첫 대사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마당을 나온 암탉’ 등을 제작한 영화사 명필름이 2015년 개관한 명필름아트센터는 이날을 마지막으로 문을 닫는다. 한때 롤링 스톤즈를 꿈꿨던 남성 4인조 밴드의 고달픈 현실을 그린 ‘와이키키 브라더스’도 명필름 대표작 중 하나다.

‘와이키키 브라더스’의 임순례 감독은 영화 상영 후 열린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요즘 낮에 영화관에 가면 혼자 영화를 볼 때가 잦을 정도로 영화 산업이 많이 어려워 감독으로서도 고민이 많다”며 명필름아트센터 폐관에 대한 아쉬움을 에둘러 드러냈다.

지하 2층, 지상 4층 규모에 영화관, 전시 공간, 공연장 등을 갖춘 명필름아트센터는 건축가 승효상이 설계해 절제된 미학의 건축물로 평가받는 공간이기도 했다. 심재명 대표는 “아무래도 관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적자의 가장 큰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이렇게 폐관을 하게돼 이 공간을 사랑해주신 관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고 말했다.

이날 명필름아트센터는 아쉬움에 속에 영화관을 찾은 방문객으로 북적였다. 이날 센터를 찾은 영화 관람객은 498명으로 집계됐다. 마지막 기획전이 열린 지난 1월 한 달간 3333명이 이곳을 찾았다. 명필름 관계자는 “지난해 말 폐관 소식이 알려지자 평소의 3배 정도 되는 관객이 찾아왔다”고 말했다. 영화 상영 전 스크린에 최근 이곳을 찾은 방문객들이 남긴 메시지가 나타나자 눈물을 훔치는 관객도 눈에 띄었다. 서울 성동구에서 온 직장인 신지원(32)씨는 “3년 전부터 시간 날 때마다 온 공간인데, 폐관한다니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명필름아트센터 영화관은 187석 규모로 4K 영사 시스템과 돌비 애트모스 사운드 등의 설비를 갖췄다. 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 산업 전반이 타격을 받으며 적자가 누적됐다. 2023년 단행한 리뉴얼에도 운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건물을 매각했다.

명필름 측은 영화관 운영은 중단하고, 영화사만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다. 이은 명필름 대표는 “저희가 영화를 만들면서 번 돈으로 지난 10년 간 관객들과 함께할 공간을 만들었는데, ‘와이키키 브라더스’가 한 스테이지를 마감하고 새로 시작하는 이야기로 끝났듯 오늘 이 자리로 마감하고 앞으로 새로운 10년을 향해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1995년에 문을 연 명필름은 지난해 30주년을 맞았다.





정은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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