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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 보험료 깎는 미국…“고가 옵션” 할증하는 한국

중앙일보

2026.02.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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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형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를 탑재한 테슬라 모델3. [로이터=연합뉴스]
테슬라 차량을 운전하는 추교열(42)씨는 최근 테슬라의 감독형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FSD’ 기능이 국내에 도입되면서 보험료도 내려갈 수 있다는 데 기대를 걸었다. 하지만 보험상품을 알아봤더니 FSD는 보험료 할인 대상이 아니라는 설명을 들었다. 오히려 고가 옵션으로 분류되면서 자기차량손해(자차) 보험료가 더 오를 수 있다는 답이 돌아왔다. 추씨는 “차선이탈방지 같은 기본 기능은 할인해주면서, 가장 발전된 FSD로는 보험료 인하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국 자동차 시장에서 자율주행 상용화에 대한 관심이 커졌지만, 보험 체계는 현행 운전자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뉴욕에 본사를 둔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테슬라 FSD를 활성화한 상태로 주행한 거리(마일)에 대해 보험료를 절반만 적용하기로 했다. FSD 주행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예측 모델을 보험료에 반영한 첫 사례다.

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미국과 달리 한국은 자율주행 차량일 경우 보험료가 통상 할증되는 구조다. 국내 보험사들이 할인 특약 조건으로 인정하는 기능은 자동긴급제동(AEB), 차로유지보조(LKA), 어댑티브 크루즈컨트롤(ACC) 등이다. 감독형 자율주행 기능은 이 모두를 구현할 수 있지만, 보험료 인하 요인으로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다. 오히려 900만원에 달하는 FSD 가격이 찻값에 반영되며, 자차 보험료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일부 보험사들은 ‘자율주행 모드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운전자가 핸들을 잡았을 때와 동일하게 보장하고, 보상 후 결함이 확인되면 제조사에 구상권을 청구한다’는 내용의 ‘자율차 특약’을 적용해 보험료를 할증하기도 한다.

자율주행 마을버스를 시범 운영 중인 한 버스업체 관계자는 “자율차 특약을 추가로 가입하면 기존 보험료보다 5% 이내에서 보험료가 오른다”며 “자율주행차량에 있는 각종 첨단 장치로 인해 자차보험료도 인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보험사들이 자율주행차에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를 둘러싼 불확실성 때문이다. 자율주행 기능 작동 여부, 운전자 개입 시점, 제조사의 책임 범위를 두고 기술적·법적 분쟁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자율주행 기능의 안전성을 계량화할 근거 데이터도 부족하다. 테슬라의 FSD만 해도 미국에서는 2020년부터 약 6년간 사고율과 안전성 관련 데이터를 축적했다. 하지만 한국은 2025년 11월 말에야 도입한 상태라 기초 자료조차 충분하지 않다. 보험연구원의 김진억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조사 비용 증가와 책임 분쟁으로 손해율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며 “영상 분석 인프라 구축과 전문 손해사정 인력 양성이 선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제도적 한계도 걸림돌이다. 현행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은 운전자 책임을 전제로 설계돼 레벨3(조건부 자율주행) 이하까지만 현장에서 적용이 가능하다. 운전자가 필요 없는 레벨 4~5단계로 넘어가면 기존 책임·보상 체계는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제도가 기술 발전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보험업계도 자율주행차 도입이 자동차보험의 패러다임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신사업팀이나 모빌리티팀에서 자율주행 보험을 연구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면 차량과 보험을 패키지로 판매하는 등 보험업계의 판이 바뀔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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