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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어지는 기준금리, 꿈틀대는 대출금리

중앙일보

2026.02.01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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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묶어두는 기간이 한층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에 ‘합리적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하면서다. 한은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더 약해지면서 이미 들썩이고 있는 대출금리는 날개를 달게 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지명한 워시 후보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으로 물망에 같이 올랐던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보다는 덜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인물로 평가된다. 트럼프의 금리 인하 요구에 전면적으로 호응하기보다는, 상대적으로 합리적인 매파 성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워시 후보 지명 직후 시장에서는 달러 가치와 미국 국채 금리가 동반 상승했다. 그날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장보다 0.9% 뛰어 97.13을 기록했다. 최근 몇 달간 이어진 달러 약세 흐름이 뒤집혔다. 동시에 미국 국채 금리도 장·단기 전 구간에서 올랐다.

한국 기준금리 ‘동결의 시간’이 길어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미국 기준금리가 완만한 인하에 그칠 경우 한은이 연 2.5%인 기준금리를 미국보다 앞서 낮춰야 할 유인이 크게 줄기 때문이다. 이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15일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문구를 삭제하며 인하 사이클이 사실상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시사했다. 수도권 부동산 가격 불안, 가계부채 재확대 우려, 여전히 높은 달러·원 환율도 동결 기조를 뒷받침하는 요인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의 최근 발언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이 총재는 지난달 28일 홍콩에서 열린 글로벌 매크로 콘퍼런스에서 ‘K자형 회복’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이 중앙은행에도 책임을 묻지만, 금리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절한 수단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장도 미국의 금리 인하 속도가 제한되고 달러 강세가 이어질 경우, 한은이 올해 상당 기간 기준금리를 동결할 가능성이 크다는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Fed의 독립성이 강화되며 강달러 흐름이 재개될 경우, 한은 입장에서는 매파적 동결을 이어갈 명분이 커진다”며 “현재의 기조가 강화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이미 뛰기 시작한 대출금리가 더 오늘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미다.

차준홍 기자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달 30일 기준 주택담보대출 혼합형(은행채 5년물 기준) 금리는 연 4.25~6.39%로 집계됐다. 이는 일주일 전인 지난달 23일(연 4.29~6.36%)과 비교해 하단은 낮아졌지만 상단이 0.021%포인트 상승했다. 지표가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같은 기간 0.040%포인트 오른 영향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함께 상승했다. 1등급·1년 만기 기준 신용대출 금리는 연 3.85~5.30%로, 은행채 1년물 금리가 0.103%포인트 오르면서 하단과 상단이 각각 0.060%포인트, 0.040%포인트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 변동금리 역시 신규 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에 변화가 없었음에도 상단이 0.052%포인트 올라 연 3.82~5.706% 수준을 기록했다.

대출금리 추가 인상도 예고됐다. KB국민은행은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주기·혼합형 금리를 최근 5년물 금융채 상승 폭을 반영해 0.03%포인트 추가로 올린다. 우리은행도 같은 날부터 아파트 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 상품인 ‘우리전세론’의 가산금리를 0.30~0.38%포인트 일제히 인상하기로 했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조달금리 외에 업무 원가, 법정 비용, 위험 프리미엄 등을 반영해 설정하는 항목이다.





김원.김다영([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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