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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의 공간과 공감] 삶의 표준을 설계한 바이센호프 단지

중앙일보

2026.02.01 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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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20세기 초 독일은 산업 발전을 위해 공작연맹을 결성했다. 진보적 건축가와 디자이너들이 연대해 ‘소파에서 도시계획까지’ 모든 일상을 디자인했다. 유선형 선풍기, 기능적인 의자들, 효율적인 주방과 욕실뿐 아니라 최고 발명품인 아파트까지 개발했다.

1927년 슈투트가르트에서 ‘주거-아파트’를 주제로 공작연맹 전시회가 열렸다. 바이센호프 단지에 17명의 건축가가 설계한 21동, 163세대의 실물 주택을 건설한 쇼케이스였다. 단독주택도 있지만 연립주택과 소규모 아파트가 핵심이었다. 기능적이고 경제적인 집합주택의 표준안 제시가 전시 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전시회의 총괄을 담당한 독일의 거장, 미스 반 데어 로에는 24세대를 수용한 4층 아파트를 설계했다. 스승인 피터 베렌스, 동료인 발터 그로피우스, 그리고 최대 경쟁자인 르 코르뷔지에도 초청했다. 모더니즘의 스타들이 한곳에 모여 각자의 이상을 펼쳤다. 르 코르뷔지에는 자신이 제창한 근대건축의 5원칙에 충실한 연립주택과 단독주택을 선보였다. 네덜란드의 JJP 아우트가 설계한 테라스하우스(사진)가 가장 급진적이었다. 완경사지에 노동자 계층을 위해 단순하고 기능적인 주택 5채를 연립시켰다. 한스 샤로운이 곡선미가 첨가된 주택을 설계했지만, 대부분은 사각 상자 모양의 단순한 형태에 장식이 없는 하얀 외벽의 건물들이었다.

경사 지붕과 화려한 외관의 저택에 익숙했던 당시 비평계는 이 단지를 “예루살렘 교외의 마을에 온 것 같다”고 비난했다. 미스는 “우리가 여기 설계한 것은 건물이 아니라 새로운 시대의 삶이다”라고 반박했다. 바이센호프 전시회는 근대건축 운동의 중요한 전기가 되었고 전 세계 도시는 상자형 건물들로 뒤덮어왔다. 그들이 제안한 아파트와 미니멀한 실내는 20세기의 표준 주거 형식이 되었다. 획일화된 우리 삶의 형식도 근원을 따져 보면 바이센호프에서 시작했다.

김봉렬 건축가·한국예술종합학교 전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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