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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우리가 미 국방전략에서 보지 못했던 진실

중앙일보

2026.02.01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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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태화 워싱턴 특파원
트럼프 정부의 국방전략(NDS)은 안보의 접근 원칙을 “유토피아적 이상주의가 아닌 실용적 현실주의”로 규정했다. 목표는 “미국인의 안보, 자유 그리고 번영”이다. 이러한 목표 하에 트럼프는 인도·태평양 지역을 안보의 ‘중요 지역’으로 분류했다. 한 마디로 ‘안보는 당사자가 알아서 하라’는 기조 속에서 그나마 한국이 속한 아시아 안보를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 안도하는 기류도 있다.

그런데 트럼프는 왜 이 지역이 중요하다고 했을까. NDS는 “인태 지역이 곧 세계 경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될 것이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이유를 댔다. 그러면서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세계 최대 시장에 대한 미국의 접근성 유지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태가 ‘돈’이 되기 때문에 아시아의 안보를 지켜야 한다는 논리다. 이는 미국의 전통적 동맹인 유럽에 대한 기술에서 보다 분명해진다. NDS는 유럽에 대해 “글로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며 “유럽에 관여는 하겠지만, 미국 본토 방어와 중국 억제를 우선시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유럽의 평화 확보와 유지는 유럽의 책임”이라고 결론 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이재명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신라 금관을 선물받으며 악수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중국을 억제하려는 이유도 분명했다. NDS는 대중국 안보 원칙에 대해 “중국을 지배하거나 억압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 동맹국을 지배할 수 없도록 보장하는 것”이라고 기술했다. 폭발하는 인태 지역 경제의 주도권을 중국이 아닌 미국이 가져가야 한다는 논리다. 트럼프는 NDS에서 이러한 안보 원칙을 천명한 직후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하겠다고 통보했다. 한국의 국회가 대미 투자를 실행하기 위한 법안 처리를 지연한다는 이유였다.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은 싱크탱크 대담에서 관세 인상 배경에 대해 “우리는 각 나라의 말을 그대로 믿지 않고 신뢰하되 검증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원하는 확신을 제공할 구체적 안전장치와 시스템까지 갖추는, 엄격한 기준을 실제로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가 새로 만들고 있는 미국 안보의 근간인 경제에서 한국은 일단 ‘결격’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다. 특히 트럼프가 안보를 순전히 돈으로 본다는 점에서 다음번엔 안보와 직접 연계된 청구서가 날아올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가 한국에 관세 인상을 통보한 직후 당국자 사이에선 “경기 중에 골대가 사라졌다”는 반응이 나왔다. 그러나 한국이 철통 같은 한·미 동맹을 내세우며 그동안 존재한다고 믿고 있던 골대는 어쩌면 트럼프가 언급했던 것처럼 ‘유토피아적 동맹’ 관계에서나 존재하는 허상이었는지도 모른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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