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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의 글로벌 이슈 진단] “협상은 전술적 후퇴”…트럼프, 그린란드 계속 노린다

중앙일보

2026.02.01 07:16 2026.02.01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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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현 논설위원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병합하겠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폭주가 일단 멈췄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대한 100% 관세 부과와 무력 사용 가능성까지 언급했고, 유럽 동맹은 기존 무역 합의 비준 유예와 보복 관세로 맞섰다. 미국 금융시장이 출렁대고, 마가(MAGA)는 물론 유럽 내 극우정당 등 지지층의 이탈 움직임에 트럼프는 일단 관세 철회와 군사 옵션 배제를 선언한 뒤 덴마크와 협상에 나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협상은 전술적 후퇴일 뿐, 지난해 말 발표한 국가안보전략(NSS)에 따라 서반구 최북단인 그린란드를 병합하려는 트럼프의 전략적 야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이가 많다.

유럽 반발에 일단 협상 착수
덴마크, “미 안보 우려 해소할 것”
미국 서반구 전략 목표는 병합
“트럼프 역사적 업적 야심 작용”

지난달 31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추진에 항의하는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는 덴마크 파병용사들. [AP=연합뉴스]
희토류 등 독점 개발, ‘골든 돔’도 추진
특유의 ‘거래의 기술’에 따라 상대를 강하게 압박한 뒤 트럼프가 유럽 동맹으로부터 이번 협상의 토대(Greenland Framework)로 받아낸 것은 그린란드에 대한 전면적인 접근권(total access)이다. 트럼프는 “99년이니 10년이니 하는 시간제한이 없는 접근권”이라며 “우린 아무것도 지불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1951년 미국-덴마크 방위협정에 따라 미국은 이미 그린란드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권을 확보하고 있다. 미국 폴리티코가 ‘오래된 와인을 새 병에 담는 일’이라고 비유한 연유다. 이 협정을 근거로 냉전 당시 최대 1만명 이상의 미군 병력이 그린란드에 주둔했다. 현재는 북서부 피투피크 우주기지 한 곳에 약 200명이 주둔해 미사일 경보 및 방어, 우주 감시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미국은 최근의 지정학적 상황 변화에 맞춰 세 가지 핵심 요구를 반영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는 각종 광물 자원 확보. 그린란드는 석유, 천연가스, 금, 구리 등은 물론 중국이 공급망의 90%를 장악하고 있는 희토류 대량 매장지로 꼽힌다. 최근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미국이 석유 개발에 집중한 사례에서 보듯, 이에 대한 독점 개발권을 노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가혹한 기후 조건과 열악한 인프라로 실제 상업 개발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 시각도 없지 않다.

둘째는 트럼프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인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 돔(Golden Dome)’ 구상을 실행에 옮기는 것. 트럼프는 “‘골든 돔’은 이스라엘의 ‘아이언 돔(Iron Dome)’의 100배 정도가 될 것”이라며 “‘나쁜 사람들(중국, 러시아)’이 발사하면 모든 것은 그린란드를 넘어 (미국으로) 온다”고 했다.

지난달 28일 파리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회동한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오른쪽)와 옌스 프레데리크 닐센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왼쪽). [AFP=연합뉴스]
중국·러시아의 북극권 영향력 차단
마지막으로 그린란드의 제 1수출국인 중국과 전체 북극 지역 군사기지 66곳 중 30곳을 설치한 러시아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이런 움직임에 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북극권에 투입할 핵추진 쇄빙선 건조를 서두르겠다고 밝히는 등 쉽게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덴마크로선 미국이 주권 이양이라는 레드라인을 넘지 않는 한, 이런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지난달 말 열린 첫 고위급 협상에서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덴마크 외무장관은 “우린 북극 지역과 관련한 미국의 안보 우려를 해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협상이 전술적 일보 후퇴라면, 전략적 목표는 여전히 그린란드 병합이다. 트럼프가 주권만 아니면 안보, 투자, 경제 등 모든 걸 정치적으로 협상할 수 있다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의 제안에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란 것이다. 반길주 외교안보연구소 비확산·국제안보연구센터장은 “트럼프 행정부의 서반구 세력권 전략 차원에서 그린란드 장악은 빼놓을 수 없다”며 “과거 미국이 번번이 실패했던 그린란드 장악을 이번엔 성공시키겠다는 셈법이 NSS에 녹아 있다”고 분석했다. 반 센터장은 “역대 미국 대통령이 성공하지 못했던 차별화된 성과를 내겠다는 트럼프의 개인적인 야심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매입·강점 외 ‘무혈입성’ 시나리오도
제레미 샤피로 유럽외교관계협의회(ECFR) 연구책임자는 최근 포린 어페어스지 기고문을 통해 제3의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매입(미국은 1917년 카리브해 버진아일랜드를 덴마크로부터 2500만 달러에 매입한 적 있음)도, 동맹에 대한 무력 사용도 아닌 저변 침투를 통한 ‘무혈 정권 장악(geo-osmosis)’이라는 21세기형 제국주의 모델을 미국이 추진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샤피로에 따르면 수순은 대략 이렇다.

미국은 전면적 접근권을 십분 활용해 그린란드 자원 개발을 위해 민간 차원의 경제 투자를 쏟아붓는다. 미국 본토의 4분의 1 크기지만 고작 150㎞에 불과한 열악한 도로망과 통신망 등 인프라 구축에도 집중 투자한다. 또 골든 돔 구축 등 북극 안보 강화를 위해 미군 기지와 병력 숫자를 대폭 늘린다. 다음으로 덴마크보다 많은 예산 지원을 통해 그린란드 의회를 친미화한다. 의회가 덴마크로부터의 독립을 선언하도록 유도한 뒤 현실화되면 그린란드의 주권을 바로 인정한다. 과거 미크로네시아 연방이나 마셜 제도와 유사한 자유연합협정(COFA·주권은 인정하되, 미국에 국방을 위임하고 경제 지원을 받는 내용)을 맺는다.

물론 괌 등 북마리아나 제도처럼 주민(그린란드 인구는 약 5만6000명) 투표를 통해 미국 편입을 선택한다면 환영한다. 그러나 현재 그린란드 주민들은 트럼프의 경제·군사적 강압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AFP에 따르면 지난해 여론조사에서 그린란드인의 85%는 미국령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 샤피로는 “이런 저변 침투와 흡수 전략은 동의, 강압, 항복 사이의 경계를 모호하게 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가 확장전략의 원형이 될 수 있다”며 “이 전략이 성공한다면 향후 러시아의 조지아 합병과 중국의 대만 점령이 유사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차세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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