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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인의 중국 과학기술 굴기] “중국의 모든 과학자를 아인슈타인으로”…AI 기반 과학 연구 박차

중앙일보

2026.02.01 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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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서인 한양대 교수
인공지능(AI)을 둘러싼 미·중 경쟁은 2026년 새해에도 멈출 기미가 없다. AI 경쟁의 전선은 더 이상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로봇에 머물지 않는다. 이제 과학 연구까지 확산되고 있다. 세상을 바꿀 과학 연구를 얼마나 빠르고, 효율적으로, 심지어 혁신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지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이 영역을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규정하고 공격적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미 에너지부(DOE)와 17개의 국립 연구소, 민간 기업과 학계의 역량을 결집해 추진하는 ‘제네시스(Genesis) 미션’은 생명과학·물리·기후·재료과학 전반에서 국가가 직면한 가장 시급한 과제를 AI로 가속화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구글 딥마인드는 최근 알파폴드의 성공을 넘어, 알파게놈(AlphaGenome)을 공개했다. DNA 변이가 질병과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예측하는 이 모델은 생명과학 연구의 출발점을 바꾸고 있다. “구글이 또다시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하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이제 과학연구에서 AI는 단순하게 연구 효율을 올려주는 보조의 역할이 아닌 기존 연구의 한계를 돌파하는 핵심 동인으로 거듭나고 있다.

미국의 제네시스 미션에 맞불
40여 기관 7만 연구자 집결
생명·천문·지구 등에 AI 응용
산업·국방 직결되는 연구 매진


지난해 7월 중국 상하이에서 세계인공지능대회(WAIC)에 나온 중국 로봇 스타트업 매직랩의 사족보행 로봇 ‘매직 도그(Magic Dog)’. [AFP=연합뉴스]
미국 ‘제네시스’ vs 중국 ‘AI 플러스’
과학과 AI 모든 방면에서 공격적으로 미국을 추격하고 있는 중국이 이 흐름을 놓칠 리 없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여름 발표한 ‘AI 플러스’ 정책에서 과학을 제1의 응용 영역으로 명시했다. 과학 연구가 첨단 제조 산업이나 민생 서비스보다 앞에 위치한 이유는 명확하다. 과학에서의 돌파가 산업·국방·안보로 직결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중국의 AI 과학 융합의 중심에는 중국과학원 자동화연구소와 저장(之江)연구실, 상하이 AI 랩을 필두로 한 국가 인공지능 연구실이 있다. 이들은 생명과학·지구과학·천문학 등 거대과학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을 직접 구축하여 오픈소스로 공개하고 있다. 중국과학원의 ‘반석(磐石)’ 모델은 자동화연구소가 주도하며, 7만 명의 연구자들이 축적한 과학 데이터를 통합하고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과학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40여개 기관이 참여하는 과학 기초대형 모델 연맹을 출범시켜 운영하고 있다. 개별 연구자의 역량을 키우는 수준을 넘어, 과학 연구의 협업 방식과 생산성 자체를 재설계하려는 시도다.

저장연구실의 행보는 더욱 구체적이다. 2023년 국가천문연구실과 공동으로 개발한 천문학 전용 AI 모델과 2024년 자체 개발한 유전자가위(CRISPR) AI 모델이 중국 정부부처 중 하나인 공업정보화부가 선정한 모범 응용사례에 선정됐다. 2025년에는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규모의 유전체 서열 분석기관인 BGI와 함께 개발한 ‘제노스’를 공개했는데, 이 모델은 최대 100만 염기를 단일 염기 수준에서 처리하는 유전체 파운데이션 모델이다. 병원성 돌연변이 해석 정확도는 90%를 훌쩍 넘는다. 이외에도 수백 명의 지구과학자와 함께 구축한 데이터셋을 바탕으로, 논문 분석부터 지질도 생성까지 자동화한 지구과학 특화 모형인 지오GPT도 공개하였는데 이 모델은 2025년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의 베스트 응용사례로 선정되었다.

상하이 AI 랩은 과학연구 에이전트인 ‘서생(인턴-S1)’을 공개하며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공개 당시 자연어 처리 및 멀티모달 성능에서 경쟁 모델을 앞섰고, 자체적으로 구축한 인공지능 기반 과학 연구 플랫폼을 통해 생명과학·지구과학·재료과학 분야에 특화된 에이전트와 데이터를 연속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특히, 중국상업용비행기공사(COMAC)와 협업하여 개발한 공기동역학 설계 에이전트는 전략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자체개발한 과학 인공지능 모델이 직접 투입되고 있음을 보여 준다.

여기에 중국 빅테크도 가세했다. 화웨이는 ‘판구(Pangu)’ 시리즈로 기상·재료·생명과학 영역까지 파고들고 있고, 바이트댄스는 ‘시드(Seed) 시리즈’를 통해 과학·멀티모달 파운데이션 모델을 본격적으로 키우고 있다. 알리바바는 자체개발한 고성능 기후예측 모델인 ‘바관(Buguan)’, 초정밀 암예측 모델 ‘판다(Panda)’를 공개하였고, 중국과학원·저장대학과 협력하여 스마트 농업용 AI 모델도 연구하고 있다.

또 한 번의 ‘딥시크 쇼크’ 오나
물론 중국 역시 세계 최고의 과학 생태계와 빅테크를 보유한 미국의 과학 AI 역량을 단기간에 추격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또한 그들 역시 연구자들의 저항, 집단 이기주의로 인한 데이터 공유의 한계, 민간의 참여 유도라는 해결 과제를 안고 있는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럼에도 만약 ‘AI 기반 과학 연구(AI for Science)’의 영역에서 또 한 번의 ‘딥시크 쇼크’가 발생한다면 이는 단순한 기술 격차의 변화가 아니라, 과학 연구의 질서 자체를 뒤흔드는 사건이 될 것이다. 대학 순위나 논문 수의 변화로 설명할 수 없는 글로벌 AI 과학 생태계를 뒤흔드는 하나의 ‘X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필자가 관찰한 중국의 AI 기반 과학 연구 현장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문구는 ‘모든 사람을 과학자로, 모든 과학자를 아인슈타인으로 만들겠다’는 상하이 AI 연구소의 비전이었다. 우리는 여전히 AI를 연구의 ‘도구’로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과학의 패러다임 자체를 바꾸는 경쟁이 이미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가. 이것이 초래할 충격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가. AI 기반 과학 연구는 선택이 아니라, 이미 시작된 또 다른 생존 경쟁이다.

백서인 한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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