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독립성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차기 Fed 의장 후보에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던 케빈 워시(사진) 전 Fed 이사를 지명하면서다. 시장은 그가 ‘매의 탈을 쓴 비둘기(통화 완화 선호)’로 변모할지에 주목하고 있다.
1일 로이터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들은 워시에 대해 “Fed의 정책 신뢰와 독립성을 중시하는 정통 중앙은행가이자 실용주의자”라고 논평했다. 특히 2010년 11월 Fed가 2차 양적완화(QE)를 결정했을 당시 이사회 멤버 가운데 유일하게 공개적으로 반대표를 던진 인물이란 점을 이유로 들었다. 2011년 임기를 7년이나 남겨둔 채 Fed를 떠난 배경으로도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이견이 거론됐다.
하지만 최근 워시의 발언에선 변화의 조짐이 있었다. 그는 지난해 10월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선 “3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가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내려올 필요가 있다”며 “이를 위해 기준금리 인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11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칼럼에선 “비대해진 연준 대차대조표를 축소할 경우 기준금리를 더 낮게 유지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워시에 대해 “매파로 묘사하지만 착오”라며 그를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입장을 바꾸는 “정치적 동물(political animal)”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벌써 워시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날 WSJ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비공개 연설에서 “워시가 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했다. 이후 에어포스 원 기내에서 관련 질문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농담이었다”며 “워시로부터 금리 인하와 관련한 어떤 약속도 받지 않았다”고 수습에 나섰지만, Fed의 독립성 훼손에 대한 의구심은 가시지 않았다. 다만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창업자는 “워시가 지나친 완화와 과도한 긴축의 위험을 모두 이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시장도 워시 지명을 이전보다 매파적인 신호로 해석했다. 지명 발표가 있었던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은 선물 가격은 하루 만에 31% 급락했다. 트로이온스당 115달러를 웃돌던 은 선물은 78.53달러까지 밀렸다. 금 선물 가격도 트로이온스당 4745.10달러에 마감하며 하루 만에 11% 넘게 하락했다.
이날 금·은값은 모두 1980년 ‘헌트 형제 사건’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 폭을 기록했다. 당시 미국 석유 재벌인 헌트 형제가 1년간 전 세계 은의 3분의 1을 사재기해 가격을 급등시켰다가 당국의 규제로 은 가격이 하루 만에 50% 가까이 급락했다. 비트코인은 1일 오후 5시30분 기준 24시간 전보다 5.5% 하락한 7만8405달러까지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