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에 협박당한 대통령…체코시민 9만명 '지지시위'
네오나치 장관 임명 거부하자 "이틀 안에 서명하라"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체코 시민 수만 명이 이례적으로 '대통령 지지시위'를 벌였다. 중도 성향인 페트르 파벨 대통령이 최근 정부를 장악한 극우 정치세력으로부터 협박을 받았다고 주장하면서다.
현지매체 라디오프라하 등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체코 프라하에 있는 구시가지 광장과 바츨라프 광장에 시민들이 모여 '우리는 혼자가 아니다' 등 구호를 외치며 파벨 대통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집회를 조직한 '민주주의 백만 순간'은 이날 시위에 약 9만명이 참여했다며 오는 15일 전국에서 다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프라하 인구는 약 140만명이다.
이번 집회는 지난 12월 정권을 탈환한 안드레이 바비시 총리의 우파 포퓰리즘 내각과 파벨 대통령 사이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열렸다.
파벨 대통령은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에서 페트르 마친카 외무장관이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하며 자신이 협박당했다고 밝혔다. 마친카 장관은 문자메시지에서 운전자당 명예의장 필리프 투레크를 환경장관으로 임명하라고 요구하며 "대통령이 협박에 굴하지 않을 거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지만 정치는 타협의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는 "서명 한 번이면 된다"며 이틀 안에 장관을 임명하라고 시한까지 정했다.
운전자당은 바비시가 이끄는 긍정당(ANO), 자유직접민주주의당(SPD)과 함께 지난해 12월 연립정부를 꾸렸다. 투레크는 원래 외무장관을 맡을 계획이었으나 파벨 대통령이 네오나치 성향과 인종차별 혐의 수사 등을 이유로 임명을 거부했다. 연정이 투레크를 다시 환경장관으로 지명했으나 이 역시 파벨 대통령이 재가하지 않고 있다.
운전자당은 운전자 권익 보호를 내걸고 2022년 창당했다. 내연차 퇴출 등 유럽연합(EU) 환경정책을 비판하고 유럽통합에 회의적이어서 극우 또는 포퓰리즘 성향으로 분류된다. 투레크는 아마추어 카레이서 출신이다.
연정은 오는 7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에 대통령 대신 바비시 총리를 대표로 보내기로 하는 등 파벨 대통령을 고립시키고 있다. 체코에서는 그동안 체코군 참모총장과 나토 국방위원장을 지낸 파벨 대통령이 나토 정상회의에 참석해 왔다.
마친카 장관은 파벨 대통령이 내각 임명 과정에서 헌법 틀을 벗어났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외무부는 대통령을 무시할 수밖에 없다. 국가 외교정책을 수립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주장했다.
파벨 대통령은 2023년 대선에서 바비시 현 총리를 누르고 당선됐다. 취임 이후 페트르 피알라 전 총리와 함께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원했으나 새로 들어선 우파 포퓰리즘 내각이 제동을 걸고 있다. 체코 대통령은 각료 임면과 의회 해산 등 일부 권한을 갖고 있으나 주로 외교무대에서 상징적 국가원수 역할을 한다. 야권은 바비시 내각 불신임을 추진하고 있으나 연정 3당이 하원 200석 중 108석을 장악해 성사 가능성은 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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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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