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망국적 부동산, 잡을 수 있다" 전면전 선포한 李의 자신감 왜

중앙일보

2026.02.01 12:00 2026.02.01 15:27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최근 다주택자 중과세 유예 철회 등 부동산 문제에 직접 참전했던 이재명(사진) 대통령이 1일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고 확언했다. 1·29 공급 대책에도 야권과 시장 등에서 반발이 커지자 사흘 만에 부동산 전면전을 선포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1일 자신의 X(옛 트위터)에 “돈 벌겠다고 살지도 않는 집을 몇 채씩, 수십·수백 채씩 사모으는 바람에 집값과 임대료가 천정부지로 올라 젊은이들은 결혼을 포기하고 출산이 줄어 나라가 사라질 지경에 이르렀다”며 “그렇게 버는 돈에 세금 좀 부과한 것이 그렇게 부당한가”라고 적었다. 또 “망국적 투기 두둔이나 정부 ‘억까(억지로 비난)’만큼은 자중해 주시면 좋겠다”고 했다.

이 대통령은 이틀간(1월 31일-2월 1일) 부동산 관련 메시지를 4건이나 X에 올렸다. 특히 이 대통령은 과거 자신이 주도했던 계곡 정비사업 등을 거론하며 “부동산 정상화는 5000피(코스피 5000), 계곡 정비보다 훨씬 쉽고 더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라고도 했다.

다주택자를 향해선 “날벼락 운운하며 정부를 부당하게 이기려 하지 마시고, 그나마 우리 사회가 준 중과세 감면 기회를 잘 활용하시기 바란다”며 “이번이 마지막 기회였음을 곧 알게 될 것”이라고 했다.

청와대는 “정책 일관성과 실현 의지를 강조한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정치권에선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 노선의 전환을 피력한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그동안 금기시됐던 부동산 세금 인상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집값 안정을 위해 가능한 수단은 얼마든지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정치적 유불리 때문에 지금까지는 최적의 강력한 수단을 쓰지 못해 왔다”며 “국민을 믿고 정치적 유불리에서 벗어나면 반드시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고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선거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집값 문제는 해결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과거 이 대통령은 부동산 정책에 있어선 여권 내 ‘온건파’에 가까웠다. “이직이나 취학 등 일시적으로 2주택자가 된 분들은 구제해야 한다”(2021년 12월)는 식의 입장을 보였다. 지난해 7월 국무회의에선 “투자 수단이 주택·부동산으로 한정되다 보니 주택이 투자·투기 수단이 되면서 주거 불안정을 초래해 왔다”며 ‘부동산=투자 수단’을 인정하는 발언도 했다.

이에 따라 세제 개편은 안 하고, 대통령이 직접 나서지 않는 ‘2무(無) 정책’이 현 정부의 부동산 기조라는 평가도 한때 나왔었다.



이 대통령, 비판 뚫고 오천피 달성…부동산 정책에도 영향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세금으로 집값 잡는 일을 하지 않겠다”고 수차례 언급했고, 정부 출범 후에도 세제 정책은 후(後)순위로 놓았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10·15 대책 이후에도 부동산값이 좀처럼 잡히지 않자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엔 “서울·수도권의 집값 때문에 요새 욕을 많이 먹는 편인데, 보니까 대책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런 이 대통령이 강경 노선으로 돌아선 건 “‘버티면 정부가 물러날 것’이라는 시장 기대를 이번 기회에 잡아야 하기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29 대책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라도 시장에 확실한 시그널이 필요했다”며 “그런 사안일수록 이 대통령은 본인이 직접 세게 얘기한다”고 말했다.

차준홍 기자
문재인 정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면교사라는 해석도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부동산 정책이 너무 잦았고, 너무 쉽게 후퇴했다”며 “지난해 첫 부동산 대책(6·27)이 나올 때부터 ‘여론이 안 좋다고 후퇴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여권 핵심부에 있었다”고 전했다. 최근 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국무회의에서 “힘 세면 바꿔주고, 힘 없으면 그냥 하고, 절대로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발언한 것 역시 같은 취지다.

무엇보다 “상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컸지만, 무수한 비판을 뚫고 ‘코스피 5000’을 달성하지 않았느냐. 이는 부동산 정책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여권 관계자)이라는 분석이다. 결국 예상을 깨고 단기간에 코스피 5000을 돌파한 경험이 이 대통령에게 강력한 부동산 규제 드라이브의 원천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여당도 곧바로 호응했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1일 국회 기자간담회에서 “집값 안정에 대한 의지는 당정이 동일하게 갖고 있다”며 “(세금 수단이) 들어가지 않아도 집값이 안정됐으면 좋겠지만, (필요할 경우) 세제 개편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시장에선 “이르면 지방선거 이전이라도 보유세 인상 카드를 쓰지 않겠나”란 반응이다.

다만 역대 민주당 정부의 발목을 잡아 온 부동산 이슈를 대통령이 거듭 제기하는 게 사실상 퇴로를 막으며 여권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이 집값 과열의 원인을 불법 행위로 단정하고, 주택 소유자들을 겨냥한 협박성 표현까지 쏟아냈다”며 “‘정부를 이기는 시장은 없다’는 오만한 말부터 거둬라. 민심을 이길 수 있는 정부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성토했다.




오현석.김나한([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