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한국 시간) 열리는 그래미 어워즈의 베스트 컴필레이션 사운드트랙 부문 후보에 오른 ‘케이팝 데몬 헌터스(이하 케데헌)’ OST 앨범은 수록곡 전체가 K팝 열풍을 이끌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해 8월 영국 공식 싱글 차트에서는 OST 주제가인 ‘골든’뿐만 아니라 극 중 보이그룹 ‘사자보이즈’가 부른 ‘소다팝’ ‘유어 아이돌’이 동시에 10위권에 들었다. K팝 사상 최초의 기록이다. 같은해 9월 미국에선 앨범 판매량, 스트리밍 횟수, 음원 다운로드 횟수를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빌보드 200’ 차트에서 OST 앨범이 1위를 차지했다.
소다팝, 유어아이돌을 작곡한 더블랙레이블의 빈스(Vince·본명 이준석, 37) PD는 지난 29일 중앙일보와 전화인터뷰에서 케데헌 OST 작업에 대해 “선물처럼 와준 작업”이라며 “수상을 못하더라도 모든 게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Q : 후보가 된 소감은.
A : 음악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꿈꾸는 일이다. (시상식 당일 입을) 옷을 피팅하러 가는 오늘까지도 꿈만 같다. 예상치도 못한 곳에서 이런 성과가 나와서….
Q : 당황했나.
A : 처음 제작사 측에서 보낸 콘셉트를 보고 당황하긴 했다.(웃음) ‘케데헌’ ‘사자보이즈’ 이런 이름들이 낯설었다. 물론 실제 작업할 땐 생각보다 쉬웠다.
Q : 어떤 점이.
A : 처음 제작진에게서 받았던 사자보이즈의 모습은, 한 장씩 넘기면 움직이는 듯한 ‘스톱모션’ 형태로 왔다. 흑백 버전이었다. 그러나 스토리는 분명했다. 소다팝의 느낌은 왜 밝아야 하는지, 유어 아이돌의 분위기는 왜 어두워야 하는지 등에 대해 명확한 콘셉트가 있었다. 다른 송 라이터들과 함께 자유롭게 의논하며 곡을 썼다.
극중 사자보이즈가 데뷔하며 부른 ‘소다팝’의 첫 모티브는 빈스PD가 8년 전 만들어 둔 짧은 데모 곡에서 나왔다. 기타 리프에 목소리만 얹힌, 아주 간단한 구성이었다.
Q : 데모는 어떤 곡이었나.
A : 함께 작업한 투애니포(24) PD가 청량감 있는 노래를 원한다고 해서 전에 써둔 ‘아이스크림’이란 곡을 들려줬다. 소다팝에서 ‘헤이’로 시작되는 부분이 아이스크림에서 왔다. 소다팝의 첫 가닥을 잡은 건 아이스크림이지만, 편곡 과정에서 분위기도 훨씬 밝게 바뀌고 후렴구도 바뀌었다.
Q : 작업 에피소드는.
A : 가이드를 녹음하며 투애니포 PD에게 ‘더 귀엽게, 청량하게 불러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부르다가 웃음이 터져서 한 시간 동안 녹음을 못했다.
빈스 PD는 사자보이즈의 또 다른 곡 ‘유어 아이돌’ 작곡에도 참여했다. 저승사자의 모습을 드러낸 사자보이즈의 어두운 면모가 돋보이는 곡이다. 그는 “H.O.T., 신화 등 ‘아이돌 1세대’의 스케일 큰 곡들을 현대적으로 해석해 썼다”고 말했다.
Q : 곡 중 현악기 파트가….
A : 런던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연주한 것이다. 처음엔 신시사이저로 넣었는데, 이걸 들은 소니(제작사) 측에서 예상치도 못하게 런던필에서 녹음을 받아줬다.
빈스PD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킨 5인조 혼성 그룹 ‘올데이프로젝트’의 ‘페이머스(famous)’ ‘위키드(wicked)’를 작곡한 메인 PD이기도 하다. 현 시점 K팝 씬에서 가장 잘 나가는 작곡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이제 K팝은 하나의 음악 장르가 아닌 문화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Q : 지금이 K팝의 최고점은 아닐까.
A : 누군가에게 우리나라 힙합 스타일을 묻는다면 분명 세대별로 전혀 다른 음악이 떠오를 거다. 많은 뮤지션들이 곡을 쓰고 부르며 꾸준히 발전해 온 결과다. K팝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듣는 한 꾸준히 K팝 장르 안에서 진화할 것이다. 그렇다면 세계적 주목도 역시 지속 가능하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