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들에게 호랑이는 단순한 동물 그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죠. 민족의 정령이자 수호신, 두려움의 대상으로 우리 민족과 함께한 호랑이는 대한민국의 상징 그 자체입니다. ‘한국민속상징사전’에 따르면 조상들이 신통한 영물이자 용맹한 존재로 여긴 호랑이 관련 속담은 71개, 지명은 389개, 설화는 956건에 달해요. 현대에 와선 1988 서울올림픽 '호돌이', 2018 평창올림픽 '수호랑', 축구대표팀 유니폼 등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마스코트로도 활용됐죠. 최근에는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도 호랑이 캐릭터인 더피가 등장해 세계적인 인기를 얻기도 했죠. 이에 한국호랑이에 대한 세계인들의 관심도 높아졌고요.
한국인의 정체성과 문화 속에 깊이 뿌리내린 동물로 우리 삶과 매우 밀접한 관련을 맺어온 호랑이는 특히 일제강점기에 무차별 사냥과 밀렵으로 급격하게 개체 수가 감소했다고 합니다. 공식 기록에 따르면 한반도에서 마지막 호랑이가 잡힌 때는 1921년으로, 1920년대 이후 남한에서 거의 사라졌다시피 했고 1990년대 후반 환경부는 공식적으로 한국호랑이 멸종을 선언했죠. 종적을 감춘 호랑이가 최근 보호 노력 덕에 지난 1월 11월, 백두산 일대에서 호랑이 어미가 새끼 5마리를 데리고 산길을 걷는 모습이 포착되는 등 세계적으로 개체 수가 점차 늘고 있다고 해요. 중국 북동부 1만4600㎢ 규모의 국립공원(중국 동북호표범국립공원)에 현재 한국호랑이(백두산호랑이·시베리아호랑이·아무르호랑이)가 약 70마리가량 살고 있다고 하고요. 이에 소중 학생기자단이 한국호랑이 보전을 위해 힘쓰는 한국범보전기금 대표이사 겸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이항 명예교수를 만나 한국호랑이 보전 방안과 현재 상태 등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Q : 변우빈(이하 우빈) 학생기자 '한국범보전기금' 설립 배경과 역할이 궁금합니다.
2004년부터 한국호랑이를 보호하자는 마음으로 여러 명이 모여 계를 시작했어요. 그러다 2011년 한국범보전기금이라는 명칭으로 환경부 산하 비영리 사단법인 인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한국호랑이를 알리고 보전하는 기관으로 활동하고 있죠. 한국범보전기금은 국내 유일한 한국호랑이·한국표범 서식지 내 보전 사업을 진행하는 단체로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고요.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과 상호협력을 맺고 유전자 연구 및 프로젝트도 수행하고 있죠. 또 한국호랑이 및 한국표범 소재 영화·다큐멘터리 등 미디어 콘텐트 자문활동을 비롯해 호랑이박물관 건립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Q : 윤보영(이하 보영) 학생기자 호랑이는 고양잇과지만 다른 고양잇과 동물들과 다른 것 같은데, 호랑이에 대한 자세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큰 최상위 포식자입니다. 사자·표범·재규어와 같은 고양잇과에 속하지만, 무리를 이루지 않고 혼자 생활하는 습성이 강하죠. 뛰어난 근력과 순발력, 날카로운 감각을 바탕으로 넓은 영역을 이동하며 사냥하고요. 특히 호랑이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꼽히는 줄무늬는 개체마다 모두 달라서 사람 지문처럼 개별 호랑이를 구분하는 중요한 요소죠. 또 고양잇과지만 호랑이는 물을 좋아해서 수영을 즐긴답니다.
Q : 우빈 한국호랑이만의 특징이나 다른 호랑이와의 차이점이 있다면요.
한국호랑이는 공식 학명으로는 시베리아호랑이 혹은 아무르호랑이·백두산호랑이로 불려요. 이들은 같은 종이지만, 한국호랑이의 경우 한반도 산악 지형에 적응한 개체군으로 알려졌죠. 산이 많고 숲이 빽빽한 환경에 맞게 비교적 민첩하고, 이동 능력이 뛰어났다는 기록이 남아 있어요. 또 호랑이는 한국에서 역사적·문화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녔는데, '해님과 달님' '팥죽할멈과 호랑이' 등과 같은 전래동화와 속담·전설·민화에서도 호랑이를 쉽게 찾을 수 있죠. 그만큼 과거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빈번하게 나타났고, 인간 생활권과 비교적 가까이 살았음을 알 수 있는 대목입니다.
Q : 보영 한국호랑이는 왜 멸종위기 동물이 됐나요.
조선시대부터 일제강점기까지 호랑이는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돼 호랑이 제거를 위한 정책 등을 펼쳐 수많은 야생 호랑이가 죽었어요. 특히 일제강점기에는 해수(害獸)구제 정책하에 조직적 맹수 사냥이 이루어졌죠. 총기 도입 및 조직적인 포획 정책에다 숲이 훼손되면서 먹잇감이 사라져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결국 한반도에서 자연 상태의 호랑이는 멸종 단계에 이르게 됐죠. 현재는 동아시아와 러시아, 중국 동북부 일부 지역에서만 아무르(시베리아)호랑이가 서식하고 있어요.
Q : 우빈 현재 한국호랑이 근황과 보전이 잘되고 있는지 궁금해요.
현재 한반도에는 야생 한국호랑이가 존재하지 않아요. 하지만 러시아·중국·북한 접경지역에만 해도 호랑이가 약 70마리, 표범은 약 120마리가 살고 있죠. 이들은 주로 러시아 '표범의 땅' 국립공원, 중국 북동부 지린성 훈춘시 '동북범국가공원'에 서식하고 있는데, 최근 이곳에 설치된 카메라에 야생 백두산호랑이 6마리가 포착돼 화제였죠. 이들은 새끼랑 어미 관계로 알려졌어요. 호랑이는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지정돼 서식지 보호와 불법 밀렵 단속이 진행 중이죠. 우리나라에서도 호랑이를 생태적·문화적 상징으로 인식하고, 복원 가능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이어지고 있고요. 이러한 십수년간의 노력이 결실을 보려고 해요. 근래 호랑이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이들 서식지가 백두산 쪽으로도 퍼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죠. 그래서 한국범보전기금은 한국범이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 쪽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두만강 범 생태통로'를 개설하기 위한 활동과 연구를 수행하고 있어요.
Q : 보영 호랑이는 자연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만약 호랑이가 완전히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요즘 멧돼지가 민가로 내려와 농작물을 먹거나 훼손했다는 뉴스가 종종 보도되잖아요. 이런 일이 빈번해지는 것은 멧돼지보다 더 높은 최상위 포식자인 호랑이가 없어서예요. 호랑이라는 천적이 사라지면 사슴·멧돼지 등 중·대형 초식·잡식동물의 개체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게 돼요. 이들이 숲의 풀과 나무를 과도하게 먹어치우면, 숲이 황폐해지고 식물 다양성이 감소하게 되겠죠. 그러면서 숲의 구조가 바뀌면 숲에 서식하던 새와 곤충, 작은 포유류 등 다른 종들도 서식지를 잃게 되는 등 생태계 균형이 무너져요. 즉 호랑이의 멸종은 초식동물 폭증→식생 파괴→생태계 서비스 기능 마비→인간 환경 악화라는 악순환을 부르게 될 거예요. 호랑이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연의 질서를 지키는 존재인 셈이죠.
Q : 우빈 호랑이가 지속적으로 개체 수를 늘리고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떤 생활환경이 뒷받침돼야 할까요.
호랑이가 살기 위해서는 넓은 숲과 충분한 먹이, 사람의 간섭이 적은 환경이 필요해요. 한 마리가 생활하기 위해 수십에서 수백 제곱킬로미터의 영역이 필요할 정도로 활동 범위가 넓죠. 또 사슴이나 멧돼지 등과 같은 중·대형 먹잇감이 일정한 상태로 유지돼야 존재해야 호랑이들이 사냥해서 안정적으로 살 수 있고요.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 드물게 물을 좋아하며, 헤엄을 잘 칩니다. 열대 우림, 습지, 맹그로브 숲부터 영하 40도까지 내려가는 러시아의 침엽수림까지 다양한 환경에 적응하는 호랑이는 덥고 습한 기후에서는 물속에 들어가 더위를 식히고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이, 추위와 눈 속에서도 버틸 수 있는 서식지가 필요하죠. 또 밀렵꾼으로부터 보호받는 안전한 환경이 갖춰져야 해요.
Q : 보영 호랑이가 다시 우리나라에 살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가장 걱정되는 점은 인간과의 충돌 가능성입니다. 호랑이는 맹수라 농가 피해나 안전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긍정적인 점은 생태계 복원 효과죠. 호랑이가 돌아온다는 것은 숲과 먹이 사슬이 회복됐다는 의미이니까요. 또 호랑이가 살게 된다면, 자연 보전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가 다시 인식하는 계기가 될 수 있겠죠.
Q : 우빈 호랑이 보전을 위해 청소년이나 시민들이 해야 할 일이 있을까요.
호랑이 보호를 위해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환경보호입니다. 호랑이는 넓고 건강한 숲을 서식지로 삼기 때문에 기후 변화로 숲이 파괴되면 생존 자체가 힘들어져요. 그래서 청소년은 일상에서 전기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는 것부터 실천하는 걸 추천해요. 작은 일처럼 보이지만 많은 사람이 실천한다면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 있고 그 덕에 산림 훼손을 막을 수 있으니까요. 그럼 호랑이 서식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되고 더 많은 호랑이가 살아갈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입니다. 이러한 실천은 단순한 환경보호를 넘어, 생태계 균형을 지키고 호랑이가 살아갈 미래를 만드는 중요한 행동이에요.
동행취재=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윤보영(서울 가재울초 5) 학생기자
소중 학생기자단 취재후기
이번 취재로 호랑이를 지키는 일이 생각보다 우리와 가깝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한국범보전기금을 설립한 이황 교수님은 “호랑이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히 돈을 다른 나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호랑이가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지키는 일”이라고 말씀하셨어요. 특히 에너지를 아끼는 것과 같은 기후 행동이 호랑이의 서식지를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아요. 취재 전에는 호랑이를 지키는 일이 조금 멀게 느껴졌지만, 교수님의 말씀을 들으며 우리가 지금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다면 한국호랑이를 다시 보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이번 취재를 통해 저도 일상 속에서 작은 기후 행동부터 천천히 실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또 많은 사람이 우리나라의 상징인 호랑이에 관심을 가지고, 호랑이를 지키기 위한 행동에 동참하면 좋겠습니다.
변우빈(경기도 화남초 6) 학생기자
한국범보전기금은 한국호랑이와 한국표범을 보호하고 복원하려고 힘쓰는 단체로 2004년 6명 정도의 소수 인원으로 시작했다고 해요. 호랑이 보전과 보호활동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호랑이는 고양잇과 동물 중 가장 몸집이 크고 단독생활을 하는 동물이에요. 또 다른 고양잇과 동물과 다르게 물을 좋아하고 수영도 잘하는 호랑이는 줄무늬가 특징으로 지문처럼 호랑이마다 다르다고 해요. 한국호랑이는 추운 곳에 살다 보니 벵골 호랑이보다 털이 길고 털빛이 좀 연하고요. 강인한 호랑이는 일제강점기 멸종됐으나 최근 중국과 러시아가 호랑이 보존구역을 정하면서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고 해요. 호랑이는 최상위 포식자로 자연에서 사라지면 중간 포식자가 급격히 늘어나 생태계에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꼭 있어야만 합니다. 우리 시민들은 호랑이에게 좀 더 많은 관심을 갖고 탄소 중립에도 동참하는 자세가 필요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