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가격이 개당 7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하며 트럼프발 관세 전쟁 이전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트럼프 랠리’ 때 오른 값을 사실상 모두 반납한 셈이다.
암호화폐 시황 중계 플랫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미국 동부시간 2일 자정 기준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7만5434달러에 거래됐다. 달러 기준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를 상대로 관세 폭탄을 예고했던 지난해 4월 9일(7만6274달러)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당시 비트코인은 관세 충격 속에 7만6000달러선까지 하락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 출범과 함께 친(親)암호화폐 정책 시행 기대가 부각되며 지난해 10월 12만5000달러대까지 치솟았지만, 최근 들어 다시 하락 흐름으로 돌아섰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후보로 케빈 워시 전 Fed 이사를 지명한 직후인 지난달 31일 8만 달러 선이 무너졌다. 원화 기준으로도 1억1200만원 선까지 밀리며 단기간 낙폭을 키웠다. 이더리움도 그날 하루 새 5% 넘게 하락했고, 솔라나와 리플 등 주요 알트코인도 약세를 보였다. 유동성 감소와 매수세 위축이 동시에 나타나며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위험 회피 심리가 확산하는 모습이다.
수급 여건도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암호화폐 데이터 업체인 소소밸류에 따르면 미국 시장에 상장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12개에서는 3개월 연속 자금 순유출이 이어졌다. 이 기간 빠져나간 자금은 60억 달러(약 8조7000억원) 안팎으로 집계됐다. 금과 은 등 전통 안전자산도 조정을 받는 가운데, ‘디지털 금’이라 불리는 비트코인은 ETF 자금 이탈 속에 반등 동력을 찾지 못하며 약세가 두드러졌다.
이른바 ‘트럼프 프리미엄’의 소진도 이번 비트코인 가격 급락의 배경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의 추가 관세 부과 위협과 그린란드 병합 발언, 이란을 둘러싼 지정학적 긴장이 반복되면서 트럼프 행정부의 암호화폐 친화 정책에 대한 기대가 더는 새로운 상승 동력으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다.
투자 심리 위축도 뚜렷하다. 온라인 플랫폼 업체 얼터너티브미 집계 결과 가상자산 시장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14까지 떨어지며 ‘극단적 공포’ 국면에 진입했다. 단기 가격 조정에 대한 불안 등으로 투자자들이 가상자산에서 돈을 빼내고 있다는 의미다. 워시 의장 지명을 계기로 통화 긴축 우려가 재부상한 데다 지정학적 불안까지 겹치며 이런 공포 국면이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비트코인 약세가 단기 조정에 그치지 않고 중기적인 조정 국면으로 이어질 가능성에도 무게를 둔다. 암호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는 일부 분석가들을 인용해 “주요 기술적 지지선이 무너진 상황에서 비트코인이 7만 달러대까지 추가 조정을 받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비트코인 대출업체 레든의 최고투자책임자 존 글로버는 “미국발 불확실성으로 투자자들이 금이나 스위스프랑 같은 대안적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여전히 ‘디지털 금’이 아니라 위험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