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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이전 운용사 인센티브" 대통령 한마디에 KB·신한이 움직였다

중앙일보

2026.02.01 20:45 2026.02.01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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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30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전북도,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 제출

전북도가 10년간 공을 들였지만 꿈쩍도 하지 않던 거대 금융그룹들이 잇따라 전주 이전을 결정했다. ‘지역 이전 자산운용사 인센티브’를 언급한 대통령 한마디에 KB금융그룹·신한금융그룹이 한 달 만에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가 있는 전북혁신도시에 핵심 계열사를 내기로 하면서다. 대통령 선거를 세 번 치르는 동안 제자리걸음이던 ‘전북 금융중심지 지정’ 논의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점화하는 모양새다.

2일 전북특별자치도에 따르면 전북도는 지난달 29일 금융위원회에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냈다. 서울의 ‘종합 금융’, 부산의 ‘해양·파생 금융’에 이어 전북혁신도시·만성지구 일대 3.59㎢에 자산운용·농생명·기후에너지 등 전북 특화 분야와 핀테크(빅데이터·인공지능 등 정보기술 기반 금융서비스) 산업을 접목한 금융생태계를 조성하겠단 구상이다. 전북도는 지난해 8월 해당 부지 일부(86만㎡)를 전국 최초로 ‘핀테크육성지구’로 지정했다. 김인태 전북도 기업유치지원실장은 “금융위가 3∼5월 현장 실사를 거쳐 최종 지정 여부는 6월 지방선거 이후 발표할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전북특별자치도가 서울·부산에 이어 추진 중인 제3 금융중심지 예정 구역 위치도. 전북혁신도시·만성지구 일대 3.59㎢에 핵심 금융기관이 입주할 중심업무지구 0.14㎢, 연관 산업과 지원 시설을 배치할 지원업무지구 1.27㎢, 금융 인력의 정주 여건을 조성할 배후주거지구 2.18㎢로 구분해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전북특별자치도가 추진 중인 제3 금융중심지 예정 구역 위치도. 사진 전북특별자치도


이재명, SNS에 “KB그룹에 감사”

전북도가 내세운 가장 큰 경쟁력은 국민 노후 자금 1500조원을 굴리는 기금운용본부다. 하지만 2017년 본부 이전 이후에도 전주엔 자산운용사·금융기관이 좀체 모이지 않았다.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는 전체 424곳이다. 전주에 본사를 둔 자산운용사는 아직 없다. 현재까지 10곳(글로벌 9곳, 국내 1곳)만 전주에 연락사무소가 있다. 전주 사무소를 설치한 공단 협력 수탁은행·증권사는 SSBT·BNY멜론·SK증권·우리은행 등 17곳이다. 이 때문에 “지역에 실질적 이익이 뭐냐” “사무실만 두고 상주 인력과 고용 효과는 미흡하다” 등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상황이 바뀐 계기는 대통령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30일 국무회의에서 “국민연금공단이 전주로 갔는데 지역 경제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질타하며, 기금 운용 과정에서 지역 기여를 높일 방안을 마련하라고 주문했다.

이후 KB금융그룹은 지난달 28일 전북혁신도시에 은행·증권·보험·자산운용 등 주요 계열사를 아우르는 ‘KB금융타운’을 조성하기로 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날 본인 SNS에 이 소식을 공유하며 “국가균형발전에 조금 더 힘을 냅시다. KB그룹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신한금융그룹도 지난달 29일 자산운용·자본시장 비즈니스 전반을 수행하는 종합 허브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은행 포함 300명 이상이 근무하는 그룹 거점을 전북혁신도시에 만드는 게 핵심이다.

김성주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앞줄 가운데)이 지난달 13일 러셀인베스트먼트·BNY멜론·블랙스톤·이지스·코람코·티시먼스파이어·핌코·프랭클린템플턴·하인즈 등 전주에 사무소를 설치한 자산운용사 대표들과 간담회를 연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 국민연금공단


김관영, 전북 출신 KB·신한 회장 ‘고향 투자’ 설득

더불어민주당 재선 국회의원(전주병) 출신으로 6년 만에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복귀한 김성주 이사장도 지난해 12월 취임 이후 지역균형발전과 연기금 기반 금융생태계 조성에 적극적이다. 지난 13일 러셀인베스트먼트·블랙스톤 등 전주에 사무소를 둔 자산운용사 9곳 대표들과 간담회를 연 게 대표적이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지난달 29일 기자간담회에서 전북 출신인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전주),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임실)에게 전북신용보증재단 출연 등 ‘고향 투자’를 설득한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대통령의 직접적 언급이 물꼬를 터 줬다”며 “4대 금융지주가 전북에 오면 금융중심지 지정 추진에 동력이 될 것”이라고 했다.

김관영 전북지사가 지난달 29일 도청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날 금융위원회에 제3 금융중심지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과 관련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 전북도


대선 단골 공약…“선거용 카드 소비” 우려도

제3 금융중심지 지정은 2017년 문재인, 2022년 윤석열, 2025년 이재명 대통령 모두 대선 공약으로 내놨으나 대선이 끝나면 흐지부지됐다. 그러나 지역 정치권에선 “이번엔 다르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대통령과 공단 수장, 도지사의 인식이 같은 데다 덩치 큰 금융그룹들이 실제로 전주 이전에 나섰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지방선거를 앞두고 제3 금융중심지 문제가 특정 정파와 지역에 유리한 선거용 카드로 소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중심지 지정 여부는 금융위 심사와 정부 부처 협의가 필요한 사안으로, 정치적 선언만으로 결정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제3 금융중심지 문제는 설 연휴 이후 전북에서 열릴 것으로 관측되는 대통령 타운홀미팅에서 전주·완주 행정 통합, 2036 전주 하계올림픽 유치 등과 함께 주요 안건으로 다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전북도 관계자는 “KB금융·신한금융 투자 결정을 신호탄 삼아 한국투자공사, 7대 공제회 등 금융 관련 공공기관 이전 유치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라고 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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