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혐의를 받는 6개 제분업체 대표이사 등 20명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 제분업체의 담합 규모를 5조9913억원으로 추산했다. 검찰은 지난 5개월간 밀가루뿐 아니라 설탕 가격 담합, 전기료 담합 사건을 수사해 고위급 임원을 포함한 총 52명(법인 16곳, 개인 36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법인 6곳과 소속 대표 및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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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생(공정위)’에 들키면 안 돼”
검찰 관계자는 “2019년을 말부터 (담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2020년부터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합이 이뤄지던 2023년 1월 밀가루 가격이 최고 42.7%(1kg당 924원)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도 2020년 대비 36.12% 상승해 같은 기간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28.8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검찰은 제분업체 중 ‘메이저 3사’인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가 인상 폭을 논의해 결정한 후, ‘메이저 4사’에 전달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봤다. 최초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리스크를 담당할 제분업체를 ‘사다리타기’로 정한 정황도 확인했다. 제분업체 관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를 ‘공선생’이라고 부르며 “공선생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을 자제하자” “공정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등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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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가격 담합, 13명 기소
검찰은 지난해 11월 26일엔 국내 1·2위 제당업체의 대표급 임원 2명을 포함해 2개 업체, 임직원 11명 등 13명을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표급 임원진 2명은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국내 설탕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이들이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담합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최고 66.7%(2023년 10월)까지 치솟았다.
또 검찰은 제당업체 내부 관계자들이 “너무 많이 지우면 증거인멸로 갈 것 같다”, “자기가 올린 건 자기가 지우자” 등 증거인멸을 시도한 정황이 담긴 텔레그램 메시지도 확보했다.
검찰은 지난달 20일엔 한국전력공사(한전) 입찰 담합에 연루된 업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겼다. LS일렉트릭과 일진전기 소속 전·현직 임직원 등 4개사 임직원 4명이 구속기소됐고, 관련 업체 임직원 등 7명과 8개 법인은 불구속기소됐다. 이들은 한전에서 발주한 가스절연 개폐 장치 입찰과 관련, 사전에 업체별 낙찰 건 등을 합의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이들이 총 6776억원 규모에 달하는 입찰에서 최소 1600억원대 부당이익을 얻은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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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검찰 큰 성과 냈다”
이번 대대적 담합 수사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2일 엑스(X)에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며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검찰의 담합 수사 결과 기사를) 공유하고, 법정형 상한 개정 등 제도 보완방안, 담합업체들의 부당이익 환수 방안, 부당하게 올린 물가 원상 복구 방안 등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이번 수사는 이 대통령이 지난해 9월 국무회의에서 담합에 대한 강도 높은 조치를 주문한 게 계기가 됐다.
검찰은 담합 범죄에 관한 현행 법체계를 정비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범죄의 법정형은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낮은 법정형으로 인해 담합이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다.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는 “민생경제와 직결되는 다른 생활필수품에 대해서도 엄정히 살펴보고, 담합 범행에 가담한 행위자가 그에 상응하는 처벌을 받도록 적극 대응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