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IP우회도 안 통한다…"학교에 폭발물 설치" 고교행 검거한 집념의 경찰들

중앙일보

2026.02.01 20:53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지난해 10월 인천 서구 대인고등학교를 상대로 “학교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협박 게시글이 119안전신고센터 홈페이지에 수차례 올라왔다. 협박한 인물은 이 학교 재학생 A군으로 밝혀졌다. A군을 검거한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1팀 4반의 반장인 윤희철(49) 경감은 “경찰과 소방, 군 당국이 매번 출동해 행정력 낭비가 심했다”며 “학생들도 수업을 받지 못하고 귀가하거나 불안에 떠는 등 피해가 컸다”고 기억했다. 특정 대상을 괴롭히기 위해 경찰 등 공권력을 출동하게 만드는 범죄인 ‘스와팅(swatting·허위신고)’이었다.

인천 대인고 허위 폭파 협박범을 검거해 대통령 특별 포상을 받은 인천경찰청 형사기동대1팀4반. 왼쪽부터 윤희철 경감, 박주완 경위, 고충식 경장, 최경준 경사, 이의균 경사. 변민철 기자
.
A군은 당시 협박 글을 일주일 넘게 올리면서 “VPN(가상사설망) 5번 우회하니까 아무 것도 못하죠”라며 경찰을 조롱까지 했다. 피해가 커지자 인천경찰청은 형사기동대 등을 포함한 전담팀을 구성했다. 윤 경감은 “사건을 맡고 나서 수사 기록을 보니 유료 VPN을 사용해 IP 우회를 수차례 진행해 용의자 특정이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 사건 초기 수사를 맡았던 수사관들은 학교를 중심으로 탐문을 진행해 “의심 가는 학생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 이 학생이 바로 A군이었다. 윤 경감은 “인터넷을 능숙하게 다룬다는 주위 평가를 토대로 조사를 해보니 이미 사이버상에서 여러 차례 문제를 일으킨 학생이었다”고 했다.

의심은 점점 확신으로 바뀌었다. 범행 정황을 확인한 윤 경감 등 전담팀은 A군 자택을 압수수색해 노트북을 압수하고, 인근에 버려진 스마트폰을 찾아내 전자기기 분석에 나섰다. 그러나 A군이 경찰의 전자기기 비밀번호 제출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서 한때 난항을 겪었다. 윤 경감은 “스마트폰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은 데다 흔히 쓰는 기종도 아니어서 디지털 포렌식에도 어려움을 겪었다”며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비밀번호를 제공하지 않는 사회 지도층의 행실을 언론 보도로 접한 어린 학생이 이를 똑같이 따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소방당국이 인천시 서구 대인고에 출동해 폭발물을 수색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가 증거 수집에 나선 경찰은 인천시교육청이 학생들에게 무료로 지급한 노트북이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윤 경감은 “이 노트북에서 A군을 비롯한 여럿이 범행을 모의한 기록 일부를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후 전담팀은 이들이 이용한 해외 SNS업체와도 공조한 뒤 증거를 충분히 확보해 A군을 조사했고, 끝내 자백 일부를 받아냈다.

A군은 현재 공중협박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구속·기소돼 오는 5일 첫 재판을 앞두고 있다. A군과 범행을 모의한 공범들은 각 지방경찰청에서 수사하고 있다. 윤 경감 등 4반은 A군 검거 공로를 인정받아 최근 이재명 대통령 특별 포상을 받았다.

윤 경감은 “최근 10대를 중심으로 스와팅 범죄가 늘어났는데, 수사 기법이 발달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반드시 검거하고 있다”며 “스와팅은 다수의 선량한 피해자를 양산하는 심각한 범죄다. 아이들의 보호자와 교육 당국이 책임감을 갖고 건전한 사이버 문화를 만들도록 지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변민철([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