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 종전 논의가 교착 국면에 빠져 1일(현지시간) 예정이던 미국·러시아·우크라이나 3자 종전회담이 오는 4~5일로 연기된 가운데 러시아의 공습은 오히려 거세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선 러시아의 드론 공격을 막기 위해 어망까지 동원하는 고육책이 등장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실질적인 논의를 할 준비가 돼 있다”며 미국 중재 하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가 종전안을 논의하는 3자회담이 4∼5일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서 재개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회담은 지난달 23~24일에 이어 세 번째다. 아직 뚜렷한 진전은 없지만, 회담이 중단되지는 않고 있단 점에서 종전 기대감이 어느 정도 유지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영토 문제는 여전히 최대 난제로 남아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달 28일 상원 증언에서 도네츠크 지역 문제가 “아부다비 평화협상의 마지막 남은 핵심 사안”이라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 크렘린궁은 안보 보장 등 다른 현안도 함께 해결돼야 한다며 주장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주) 지역에서 완전히 철군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미국이 제안한 ‘도네츠크 자유경제지대’(돈바스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철수하면 러시아군 역시 그 지역에 진입하지 않고 자유경제지대를 조성하자는 내용) 구상 역시 우크라이나 철군을 전제로 해 키이우로선 수용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러시아가 도네츠크 영토 확보에 집착하는 것은 “2014년 이후 이어져 온 러시아의 전쟁 서사를 완성하는 상징적 승리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분석했다. 이 지역에는 2014년부터 구축된 우크라이나의 핵심 방어선이 남아 있고, 러시아 점령지로 물을 공급하는 시베르스키도네츠-돈바스 운하의 취수 시설도 포함돼 있어 전략적 가치가 크다는 설명이다.
전장에서는 민간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혹한기 동안 에너지 시설 공격을 이어가던 러시아는 미국 중재로 일시 중단에 동의했지만, 도심과 최전방 공습은 멈추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최대 민간 에너지 기업 DTEK은 이날 X(옛 트위터)를 통해 러시아 드론이 남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지역에서 광산 노동자들을 수송하던 버스를 공격해 최소 12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드론 공습이 일상화되자 우크라이나는 ‘어망 방공’이라는 고육책까지 꺼내 들었다. 이날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측은 유럽 각국에서 기증받은 어망과 농업용 그물을 도로·병원·발전기 위에 가림막처럼 설치해 러시아 드론의 접근을 막고 있다. 올렉산드르 톨로콘니코프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 군사행정청 부국장은 “현재 수백㎞의 도로가 그물로 보호되고 있으며, 다양한 재질의 내구성을 시험 중”이라고 CNN에 말했다. 폭약 2~3㎏을 싣고 시속 150㎞로 돌진하는 러시아의 ‘란셋’ 드론이 실제로 어망에 걸려 멈춘 사례도 여러 차례 확인됐다는 우크라이나 방공부대 관계자 전언도 나왔다. 이런 이유로 네덜란드·스웨덴·노르웨이·영국 등 유럽 농민·어민 단체들이 사용하지 않던 그물 약 400t을 우크라이나에 보내고 있다고 CNN은 보도했다.
다만 러시아의 공습이 계속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서방 제재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단절돼 드론·기계·에너지 분야에서 기술적 한계점이 점차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러시아 정부 내부 보고서를 인용해 “여러 분야에서 외국 기술 의존이 여전히 높고, 2030년 ‘기술 자립’ 목표도 지나치게 낙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전했다. 여기에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가 러시아군의 스타링크 무단 사용을 차단해, 러시아의 부담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