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조례에 사용된 '노동' 용어를 '근로'로 변경하는 개정안을 추진하자 지역 노동·시민사회 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사회적 합의와 시대 흐름을 거스르는 퇴행적 시도"라며 개정안 철회를 요구했다.
민노총 울산지역본부와 울산시민연대 등 21개 노동·시민단체는 2일 울산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울산은 산업과 노동의 역사 위에 성장한 도시"라며 "시의회가 일방적으로 노동의 가치를 축소·왜곡할 권한은 없다"고 밝혔다.
'노동→근로' 용어 논란은 국민의힘 권순용 시의원이 대표 발의한 조례 개정안에서 비롯됐다. 개정안은 울산시교육청 소관 조례에 사용된 '노동', '노동자' 표현을 '근로', '근로자'로 바꾸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해당 안건은 지난달 30일 울산시의회 교육위원회를 통과했다. 오는 6일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있다.
권 의원 측은 문자메시지를 통해 "개정안은 정치적 가치 선언이 아니라 법령 체계상 용어 혼선을 줄이기 위한 정비"라고 설명했다. 이어 울산시 조례 입법평가 연구용역에서도 교육공무직원 채용·관리 조례에 대해 '근로자' 용어로의 정비가 필요하다는 권고가 있었다고 전했다.
노동·시민단체들은 "'근로'가 사용자 지시에 따른 수동적 개념이라면 '노동'은 인간의 존엄과 권리를 전제로 한 능동적 사회 활동을 의미한다"며 "이는 단순한 표현의 문제가 아니라 가치와 관점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또 "울산에서는 2021년 근로자종합복지회관 명칭을 노동자종합복지회관으로 변경하는 등 사회적 합의를 통해 용어 정비가 이뤄져 왔다"며 "중앙정부 역시 관련 법 개정을 통해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로 공식화하는 등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전적 의미로 근로는 부지런할 근(勤), 일할 로(勞)로 '부지런히 일함'을 뜻한다. 노동은 일할 로(勞)에 움직일 동(動)을 써 '몸을 움직여 일함'으로 풀이된다. 이에 노동계는 근로가 상대적으로 수동적 의미, 즉 지시에 의한 행위를 담지만, 노동은 반대로 능동적 의미가 강하다고 해석한다. 이들은 개정안의 본회의 부결과 발의 의원들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며 향후 피켓 시위 등 추가 행동에 나설 예정이다. 울산시의회는 국민의힘 19명, 민주당 2명, 무소속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앞서 2021년 울산시의회는 이번 개정안과 반대로 울산시교육청 소관 같은 조례에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변경한 바 있다. 당시 울산시의회 구성은 국민의힘 5명, 민주당 17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