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광주의 한 재수 기숙학원. 자신을 ‘16년차 원장’이라고 소개한 50대 남성의 인사말이었다. 학원이 나눠 준 2027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안내서를 받아 든 학부모와 학생 20여명이 진지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귀 기울였다. 지난달 31일부터 재수생들을 모집 중인 이 학원은 오는 8일까지 총 네 차례의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이 학원은 오는 22일이 정규 개강일이지만 설 연휴 전인 8일부터 입학생을 받는다. 학원장은 “설 명절 전이라도 자녀들을 미리 보내면 학원에서 떡국도 잘 챙기겠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선택형 수능 마지막 해다. 내년부터는 ‘생활과 윤리’, ‘물리학Ⅰ’과 같은 선택 과목이 사라지고 ‘통합사회’ ‘통합과학’과 같은 통합형 과목으로 치러지기 때문에 재수생에게는 불리할 수 있다. 학원가에선 “의대 진학을 목표로 하는 'N수생'들은 올해가 마지막 해라고 보고 사활을 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학원도 의·치대 중심으로 설명했다. '사탐런'에 대한 언급도 이어졌다. 학원장은 “과학탐구을 공부해 1등급을 얻는 게 (사회탐구보다) 3~4배 시간이 더 소요된다”며 “단기간에 성적을 끌어 올려 상위권 대학을 가고 싶은 경우 추천하지 않는다”고 했다. 고려대·부산대·경북대 등은 2026학년도 정시부터 의대에서도 탐구 지정 과목을 없애 사탐 응시자의 지원을 허용했다.
학생들은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기숙학원에서 생활한다. 주말 하루 반나절 정도 외출할 수 있다. 휴대전화도 이용하지 못한다. 화장실이 딸린 학생들의 방엔 침대만 놓여있었다. 오전 6시 30분부터 오후 11시 50분까지 공부하는 시간을 제외하고 잠만 자는 공간이다. 학원장은 “코골이가 심한 학생들은 중간에 방 배정을 다시 한다”고 귀띔했다.
학원비는 한 달에 360만원으로, 교재와 특강 비용은 별도다. 4인실 대신 2~3인실을 선택하면 비용이 늘어난다. 경기 용인 등 다른 기숙학원은 학원비가 이보다 10% 이상 높다. 1인실을 이용하는 경우 월 600만원 이상 들 수 있다.
재수엔 그만큼 학부모의 경제력이 뒷받침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최근 공개한 ‘2025 한국교육종단연구 - N수생의 특성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재수생의 월평균 가구 소득(766만원)은 재수 하지 않고 대학에 들어간 학생(569만원)보다 높은 편이다. 월평균 사교육비에서도 재수생(101만원)은 현역(68만원)보다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기자가 방문한 학원은 지난해 수업을 들은 학생 중 97%의 수능 성적이 올랐다고 홍보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수능에서 N수생으로 일컬어지는 졸업생의 국어 표준점수 평균은 108.9점으로, 고3 재학생(95.8점)보다 13.1점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수학 표준점수 평균 역시 N수생(108.4점)이 고3(96.2점)보다 12.2점 높았다. N수생 강세 현상은 2022학년도 통합 수능 도입 이래 계속됐다.
다만 N수생 열풍은 점차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2025학년도 의대 모집정원이 대폭 확대되면서 수능 고득점자 상당수가 의대와 상위권 자연계 학과에 합격했고 이로 인해 2026학년도에 재도전에 나선 고득점 N수생 수험생이 줄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