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원·달러 환율이 하루 새 25원 가까이 급등하며(원화값 하락) 크게 요동쳤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에서 전 거래일보다 24.8원 오른 1464.3원에 마감했다. 주간 종가 기준으로 지난달 23일(1465.8원) 이후 가장 높다. 하루 변동 폭도 올해 들어 가장 컸다.
미국 달러 가치가 오르고, 외국인 투자자가 2조5000억원어치 코스피 주식을 팔아 치우면서(순매도) 원화값도 큰 폭으로 하락한 것이다. 케빈 워시 전 연방준비제도(Fed) 이사의 차기 의장 후보 지명 소식이 시장에 반영된 결과다. 워시 후보자의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이 부각되면서 향후 통화정책이 덜 완화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퍼졌다.
정책 방향성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장의 불안을 키웠다. 시장에선 워시 후보자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명 취지대로 기준금리를 낮추더라도 시중에 풀린 돈을 흡수하는 대차대조표 축소(QT)에 나설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워시 후보자는 과도한 유동성이 경기를 부양하기보단 자산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고 공개적으로 비판해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책 금리에 영향을 받는 단기 금리는 내려가지만, 장기 금리는 오히려 상승하는 구조가 나타날 수 있다.
이 같은 전망에 미국 달러 약세도 멈춰 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2일 오전 2시(미국 동부시간) 97.17로 전 거래일(96.99)보다 약 0.2% 상승했다. 워시 후보자 지명 전인 지난달 27일 장중 95.55까지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빠른 반등이다.
백석현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달러 약세로 금 등 귀금속 가격 폭등하자 ‘워시 이슈’를 계기로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달러 강세 되돌림이 나타났다”며 “한동안 외환시장은 강달러 압박 영향에 놓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국내 외환시장은 국내외 거물급 인사의 발언에 따라 출렁이는 ‘롤러코스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주간 거래 종가 기준으로 환율 최고가(1478.1원)와 최저가(1422.5원)의 변동 폭은 55.6원에 이른다.
지난달 15일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 약세, 한국 경제 펀더멘탈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언급한 데 이어 엿새 뒤 이재명 대통령도 “환율이 한두 달 내 1400원 전후로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례적인 한ㆍ미 정부의 ‘구두개입’ 이후 장중 1480원 선을 넘나들던 환율 상승세는 한풀 꺾였다. 가장 강력한 소방수는 지난달 23일 미국과 일본 외환 당국이 엔화 급락을 점검하는 이른바 ‘레이트 체크(rate check)’였다. 엔화 가치가 빠르게 반등하자, 엔화와 동조화 경향이 짙어진 원화값도 덩달아 올랐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국내외 인사들의 발언에 따라 환율이 출렁이는 것은 원화가치를 지탱할 요인이 부족하기 때문“이라며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확대 등 달러 수급 불균형이 해소되지 않는 한 변동성은 이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