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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자로·위고비에 도전장…속도 붙는 한국형 비만약 개발 경쟁

중앙일보

2026.02.02 01:35 2026.02.0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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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치료제를 처방 받은 해외의 한 환자가 ‘위고비’ 주사액을 직접 투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27일, 한미약품은 멕시코 최대 민간 제약사인 산페르와 ‘에페글레나타이드’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했다. 아직 출시도 되지 않은 제품이다. 이 약은 노보노디스크의 대표 상품 ‘위고비’와 같은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GLP)-1 계열 비만치료제다. GLP-1은 위·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뇌 신경에 작용해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고 포만감을 높여 식욕을 억제시킨다.

한미약품은 올해 4분기 국내 출시를 목표로, 지난해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시판허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산페르는 멕시코 연방보건안전보호위원회 의약품 승인 절차를 거쳐 연내 제품 판매를 계획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멕시코는 비만 유병률이 약 37%에 이르는 대표적인 고비만 국가”라며 “현지 시장에서 한국 최초의 GLP-1 계열 비만 치료제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결과”라고 말했다.



폭발하는 비만치료제 시장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이 급성장하며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에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 비만치료제 대표 주자로 꼽히는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성분명 터제파타이드)가 수요 폭발로 공급난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지난해 300억 달러(약 43조원) 규모였던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연평균 30%씩 성장해 오는 2030년 2000억 달러(약 286조원) 규모로 커질 전망이다(아이큐비아).

2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미국 일라이릴리가 생산하는 마운자로는 지난해 전 세계 매출 1위 의약품에 올랐다. 2위는 덴마크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가 차지했다. 두 제품의 매출액은 각각 약 359억 달러(약 51조4000억원), 약 356억 달러(51조원)로 집계됐다(블룸버그). 지난해까지 2년 째 1위를 지켰던 미국 머크(MSD)의 면역 항암제 ‘키트루다’는 3위로 밀려났다. 권해순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만·대사 질환 치료 패러다임이 항암제 중심 블록버스터 지형을 구조적으로 재편하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전 세계 비만약 시장은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경쟁으로 더욱 성장하고 있다. 마운자로는 GLP-1과 위 억제 펩타이드(GIP) 수용체를 동시에 자극하는 이중작용 효과와 적극적인 물량 공세로 비만약 선두 주자였던 위고비의 아성을 넘었다. 일라이릴리는 지난 2020년부터 생산설비 확충에 230억 달러(약 32조6000억원) 규모를 투자해 왔다.

위고비 수요 예측에 실패하며 주도권을 빼앗긴 노보노디스크는 미국에서 ‘먹는 위고비’(위고비 필)를 출시하며 비만치료제 판도를 다시 흔들고 있다. 주사를 맞는 대신 하루 한 번 복용하면 되기 때문에 편의성에서 큰 강점이 있다. 현재 일라이릴리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먹는 마운자로’(오포글리프론) 승인 절차를 밟으며 대결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주원 기자



쑥쑥 성장하는 K비만약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도 비만치료제를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다. 한국인 비만 기준(체질량지수 25㎏/㎡)을 참고해 국내 임상을 마친 한국형 비만약이다. HK이노엔은 최근 주 1회 투여하는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에크노글루타이드’의 국내 임상 3상 대상자 모집을 완료했다. 지난해 9월 첫 환자 등록을 시작한 지 4개월 만에 목표 인원인 313명을 모두 채웠다. HK이노엔은 40주간의 투약을 연내 마무리하고 내년 초 허가 신청에 돌입할 계획이다.

먹는 비만약 개발 경쟁도 치열하다. 일동제약은 자회사 유노비아를 통해 먹는 GLP-1 수용체 작용제(ID110521156)를 개발하고 있다. 현재 글로벌 기술수출을 목표로 임상 2상 진입을 준비 중이다. 디앤디파마텍은 글로벌 파트너인 멧세라가 지난해 11월 화이자에 인수되며 호재를 얻었다. 이 회사가 개발한 먹는 비만약 ‘DD02S’는 멧세라에 기술이전됐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개발 노하우를 활용해 주사 형태의 ‘4중 작용 비만 신약(CT-G32)’과 먹는 비만약을 함께 개발 중이다. 체중이 빠져도 근육량은 유지하도록 하는 기술이 차별화 요소다. 삼천당제약은 세계 최초로 ‘먹는 위고비 제네릭’(복제약)을 개발 중이며 최근 일본·유럽 제약사와 공급 계약을 통해 유통망부터 확보했다. 알테오젠도 체중 감량 효과가 오랫동안 지속되는 초장기 지속형 비만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서울 종로 새종로약국에서 관계자가 위고비 입고 안내문을 부착하고 있다. 연합뉴스


해외 시장서 중국과 경쟁할까

국내 비만약 개발업체의 중장기 목표는 해외 진출이다. 출시 전부터 멕시코 유통망을 확보한 한미약품처럼 비만치료제로 수출길을 열겠다는 포부다. 마운자로와 위고비는 공급량이 부족한데다 가격이 비싸 개발도상국에서는 널리 쓰이지 못한다. 후발주자인 국산 비만치료제가 상용화될 경우 보다 낮은 가격에 해외 판매가 가능할 전망이다.

해외 시장으로 나설 한국형 비만치료제가 주목할만한 경쟁자는 중국이다. 넓은 내수 시장과 임상 인프라를 활용해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현재 중국에는 60개 이상의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후기 임상을 진행 중이다. 저렴한 가격도 강점이다. 지난해 6월 중국의 첫 자체 개발 비만치료제 ‘마즈두타이드’를 출시한 제약사 이노벤트(信達生物)는 올해 초 제품 가격을 약 40% 인하했다. 2mg 용량 기준 한 달치 제품 가격이 1600위안(약 33만 원)에서 900위안(약 18만원)대로 낮아졌다. 올해 하반기에는 노보노디스크가 중국에서 확보한 세마글루타이드 특허가 만료되기 때문에 더 많은 위고비 복제약이 중국 내에서 출시될 전망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나 아랍에미리트(UAE) 등 중동 지역에서도 국내 비만치료제 개발 현황을 주목하고 있다. 향후 수출 전망도 긍정적”이라며 “중국이 저가 공세를 펼친다고 해도 안정성과 신뢰성이 중요한 의약품은 한국의 경쟁력이 우위에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경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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