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국무총리가 2일 한국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인상 압박에 관해 “우리 정부의 외교 실패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서울 삼청동 국무총리 공관에서 열린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우리가 사전에 알지 못했지만, 미국 정부 내에서도 충분한 소통이 이뤄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간담회는 예정된 시간(75분)을 훌쩍 넘긴 132분간 진행됐다.
김 총리는 지난달 22~26일 미국을 방문해 J D 밴스 부통령과 회담(23일)했다. 이후 총리실은 김 총리가 밴스 부통령과 핫라인을 구축하는 등 외교적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김 총리 귀국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한국에 대한 관세 재인상 방침을 밝히면서 논란이 일었다. 이에 김 총리는 이날 “미국 정부 내에서도 추정하기로는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과 트럼프 대통령 정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메시지”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메시지 제기 방식을 갖고 미국 정부의 실패라고 말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김 총리는 “현장에서 바로 밴스 부통령과 앤디 베이커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의 전화번호를 받았고 이후 이미 몇 차례 소통을 주고받았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메시지 이후 핫라인이 가동된 사실도 공개했다. 김 총리는 “핫라인과 기존 여러 접촉선이 가동되며 서로의 진의를 확인하는 과정을 거쳐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 진전되고 있다”며 “그 상황이 있기 직전에 핫라인이 개설되길 잘했다고 평가한다”고 했다. 핫라인 등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압박의 진의가 한·미 관세 협상 합의사항에 대한 신속한 진행이 이뤄지지 않는 데 대한 불만이라는 점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김 총리는 밴스 부통령이 쿠팡 등 미국 테크기업에 불이익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는 월스트리스저널(WSJ) 등 외신 보도에는 “미국 정부의 확인된 의사와는 다르다고 판단되고 있다”며 “사실과 전혀 다르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쿠팡 사태의) 법적인 문제는 한국 정부의 입장에 따라 하고, 불필요한 양국 통상 문제로 비화하거나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서로 충분히 소통하며 관리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부동산 시장 규제 등 사실상 전면전을 선언한 데 대해서는 “과거 진보·보수 정부를 막론하고 부동산 정책에 성과를 보지 못했던 주된 요인 중 하나는 변화하는 상황과 흐름에 따라 애초 시작한 정책의 기조를 못 지켰기 때문”이라며 “정책 기조의 변경이 아니라 정책 기조가 일관되게 갈 것이니 이러한 기조가 변경될 것이라고 기대하지 않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김 총리는 각 부처의 12·3 비상계엄 관련 가담자를 솎아내는 헌법존중 정부혁신 태스크포스(TF)에 관해서는 “조사는 끝났고, 발표는 설 전에 한다”며 “생각보다 기대 이상으로 내실 있게, 비교적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개혁 작업이 진행됐다”고 말했다. 그는 “각 부처가 잘 협조해 줬고 자발적 신고도 일정하게 있었다”며 “특검 수사와 재판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미세한 부분들이 추가로 정리돼서 내란의 전체 구조도를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추가적인 소득”이라고 했다.
김 총리는 국무총리 산하 검찰개혁추진단이 논의 중인 검사의 보완수사권에 관해선 “원칙적으로 없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예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민주 진영 내에서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예외적 존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10월쯤에는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가동돼야 하기 때문에 적어도 6월 전에 뜨거운 쟁점에 대해서는 큰 정리는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