엡스타인 문건에 영국 발칵…왕실·고위정치인 줄줄이 연루
앤드루 前왕자, 전처, 前주미대사 사진·이메일·송금 등 폭로
(런던=연합뉴스) 김지연 특파원 = 미국의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 추가 문건이 공개된 이후 영국 왕실과 고위 정치인에 대한 의혹이 줄줄이 제기되고 있다.
BBC 방송은 고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며느리였던 세라 퍼거슨이 엡스타인을 '오빠'로 부르며 친분을 과시하고 2만파운드(약 3천990만원) 임차료가 밀렸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주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거슨은 찰스 3세 현 국왕의 동생 앤드루 마운트배튼 윈저와 결혼해 비어트리스·유지니 공주 등 두 딸을 뒀다. 지난해 10월 앤드루가 엡스타인 관련 성추문으로 모든 훈작을 박탈당했을 때 퍼거슨 역시 1996년 이혼 후에도 유지하던 요크 공작부인 지위를 잃었다.
앤드루는 그로부터 약 열흘 뒤에 왕자 칭호도 잃었다. 이번에 미 법무부가 추가로 공개한 '엡스타인 파일'에 앤드루가 바닥에 누운 여성 위로 무릎을 꿇고 바닥을 짚고 있거나 여성의 배를 만지는 등의 사진이 공개됐다.
엡스타인이 미성년 성착취 혐의를 인정한 다음 해인 2009년 퍼거슨은 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당신과 점심 후 1주일 만에 에너지가 올라가는 것 같다. 늘 바라던 오빠가 돼줘서 고맙다"고 썼다. 그다음 해 보낸 이메일에서는 "관대함과 친절에 감사한다"면서 "나랑 결혼해달라"는 말도 썼다.
2009년 사업 실패 후 퍼거슨은 엡스타인에게 "오늘 당장 임차료 2만파운드가 필요하다. 주인이 내가 돈을 내지 않으면 신문사로 가겠다고 위협하고 있다"며 "좋은 생각이 있나"라고 물었다.
이메일에는 현재 왕위 계승 서열 9위와 12위인 비어트리스·유지니 공주 이름도 등장하며 퍼거슨 세 모녀와 엡스타인이 함께 점심을 먹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내용도 있다고 BBC는 전했다.
또 엡스타인이 2010년 3월 받은 이메일 답장 한 통에는 "유지니가 문란한 주말을 보내고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 쓰여 있다. 이 이메일의 발신인 주소는 가려져 있다.
BBC는 이번 문건에 대해 엡스타인이 영국 상류사회 중심부에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며 퍼거슨이 직접 이를 주선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앤드루와 퍼거슨 측은 BBC의 질의에 답하지 않았다.
일간 더타임스는 이번 문건에서 2009년 앤드루의 개인 비서가 엡스타인의 비서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앤드루의 방미 기간 경호를 맡은 런던경찰청 경찰관들이 머물 숙소를 요청한 것으로 드러났다고도 전했다. 경찰청은 이에 관한 언급을 거절했다.
엡스타인에 연루된 영국 정치인으로는 피터 맨덜슨 전 산업장관도 있다.
그는 지난해 미국 주재 대사를 지내던 중 엡스타인과 친분으로 논란이 일면서 경질됐고, 이번 추가 문건 공개로 엡스타인에게 7만5천달러(약 1억원)를 송금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지난 1일 집권 노동당에서 탈당했다.
그는 2008년 상원의원이 됐으나 지난해 2월 주미 대사로 부임하면서 의정활동을 중단했다.
올리비아 베일리 교육부 정무차관은 타임스라디오에 "그가 답해야 할 의문들이 있다"면서도 상원의원직 박탈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상원의원 퇴출은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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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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