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라/ 네 목표는 그곳에 이르는 것이니/ 그러나 서두르지는 마라/ 비록 네 갈 길이 오래더라도/ 늙어져서 그 섬에 이르는 것이 더 나으니/ 길 위에서 너는 이미 풍요로워졌으니/ 이타카가 너를 풍요롭게 해주길 기대하지 마라. 이타카는 너에게 아름다운 여행을 선사했고/ 이타카가 없었다면 네 여정은 시작되지도 않았으니/ 이제 이타카는 너에게 줄 것이 하나도 없구나.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는/ 너를 속인 적이 없고, 길 위에서 너는 현자가 되었으니/ 마침내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리라. -콘스탄티노스 카바피 ‘이타카’ 중.
회사 생활을 정리하며 책상 옆에 붙여놓았던 이 글을 떼어냈다. 그리스 시인 콘스탄티노스 카바피의 시 ‘이타카’의 종반부. 처음 이 자리에 왔을 때 어디선가 읽은 이 구절을 프린트해서 벽에 붙였었다. 가슴 벅찬 글귀라 자주 되뇌었던 것 같은데, 어느 순간 이 글이 벽에 붙어 있다는 사실조차 잊고 살았다. 사람이 이렇게 무뎌지는 것이다.
“네가 이타카를 향해 길을 떠날 때/ 기도하라, 네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를/ 모험과 발견으로 가득하기를…” 시는 이렇게 시작한다. 이타카는 그리스의 섬이자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온갖 고난을 겪으며 필사적으로 돌아가려 했던 목적지, 그러니까 삶의 종착점이나 꿈, 이상향 같은 것이다. 언제나 이타카를 마음에 두되 서두르지는 말며, 늙어서 그 섬에 이를 때 너는 이미 풍요로워져 설령 그 땅이 불모지라 해도 이타카의 가르침을 이해하게 된다니, 목적지보다 여정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카바피는 평생 공무원으로 일하며 밤마다 시를 썼고, 지인들에게 조각조각 나눠주었다. 생전에 정식 출판된 시집 하나 없지만, 사후 20세기 그리스의 대표 시인이 됐다. 당신의 책상 옆에는 어떤 문장이 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