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1월 1일부터 생활폐기물 직매립이 전면 금지된 지 한 달이 지났다. 서울·인천·경기를 시작으로, 2030년부터는 전국 모든 지역으로 확대된다. 폐기물관리법에 따른 폐기물 처리 책임은 생활폐기물의 경우 지자체에, 사업장폐기물은 배출자에게 있다. 가정에서 나오는 생활폐기물은 음식물, 재활용품, 종량제봉투, 기타폐기물로 분리·수거되는데 종량제봉투에 담는 폐기물은 소각 대상이다.
소각장 신설 난항, 위탁 처리 한계
유럽은 폐기물 태워 유연탄 대체
환경부가 중심 잡고 역할 해줘야
서울에서 하루 약 3200t의 소각 대상 폐기물이 발생하는데 약 2200t은 서울의 4개 소각장에서 처리하고, 나머지 1000t가량은 그동안 소각하지 않은 채 수도권 매립지로 보냈다.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을 앞두고 서울시는 마포에 신규 소각로 신·증설을 추진했지만, 주민과 일부 정치인들에 반대에 부딪혔다. 인천과 경기 또한 각각 2기와 4기의 소각로 신설을 추진했지만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도권 일부 지자체들은 직매립 금지 시행 전부터 민간위탁 처리 물량을 늘려왔다. 하지만 위탁처리의 한계, 처리 비용 증가, 안정적·지속적 처리의 불확실성, 낮은 열 회수 효율 등 문제가 있다. 직매립 금지 정책 시행 이후 서울의 한 자치구는 소각 대상 폐기물을 150㎞ 떨어진 충남 지역까지 운송하고 있다. 수도권 폐기물을 받아 처리해온 충청권에서 주민 반발도 적지 않다.
직매립은 금지되고, 민간위탁 처리도 갈수록 어렵기에 시급히 다른 대책을 찾아야 한다. 필자는 시멘트 제조에 사용되는 소성로(燒成爐)를 현실적 대안으로 제안한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유럽 주요 국가는 시멘트 소성로에 사용하는 유연탄의 절반 이상을 가연성 폐기물로 대체했다. 유럽뿐 아니라 미국·일본도 시멘트 소성로에서 폐기물을 연료로 활용하고 있다. 동남아 일부 국가도 증가하는 폐기물 처리 수단으로 시멘트 소성로를 주목하고 있다.
한국은 생활폐기물의 분리·배출 제도가 잘 정착돼 있어서 가연성 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에 넣어 태우면 유연탄을 대체할 연료로 활용할 수 있다. 국내 시멘트 공장은 충북의 제천·단양 지역과 강원도 영월·삼척·동해 지역에 분포돼 있는데, 고속도로를 이용하면 수도권과 150~200㎞ 거리다. 강원도 삼척(삼표시멘트)과 동해(쌍용C&E시멘트)에서는 생활폐기물을 소성로에서 유연탄을 대체하는 연료로 잘 활용하고 있다.
각 지자체는 종량제 폐기물을 수거해 전처리(파쇄·분별) 과정을 거쳐 가연성 폐기물을 선별하고, 이를 시멘트 공장으로 운반해 유연탄 대체 연료로 연소한다. 시멘트 소성로는 일반 소각로보다 환경에도 유리하다. 가연성 생활폐기물을 일반 소각로에서 소각하면 소각재가 약 20% 발생해 소각재 처리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길이가 70~100m인 소성로는 석회석 등 원료를 약 1500℃ 고온에서 30~60분 동안 가열해 완전연소하기 때문에 소각재를 매립할 필요가 없다.
연소 과정에서 생기는 회분·철분 등은 용융 상태로 녹아 시멘트 원료 덩어리(Clinker)에 흡수된다. 소각로에서 문제 되는 다이옥신은 소성로에서 생성되지 않고, 시멘트 용출실험에서 중금속 물질의 외부 용출 현상도 나타나지 않는다는 연구가 있다. 생활폐기물을 소성로에서 연소하면 환경적으로 안전한 처리가 가능해 미세먼지 발생원 저감, 온실가스 감축, 탄소중립 기여를 기대할 수 있다. 자원순환 효과와 에너지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 소성로의 장점은 더 있다. 기존 매립지의 수명을 연장할 수 있고, 일반 소각로 신설 문제를 피할 수 있다. 국내 시멘트 생산량은 연간 약 5000만t인데 시멘트 1t 생산에 유연탄 0.1t이 필요해 생활폐기물로 대체하면 시멘트 공장은 유연탄 연료비를 절감할 수 있으니 윈윈이다.
생활폐기물을 시멘트 소성로에서 연소하려면 지자체와 시멘트 업체의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삼척시와 동해시는 분리·배출된 생활폐기물을 각 지자체가 수거해 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시멘트 공장으로 운송한다. 운송은 민간위탁이어서 운송비는 지자체가 부담한다. 직매립 금지에 따른 대안으로 소성로를 활용하려면 기후에너지환경부가 필요한 제도 개선에 나서고 지자체와 시멘트 업체의 협력 시스템을 구축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