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위성 기술은 올해 달로 향하는 미국 발사체에 우리 기술로 만든 위성을 탑재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다. 하지만 기술 수준에 비해 관련 기술의 영역은 좁다는 지적도 있다. 위성 기업 대부분이 통신이나 이미지 촬영 영역에 집중하고 있어서다. 김해동 경상국립대 항공우주공학부 교수가 2024년 세운 스타트업 워커린스페이스는 한국 위성 업계에선 낯선 ‘궤도 상 서비스’(OOS) 제공을 주력으로 내세우는 회사다. 경쟁이 치열한 통신·이미지 시장 대신 우주 공간에서 위성을 관리해주는 블루오션을 공략 중이다.
우주공간 위성관리는 블루 오션
위성수명 연장하는 고난도 기술
창업 2년 만에 90억원 투자유치
2030년 상용화 목표로 개발진행
한국항공우주연구원(항우연) 등에서 30여년간 일한 김해동 교수는 대표적인 위성 전문가다. 항우연에서도 궤도 상 서비스 관련 주제를 주로 연구해왔던 그는 2022년 대학으로 적을 옮겼고, 10여년간 쌓아온 연구 성과를 사업으로 만들기 위해 워커린스페이스를 창업했다. 첫 단계로 지난해 국내 민간업체 최초로 세종시에 3차원 미세중력 모사장치를 구현했다. 암막과 조명, 중력장치로 지상에 우주 공간과 유사한 공간을 만든 것. 지난달 22일 세종 첨단산업단지 내 워커린스페이스 기업부설연구소를 찾았다. 김 교수는 미세중력 모사장치에서 실제 크기를 축소해 놓은 위성 모형에 로봇팔을 접촉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었다.
인공위성 우주 쓰레기 되지 않게 해야
Q : 뭘 만들고 있나.
A : “궤도 상 서비스, 쉽게 말해 우주 위 정비소다. 우주에서 인공위성 연료가 떨어지면 재급유해주고, 고장이 나면 수리해준다. 인공위성은 원래 수명만큼 사용 못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수리해 수명을 연장해준다. 수리 및 급유 작업 등을 할 로봇팔이 달린 로봇 위성을 개발 중이다.”
Q : 왜 궤도 상 서비스인가.
A : “항우연에서 인공위성을 안전하게 운영하는 일을 했었는데, 2007년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중국이 지구에서 미사일을 발사해 인공위성을 격추한 일이다. 일종의 우주 무기 테스트를 한 거다. 이 사건으로 우주 쓰레기 문제가 생겨났고, 위성이 충돌할 가능성에 대해 분석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우주 쓰레기 자체를 없애는 건 더 먼 미래의 일이다. 그전에 인공위성이 우주 쓰레기가 되지 않게 오래 사용하고, 재사용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느꼈다. 실제 우주환경이 복잡해져 인공위성이 고장 날 가능성도 커졌다. 또 우주 쓰레기를 피하는 과정에서 연료 소모도 많이 한다. 지구 정지궤도 위성은 연료가 떨어지면 그냥은 못 쓴다. 그래서 우주에서 연료를 보충하고 위성을 수리할 기술을 연구하게 됐다.”
Q : 이미지·통신 외 영역을 택한 이유는.
A : “한국은 그동안 전통적인 인공위성을 만들어왔다. 지구 이미지를 촬영하거나 통신 서비스를 해주는 위성들이다. 해외에서도 많이 해왔던 분야다. 우리는 지구 위 사람들이 아닌 우주 위 위성을 대상으로 서비스한다. 완전히 다른 차원의 기술과 시장이다. 전 세계에서 찾아봐도 열 손가락이 안 될 거다. 여기에 도전하는 국내 첫 번째 회사라는 것에 굉장히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성공한다면 한국의 우주 산업 구조를 바꿀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투자자들 의구심 넘는 게 숙제
Q : 창업 결심 계기는.
A : “30여년간 연구 생활을 했다. 항우연에서도 이미 궤도 상 서비스 기술을 주제로 연구하고 있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경상국립대로 옮겨 교수가 되니 자유로워졌다. 연구만 할 게 아니라 사업화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주 산업이 정말 돈이 될 수 있다는 걸 증명하고 싶었다. 연구자로서도 연구 내용을 이론으로 멈추는 게 아니고 상용화 단계까지 발전시키는 게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Q : 창업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A : “우주 스타트업은 도전적인 걸 많이 한다. 예를 들어 달과 화성에 사람을 보내는 일이다. 지금까지 겪어 보지 못했던 것이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진짜 될까’라는 의문을 많이 가지고 있다. 워커린스페이스도 그렇다. 우주에서 사후서비스(AS)를 제공하고, 재사용한다는 게 정말 돈이 되는지 의아해한다. 초소형 위성은 훨씬 돈이 적게 드는데 굳이 위성을 재사용해야 하냐고도 한다. 하지만 큰 위성들은 개발에만 수천억 원이 든다. 수천억 원짜리 위성을 살리는데 수백억 원은 쓸 수 있지 않겠나. 실제 세계 최초 궤도 상 서비스 상용화에 성공한 노스롭그루먼은 인텔샛 위성의 수명을 5년 연장해주는 대가로 매년 190억원을 받는다. 그 정도 돈을 주고서라도 위성을 살리는 게 훨씬 낫기 때문이다.”
Q : 이미 미국 기업이 상용화에 성공했는데.
A : “노스롭그루먼이 2020년 수명 연장용 위성을 발사해 6년째 운영 중이다. 우리의 위성은 이것과는 다른 형태다. 노스롭그루먼 위성이 단순히 집게 방식을 활용한다면 우리는 위성에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결합했다. 로봇팔 등을 활용해 위성을 수리하려 한다. 위성에 대해서는 잘 알지만, 로봇 관련 경험은 부족하다 보니 로봇 전문가와 위성 전문가를 어떻게 융합할 것인지 많이 고민했다. 현재 회사엔 로봇과 위성 전문 인력이 반반 정도 근무하고 있다.”
위성 수명 연장하면 수익성 좋아져
Q : 지난해 5월 KT SAT와 구매의향서(LOI)를 체결했다. 무슨 의민가.
A : “기술적으로 검증되면 우리 서비스를 구매할 수 있단 의미다. 말만 그런 게 아니라 꾸준히 방문해서 얼마나 개발했는지 진도를 확인하고 있다. KT SAT의 위성들은 그동안 연료가 떨어지면 버려졌지만, 수명을 연장해서 쓸 수 있다면 수익성이 훨씬 좋아진다. 수명 연장이 필요한 시점이 2030년 전후인데 그때까지 서비스 개발을 완료한다면 선(先)구매 계약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Q : 투자는 얼마나 유치했나.
A : “지난해 11월 프리A 라운드에서 약 90억원을 유치했다. 오랜 연구개발 경험에 대한 인정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창업 2년 차인데 팀이 잘 구성됐는지가 주효했다. 기술적으로 진입장벽이 높은 분야이기 때문에 단순히 유망한 산업이라고 해서 투자하는 게 아니라 준비된 팀이라는 점을 보여줘서 시작할 수 있었다. 지금도 인재 영입이 가장 중요하다. 이달 기준으로 직원 수가 32명이 됐다. 대부분이 위성 업체에서 일하다가 온 경력자다. 동종 업계 중견 기업으로서는 최고 수준의 대우를 약속한다.”
Q : 앞으로의 계획은.
A : “올해는 우주 공간에서 위성과 로봇팔을 제어하는 소프트웨어 개발을 일차적으로 마무리할 계획이다. 하반기에 조립과 기능시험을 하는 AIT시설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위성 개발을 시작한다. 이후 2028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2029년에 발사하는 게 목표다. 2030년까지는 상용화하려고 한다.”
조광래 전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김해동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에서 한국 우주기술 고도화를 위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 왔다. 오랫동안 재직했던 항우연을 떠나 지난 30여 년간 쌓아왔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뉴 스페이스 시대를 맞아 주목되고 있는 궤도 상 서비스라는 첨단 우주산업을 개척하고 있는 도전적인 인물이다. 한국이 우주산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궤도 상 서비스와 같은 기술을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과감하게 도전하여 쟁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권진회 경상국립대 총장
“워커린스페이스는 우주에서 주유소나 정비소 역할을 하는 로봇위성을 개발하여 인공위성의 수명 유지와 연장을 가능케하는 혁신적인 우주산업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근래 들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위성의 발사가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복잡해진 우주에서 위성의 수명을 유지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어서, 워커린스페이스가 도전하는 궤도 상 서비스의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될 것이다. 학생들에게도 미래 우주시대에 도전 정신을 불어넣어 주리라 믿는다.”
◆‘혁신창업의 길’에서 소개하는 스타트업은 ‘혁신창업 대한민국(SNK) 포럼’의 추천위원회를 통해 선정합니다. SNK포럼은 중앙일보ㆍ서울대ㆍKAIST를 중심으로, 혁신 딥테크(deep-tech) 창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함께 참여하는 단체입니다. 대한민국이 ‘R&D 패러독스’를 극복하고, 퍼스트 무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R&D)에 기반한 기술사업화(창업 또는 기술 이전)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