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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의 시시각각] 부동산 실패의 데자뷔 떨쳐내려면

중앙일보

2026.02.02 07:16 2026.02.02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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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호 논설위원
이재명 대통령이 “집값 안정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성공시킬 것”이라는 메시지를 SNS에서 연일 발산하고 있다. 코스피 5000 달성보다 어렵지 않은 일이라며 자신감도 드러냈다. 다주택자를 향해선 “정부 정책에 부당하게 저항해 곱버스처럼 손해보지 말고” 이번 기회에 팔아 양도세 중과 면제라는 감세 혜택의 마지막 기회를 누리라고 했다.

‘계곡 정비’ 열의로 지자체 설득을
잘못 설계된 세제는 바로잡아야
노동개혁도 ‘표 계산 없이’ 할 일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20일 청와대 본관에서 열린 제2회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집값 안정을 향한 대통령의 의지와 관심이 나쁠 것은 없다. 수도권에 6만 가구를 짓는 1·29 공급대책까지 현 정부 들어 네 번째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공급은 시간이 걸리고 지자체와 주민 설득이라는 난관이 버티고 있다. 새 아파트 공급을 마냥 기다릴 수 없으니 기존 아파트라도 시장에 나와야 한다. 대통령의 SNS를 통한 부동산 전면전은 다주택자를 압박해 매물을 공급하고 토지거래허가제에도 굴하지 않고 서울 아파트를 향하는 매수 대기자들을 진정시키려는 심리전이라고 본다.

한데 부동산 전면전에 나선 대통령의 넘치는 자신감이 데자뷔(기시감)를 부른다. 노무현 대통령은 2005년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부동산만은 확실히 잡겠다” “강남 재건축 아파트 사서 기분 좋은 사람들이 언제까지 웃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때 대통령이 저격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 매수자는 지금 최고의 재테크 성공 사례 아니던가.

문재인 대통령도 뒤지지 않았다. 2019년 “부동산 문제는 우리 정부에서 자신 있다고 장담한다”고 했다. 2020년 초 당시 김상조 정책실장과 인터뷰했다. 시종일관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다른 거 다 성공해도 부동산에 실패하면 꽝”이라며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를 ‘트라우마’라고 표현했다. 그렇게 조심했던 문재인 정부도 노무현 정부와 다를 게 없었다.

문재인 정부는 왜 실패했을까. 집값 상승기에 집권해 유동성 관리가 중요했는데도 부동산 대출을 제대로 죄지 못했다. 공급 불안 심리를 조기에 잡지 못했으며, 보유세 강화와 임대사업자 제도 혼선으로 리더십이 흔들렸다. 종부세를 비현실적으로 올리고 과표 현실화를 무리하게 추진해 이념 논란을 초래하고 규제 불복 심리를 키워 정책 신뢰만 떨어뜨렸다(김수현, 『부동산과 정치』).

김수현 전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책에서 “이제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는 약속을 하지 말자”고까지 했다. “정부는 민심을 달래는 차원에서, 또 시장과의 심리전 차원에서 집값, 특히 강남 아파트값을 잡겠다고 공언해 왔다. 정부의 약속이나 호언장담은 여지없이 헛말이 되고 만다. 전 세계 선진국 중에서 정부 수반이 집값을 잡겠다고 얘기하거나 집값을 못 잡았다고 사과하는 나라는 거의 없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서 교훈을 얻었다고 본다. 엄격한 대출 규제와 ‘영끌’이란 평가가 나오는 공급 대책도, 세금을 최후 수단으로만 쓰겠다는 언급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1·29 대책이 제대로 작동해야 시장의 불안심리가 잦아든다. 매수자들에게 ‘이제 기다려도 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지자체와 주민 설득에 전력을 다해야 한다. 대통령이 도지사 때 계곡 정비했던 열의로 장관 이하 공무원들을 뛰게 해야 한다. 단지 집값을 잡기 위해 보유세와 거래세를 쓰는 정책은 피해야 하지만 ‘똘똘한 한 채’ 현상이 빚어질 정도로 유인체계가 잘못 설계된 부동산 세제를 균형 있고 형평성 있게 고치는 건 정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31일 X에 올린 게시글. X 캡처

“망국적 부동산 정상화는 불가능할 것 같은가. 표 계산 없이 국민을 믿고 비난을 감수만 하면 될 일이다.” 이 대통령의 SNS 언급 중에 가장 빛나는 대목이다. 부동산 세제를 포함해 조세 합리화를 뚝심 있게 밀어붙이길 바란다. 인공지능(AI)과 로봇 시대에 어울리는 노동개혁, 미래 세대도 동의하는 재정·연금개혁 등 정치적인 유불리를 넘어 국민을 믿고 긴 호흡으로 추진해야 할 일이 한둘이 아니다.





서경호([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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