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들한테 면역 증강제, 영양제 매기가 겨울 잘 나구로 돕는 기지, 뭐 빼쪽한 수는 없습니더.”
경남 통영에서 40년가량 참돔을 기른 양식업자 이모(56)씨는 저수온 대비책을 묻자 “저수온에 더 약한 건 어린 고긴데, 1㎏ 안 되게 작은놈들은 조기출하(수온 피해가 예상될 때 상품성 있는 고기를 일찍 출하하는 것)도 못한다”며 “겨울은 늘 수온 특보에 곤두세우며 지낸다”고 답했다.
2일 해양수산부와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서해 가로림만과 천수만, 남해 득량·가막만 등 해역 12곳에 저수온 특보가 내려지면서 어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저수온 위기경보 ‘경계’ 단계는 지난달 14일부터 유지됐다. ▶관심 ▶주의 ▶경계 ▶심각 1, 2단계 중 3번째 단계다. 해수부는 매일 현장 점검과 함께 76억원의 예산을 들여 액화산소, 면역강화제, 보온시설 등을 보급하고 있다.
기관과 어민이 이처럼 신경을 곤두세우는 건 지난해 막대한 저수온 피해를 경험해서다. 지난해 2월 ‘입춘한파’에 경남과 전남에선 돔류 등 어류 378만마리가 폐사해 110억원가량 피해가 났다.
피해를 줄이려는 연구도 본격화하고 있다. 국립수산과학원 육종연구센터(이하 센터)와 경상남도 수자원연구소의 ‘스마트 육종 연구’가 대표적 사례다. 수온 변화를 원천 차단하긴 어렵지만 대신 저수온에도 강한 고기를 생산해내는 게 연구 목표다.
연구 대상으로 선정된 건 광어·우럭과 함께 활어 양식 ‘3대장’으로 꼽히는 참돔이다. 수요가 높고 연간 양식장에서 6000~7000t 생산(통계청 어류양식동향조사)되며, 생산금액은 연 800억~1000억원(어업·양식 생산 통계)으로 산업 비중이 높은 점 등을 살펴 참돔을 선정했다고 한다.
센터의 연구는 참돔의 유전자정보(DNA)에 숨은 ‘저수온 내성’ 공식을 밝히고, 이를 후세대에 물려주는 데 주력한다. 센터 임채현 해양수산연구사는 “참돔은 수온 10도에 먹이 활동이 둔해지고, 6도부터 폐사해 4도면 대부분 죽는다”며 “그런데 일부 개체는 낮은 수온에서도 살아남는다. 이런 참돔을 걸러내 친어(어버이 물고기) 집단을 만들고, 이 개체 안에서 교배를 반복해 날 때부터 저수온 내성을 획득한 개체를 생산하는 게 목표”라고 설명했다.
비슷한 연구는 과거에도 있었다고 한다. 과거 연구 때 저수온에서의 ‘생존’만을 기준으로 친어 집단을 선발한 것과 달리, 이번 연구엔 DNA 분석을 병행한다. 임 연구사는 “생존만 기준으로 하면 우연히 저수온에서 살아남은 개체도 친어집단에 포함된다. DNA를 분석하면 생존한 개체 중 유전적으로 저수온을 견디는 능력이 높고, 이 능력을 후대에 물려줄 가능성이 높은 개체를 걸러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연구는 2031년까지 진행되며, 현재 7500마리의 친어집단이 준비돼있다. 올해 이들 참돔을 대상으로 수온을 6도까지 낮춰 반응 등을 분석하고 6~7년 안에 후세대가 의미 있는 저수온 내성을 띠도록 하는 게 목표다. 임 연구사는 “센터가 이런 내성을 띤 개체를 생산해내면, 경상남도 수자원연구소가 대량 생산해 어가에 보급하는 역할을 맡는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