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중앙시평] 피지컬 장인AI의 시대

중앙일보

2026.02.02 07:1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김대식 KAIST 교수
2012년 제프리 힌튼 교수의 연구는 “인식형 인공지능”을 가능하게 했다. AI가 세상을 알아보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2022년 말 등장한 챗GPT 덕분에 우리는 이미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원하는 정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생성형 AI” 시대에 살고있다. 하지만 인식형과 생성형 인공지능은 시작에 불가하다. 소비자가 원하는 정보를 생성해주는 것을 넘어 “에이전틱 AI”는 소비자가 원하는 행동과 액션까지도 반자율적으로 실행해줄 수 있다.

휴머노이드 시대의 진입장벽은
학습에 필요한 행동데이터 축적
산업현장 장인들 행동 학습하면
독점적 경쟁력 갖춘 AI 탄생할 것

하지만 우리 인간은 아날로그 현실에 살고 있기에, 디지털 세상에서의 액션을 넘어 아날로그 세상, 그러니까 몸과 실체가 있는 “피지컬” 현실에서의 AI 역시 반드시 필요하다. 자율주행자동차와 휴머노이드 로봇 같은 “피지컬 AI” 기술이 미래산업 최고의 블루오션으로 기대되고 있는 이유다. 특히 휴머노이드는 제조업이 여전히 중요한 대한민국에서 절대로 놓칠 수 없는 기술이다. 왜 하필 휴머노이드일까?

1만년전 중동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하며 정착한 인류. 인간은 집을 짓고, 건물을 세우고, 공장과 기계를 만들었다. 그리고 이 모든 것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었다. 바로 인간의 “몸”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덕분에 대부분 환경은 인간의 몸을 위해, 아니 인간의 몸을 가져야만 움직이고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미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세상에서 인간을 위해 행동하기 위해서는 인간과 닮은 몸을 가진 휴머노이드가 가장 최적화된 형태라는 말이다.

인간의 몸은 정교하고 복잡하다. 손 하나만 하더라도 27가지 자유도를 가지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정교한 움직임을 지난 수 십년동안 인류는 “역기구학(inverse kinematics)”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움직임에 필요한 관절값들을 계산해내는 역기구학 수식들은 매우 복잡하고, 완벽한 답은 대부분 찾기 불가능하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하더라도 휴머노이드들이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간단한 행동조차도 하지 못했던 이유다.

피지컬 AI가 풀어야 하는 문제는 이미 다른 인공지능 분야에서도 경험했던 문제들과 비슷하다. 수십년동안 과학자들은 “물체인식”을 수식으로 풀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아무리 수식화하고, 정량화해도 기계는 끝까지 세상을 알아보지 못했다. 2012년 인공지능 패러다임이 “설명”에서 “학습”으로 전환되고 나서야 물체인식은 빠르게 해결되기 시작한다. 자연어처리도 비슷하다. 문법구조와 언어의 규칙을 기계에게 모두 설명해 주어도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 했던 인공지능. 인터넷에 올려진 수 천억개의 문장을 학습하기 시작하면서 2022년 말 자연어 처리가 해결되기 시작한다.

챗GPT는 지난 30년동안 소비자들이 인터넷에 올려논 글과 그림과 영상을 학습했기에, 영상과 글과 글을 생성할 수 있다. 하지만 휴머노이드 학습에 필요한 인간의 행동과 신체 관절값 데이터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피지컬 AI를 만들기 위해서는 학습데이터 역시 동시에 확보해야 하는 높은 진입장벽이 존재한다는 말이다.

휴머노이드 학습을 위한 행동데이터는 크게 두가지 방식으로 얻을 수 있다. 우선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행동데이터를 생성해낼 수 있겠다. 하지만 아날로그 현실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복잡하고 예측하기 어렵다. 디지털 시뮬레이션만으로 휴머노이드가 아날로그 세상에서 완벽한 움직임을 실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반대로 사람이 일일이 보여주고 가르쳐줄 수도 있겠다. 잠재적으로 원하는 행동을 정확하게 실행할 수 있는 방식이지만,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다. 더구나 이 두번째 방법에는 중요한 변수가 하나 있다. 행동을 가르쳐준 사람의 행동 범위와 수준에 따라 휴머노이드의 행동이 좌우될 수 있으니 말이다. 챗GPT가 만약 영어 문서만을 학습했다면,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이, 평범한 아르바이트생이나 대학생의 행동으로 학습된 휴머노이드가 조선소에서 배를 조립할 리는 없다.

대한민국은 특이할 정도로 여전히 제조업 비중이 높은 나라다. 단순히 비중이 높은 것이 아니라, 제조업 스펙트럼 역시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다. 5년전 코로나 사태 때 전 유럽에 마스크 공장이 단 하나도 없다는 사실에 놀랐지만, 반대로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비행기부터 종이빨대와 마스크까지 여전히 생산하고 있다. 그리고 이 넒은 제조업 스펙트럼이 어쩌면 피지컬 AI 시대에 결정적인 경쟁력이 될 수도 있다. 챗GPT는 공개된 인터넷 데이터를 기반으로 학습되었지만, 대한민국 산업현장 장인들의 움직으로 학습된 피지컬 AI는 이론적으로 독점화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을 넘어 에이전트 AI와 피지컬 AI로 빠르게 진화하는 오늘날. 대한민국 곳곳에 있는 장인들의 행동으로 학습된, “피지컬 장인AI”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할 수도 있겠다.

김대식 KAIST 교수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