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사설] 집권 8개월 만에 합당 놓고 권력 다툼 벌이는 여권

중앙일보

2026.02.02 07:22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글자 크기 조절
기사 공유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은 이언주 최고위원. 임현동 기자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을 둘러싸고 더불어민주당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파열음은 친명과 친청 간의 계파 간 대립으로 점화됐다. 급기야 어제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는 내전 수준의 설전이 오갔다. 친명으로 분류되는 이언주 최고위원은 “조기 합당은 이재명의 민주당을 정청래·조국의 민주당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라고 주장하며 “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친청계 문정복 최고위원이 “여당 대표 제안에 모욕에 가까운 얘기를 한다”고 반발하는 등 볼썽사나운 모습이 노출됐다.

정당의 정치 활동 자유가 보장된 민주 국가에서 정당 간 이합집산은 당의 자유로운 의사 결정에 따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권자의 선택을 존립 기반으로 삼는 정당, 특히 국정 운영에 책임이 있는 집권당과 다른 여권 정당의 합당은 투명하게 이뤄져야 하고, 밀실에서 권력 나눠먹기식으로 이뤄져선 안 된다. 문제는 지금 정청래 대표가 불쑥 밝힌 합당 추진이 당내 의견 수렴 절차는 물론 핵심 지도부와도 상의 없이 진행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런 연유로 일각에선 정 대표가 조국혁신당의 도움을 받아 8월 전당대회에서 연임하려는 정략이라거나 심지어 당 대표 자리와 대선후보 자리를 나누기 위한 것이란 밀약설까지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한 지 이제 겨우 8개월이 돼 간다. 가파르게 오르는 수도권 집값과 미국발 관세 인상 대처 등 정부·여당 앞에 놓인 과제가 산더미다. 정권 초 민생과 개혁 어젠다를 세우고 실천 방안을 고민해도 모자랄 판에 계파 이익과 당권 셈법에 빠져 대립하는 여권의 모습을 반길 유권자는 없다. 정당을 합치는 과정에서 당연히 있어야 할 양당의 정책 노선이나 시대적 과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 상태다. 범여권 인사들의 관심이 다음 총선에 공천권을 행사할 차기 당 대표 자리나 대권 구도 선점에 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친명과 친청으로 나뉘어 권력 다툼을 벌이는 여권이 국민에게 어떻게 비칠지는 자명하다. 마침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라 정당별 지지율에 큰 변화가 없다고 안심할 일이 아니다. 집권 1년도 못된 시점에서 보이는 일련의 행태는 현 정권에 대한 기대를 급속도로 낮출 가능성이 크다.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