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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어탕 원료 95% 중국산…본고장 남원, 미꾸리 양식 나서

중앙일보

2026.02.02 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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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한루원 인근에 조성된 남원 추어탕 거리. [중앙포토]
전북 남원시가 전국적인 명성을 가진 ‘남원 추어탕’의 원형을 복원하고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실험에 착수했다. 단순히 추어탕을 파는 단계를 넘어 원료인 ‘미꾸리’의 대량 생산체계를 구축해 청년과 귀어인을 불러 모으겠다는 전략이다.

남원시는 2일 “주생면 중동리 미꾸리 양식단지(4㏊) 부지에 1만5000여㎡ 규모로 조성 중인 ‘미꾸리 공유 양식 플랫폼’ 입주자를 오는 6일까지 모집한다”고 밝혔다. 이번 사업은 지자체가 양식 시설을 완비해 미꾸리 양식 창업 희망자에게 저렴하게 임대하는 ‘공유형’ 모델이다. 2017년 해양수산부 내수면 양식단지 조성 사업 공모 70억원, 행정안전부 지방소멸대응기금 56억원 등 총 126억원이 투입됐다.

남원시는 오는 4월 준공되는 미꾸리 공유 양식장 전체 20개 동 중 18개 동을 1인 1개 동(약 860㎡)씩 임대한다. 입주자가 5년간 운영 후 퇴거하는 방식이다. 개인이 비슷한 규모의 시설을 만들려면 3억~4억원의 초기자본이 필요하지만, 플랫폼에 입주하면 연간 400만원(잠정)의 임차료만 내고 운영할 수 있다.

남원시는 지방소멸대응기금 취지에 맞게 전체 양식장 중 50%를 타 지역 거주자에게 배정하고, 45세 이하 청년에게는 가점을 준다. 입주자로 선정되면 남원시가 보유한 특허기술을 전수받고, 남원시가 운영하는 종자 생산시설을 통해 안정적으로 치어(어린 물고기)를 공급받게 된다.

섬진강 상류 지역에 주로 서식하는 미꾸리. [사진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남원시에 따르면 국내 추어탕 원료의 95%는 중국산 미꾸라지다. 나머지 국내산도 중국산 치어를 들여와 국내에서 3개월 이상 키운 미꾸라지가 대부분인 상황이다. 이에 남원시는 미꾸리에 주목했다. 미꾸리와 미꾸라지는 같은 ‘미꾸릿과’에 속하지만, 형태·서식지 등이 다른 종이다. 뼈가 억세고 식감이 거친 미꾸라지에 비해 미꾸리는 뼈가 부드럽고 감칠맛이 뛰어난 게 특징이다. 과거 남원은 섬진강 상류 지역의 특성상 미꾸리가 많이 나와 이를 원료로 추어탕을 끓였다는 기록도 있다.

남원시는 2007년부터 미꾸리 복원에 매달렸다. 남원시 농업기술센터는 대형 수조 8개를 갖춘 미꾸리 종자 생산시설을 통해 연간 200만~400만 마리의 치어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정의균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내수면산업팀장은 “관내 하천에서 수집한 미꾸리를 인공 부화하거나 자연 수정을 통해 20년째 치어를 생산하고 있다”며 “국립수산과학원의 바이오플락(Biofloc) 기술을 개량해 미꾸리 실내 양식 기술을 독자적으로 개발했고, 2021년에는 특허 등록까지 마쳤다”고 했다.

현재 남원 지역 추어탕 업소는 50곳 안팎이다. 전국적으로 ‘남원 추어탕’ 간판을 단 업소는 약 700곳으로 추산된다. 남원시는 이번 플랫폼 사업을 통해 남원산 미꾸리 공급량을 점진적으로 늘릴 계획이다. 또 공유 양식 플랫폼에서 키운 미꾸리는 추어탕 업소·가공 공장과 계약생산 방식으로 공급해 가격을 낮추고, 중국산 미꾸라지 중심의 시장 판도를 바꾸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남원시는 20~30대를 겨냥한 추어식품 통합 브랜드인 ‘미꾸야’를 출시해 한입 먹거리 4종과 신제품 8종을 개발하기도 했다. 유수경 남원시 농업기술센터 현장지원과장은 “미꾸리 공유 양식을 타 지역과 차별화된 내수면 산업 모델로 키워 남원을 세계적인 K푸드 메카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김준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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