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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선생에 들키니 연락 말자” 밀가루·설탕 9조원 담합

중앙일보

2026.02.0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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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는 2일 밀가루 가격을 담합한 대한제분·사조동아원·삼양사·대선제분·삼화제분·한탑 등 법인 6곳과 소속 대표 및 임직원 14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이들은 2020년 1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국내 밀가루 가격의 변동 여부, 변동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이들 제분업체의 담합 규모를 5조9913억원으로 추산했다.

검찰 관계자는 “2019년 말부터 (담합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고 2020년부터 본격화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담합이 이뤄지던 2023년 1월 밀가루 가격이 최고 42.4%(1㎏당 924원)까지 치솟았고, 이후에도 담합 이전 대비 22.7% 높은 수준을 유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밀가루 소비자물가지수도 2020년 대비 36.12% 상승해 같은 기간 식료품·비주류 음료 물가 상승률(28.82%)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검찰은 제분업체 중 시장을 주도하는 ‘메이저 3사’가 인상 폭을 논의해 결정한 후 다른 회사들에 전달해 가격을 인상했다고 봤다. 최초 가격 인상을 제시하는 리스크를 담당할 제분업체를 ‘사다리타기’로 정한 정황도 확인했다. 제분업체 관계자들은 공정거래위원회를 ‘공선생’이라고 부르며 “공선생에게 들키면 안 되니까 연락을 자제하자” “공정위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 등 대화를 나눈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26일엔 국내 1·2위 제당업체의 대표급 임원 2명을 포함해 2개 업체, 임직원 11명 등 13명을 설탕 가격 담합 혐의로 재판에 넘겼다. 이들 중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대표급 임원진 2명은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국내 설탕시장에서 90% 이상 점유율을 확보한 이들이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3조2715억원 규모의 담합을 실행했다고 판단했다. 담합 기간 동안 설탕 가격은 최고 66.7%(2023년 10월)까지 치솟았다.

검찰은 현행 공정거래법상 담합 범죄의 법정형이 3년 이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 벌금으로 낮은 탓에 담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X(옛 트위터)에 “검찰이 큰 성과를 냈다”며 “잘한 건 잘했다고 칭찬해주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 대통령은 “국무회의에 (검찰의 담합 수사 결과 기사를) 공유하고, 법정형 상한 개정 등 제도 보완방안, 담합업체들의 부당이익 환수 방안, 부당하게 올린 물가 원상 복구 방안 등 필요한 조치를 지시했다”고도 했다.





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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