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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가 띄운 '설탕 부담금'…14년 전 도입 꺼냈던 전문가도 쓴소리 [현장에서]

중앙일보

2026.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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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마트에 탄산음료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여러분 의견은 어떠냐"(지난달 28일)에서 "무조건 반대나 억지스러운 조작·왜곡 주장은 사양한다"(이달 1일)로.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설탕부담금'(설탕세) 도입 논의를 띄우고 있다.

지난달 X(옛 트위터)에 처음 화두를 던진 뒤, 반대 측을 겨냥한 글의 수위를 점차 올리고 있다. 증세 거부감이 큰 세금이 아니라, 목적·용도가 제한된 부담금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하면서다. 도입 필요성을 줄곧 강조해온 윤영호 서울대 건강문화사업단장도 "깜짝 놀랐다"고 할 정도로 갑작스러운 이슈 드라이브다.

2021년 발의됐던 법안이 폐기된 뒤 잠잠하긴 했지만, 이 대통령 말처럼 설탕부담금은 국민 질병 예방·치료를 위한 필요성이 크다. 설탕(가당) 과잉 섭취에 따른 비만·당뇨 등 만성질환 위험을 줄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 재정도 확충할 수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2016년 도입을 권고했다.

'미래세대' 아동·청소년엔 이미 설탕 경고등이 켜졌다. 2024년 10~18세의 하루 당류 섭취량은 64.7g으로 모든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높았다. 설탕이 많이 들어간 과채음료·탄산음료도 10~18세가 제일 많이 마신다(2023년).

소득별 건강 격차도 뚜렷하다. 김현창 연세대 의대 교수팀 분석(중·고교생 81만여명 대상)에 따르면 가구소득 하위 가정의 학생 비만율이 중·상위 가정보다 뚜렷하게 높게 나왔다. 그 뒤엔 패스트푸드·탄산음료 같은 식습관이 있다. 이 때문에 보건의료 전문가 대부분은 설탕을 과도하게 많이 쓰는 기업에 부담금을 매기는 데 긍정적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청와대에서 열린 국가창업시대 전략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꺼낸 화두엔 이러한 맥락이 흐릿한 편이다. 설탕부담금의 본래 목적인 비만·당뇨 등을 넘어 "지역·공공의료 강화에 재투자"하겠다는 언급이 대표적이다. 청소년·저소득층의 설탕 과잉 섭취를 잡기 위해 부담금 외에 어떤 비(非)가격 정책 노력을 펼칠지에 대한 설명도 거의 없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듯 토론보다 '찬반'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설탕세는 산업 전반을 외면한 조삼모사식 포퓰리즘 정책"이라고 반대 입장을 강하게 냈다. 시민단체 참여연대는 "설탕세에 앞서 금융투자소득세 재도입부터 답하라"면서 정책 우선순위를 꼬집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졸속적인 설탕세 도입 논의에 우려를 표한다"는 자료를 냈다.

설탕부담금 반대 측뿐 아니라, 동의하는 전문가 중에서도 설익은 이슈화로 되레 냉철한 논쟁이 어려워졌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중요한 보건 정책인데 국민 오해는 커지고, '이재명표' 꼬리표가 붙은 정치 문제가 됐다는 지적이다.

" "설탕부담금을 진짜 추진하고 싶으면 청소년 비만·당뇨 문제와 원인을 설명하고, 탄산음료 소비 감소를 위한 정책을 마련한 뒤, 궁극적으로 부담금도 필요하다고 언급했어야 합니다. 대통령이 갑자기 부담금을 꺼내니 '모든 음식 물가가 올라간다', '세수가 없으니 설탕까지 손댄다'는 식으로 모두가 혼란에 빠지고, 정치적으로 민감해진 셈입니다." "
비만 아동 이미지. 사진 셔터스톡
보건정책학 박사인 이성규 한국담배규제연구교육센터장의 쓴소리다. 이 센터장은 14년 전 설탕세 도입 등 규제 강화를 강조한 학술지 기고문을 썼다. 그는 "나중에 설탕부담금 후속 논의가 나오더라도 같은 이유로 정치적 반대가 반복되지 않겠나. 전문가와 상의한 뒤 정교하게 추진했으면 추진 동력이 오히려 높아졌을 텐데 안타깝다"라고 덧붙였다.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지금 같은 '이슈 던지기'보다 디테일한 설득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그 역시 설탕부담금 추진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김 교수는 "대통령이 소셜 미디어로 이슈를 계속 던지고 반대 측을 공격하면 국민 오해만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설탕부담금이 건강 문제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 등의 이유를 국민에게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도 담뱃세 인상 반대가 매우 컸지만, 충분한 설명을 거쳐 정책이 추진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정종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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