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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 ADHD 환자래" 스스로 그 소문 퍼뜨린 이유

중앙일보

2026.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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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야 할 일을 자꾸 깜빡깜빡합니다. 잊지 않으려면 반드시 메모를 해야겠어요. 앗! 그런데 메모지는 어디 뒀을까요? 아니, 이 메모지는 대체 뭐죠? 내 글씨가 분명한데, 이걸 왜 적어둔 걸까요. 아! 맞다 맞다….’

해람정신건강의학과 노현재(37) 원장의 머릿속에서 하루에 몇 번씩 반복되는 의식의 흐름입니다. 머릿속은 늘 바쁜데, 정작 필요한 순간 생각은 줄줄 새고 있어요. 일을 미루려고 했던 게 아닌데, 막판이 돼서야 기억이 떠오르는 통에 매번 벼락치기로 일 처리하는 자신의 모습에 ‘난 대체 왜 이 모양인가’실망하기도 수차례입니다.

심지어 진료 도중 환자의 말을 듣다 딴 생각으로 달려가는 정신 줄을 붙잡으려 필사의 노력을 기울여야 했다면 믿으실까요. 아무리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가 반복되니 매 순간 자책감이 커질 수밖에요. 분명히 일을 못하는 사람은 아닌데 늘 일에 쫓기고, 마음은 허둥지둥 바쁘기만 합니다. 노력해도 실수는 줄어들지 않았고, 삶은 자꾸 엉켜만 갔습니다.

" 나는 왜 이리 집중력이 부족할까. 이건 의지의 문제인가, 능력의 문제인가…. 심지어 직업이 정신과 의사인데 이래도 된단 말인가. "

전공의 시절, 지도교수님을 찾아가 ‘도대체 저는 왜 이 모양일까요’라며 고민을 털어놓을 때까지만 해도 노 원장은 자신의 병명에 대해 상상조차 해본 일이 없었습니다.

" 노 선생, 이건 단순한 산만함이 아닌 것 같네. ADHD(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 기질로 보여. 검사를 제대로 받아보는 게 어때? "

지도교수님 말씀을 듣고 받아본 검사 결과 노 원장은 ‘빼박(빼도 박도 못하게)’ ADHD였던 겁니다. 명색이 정신과 의사인데 ADHD라니…. 노 원장이 이 결과에 절망했냐고요? 천만에요.

"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저 역시 이해할 수 없었던 제 행동에 대해 비로소 해답지를 찾은 기분이었어요. 제가 못나고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그냥 ‘ADHD’여서 그랬던 거잖아요. 제가 왜 이렇게 살아왔는지 알게 되니 차라리 속이 후련했어요. "
노현재 해람정신건강의학과 원장은 인터뷰 내내 "ADHD는 극복해야 할 결함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능력이 부족하고 모자란 게 아니라, 그저 에너지의 방향이 다를 뿐이라는 이야기다. 장진영 기자

노 원장은 자신의 ADHD를 숨기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아 맞다, 나 ADHD였지?』(리드앤두) 등의 책을 써서 만천하에 공개했죠. 처음엔 정신과 의사로서 신뢰가 흔들리지는 않을지, 편견의 대상이 되지는 않을지 두렵기도 했답니다. 그럼에도 공개한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 정신질환 환자들에게 ‘괜찮다’고 말해주기 위해서였어요. 환자들에게 숨기지 말고 병원에 오라고 말하면서, 정작 제가 ADHD를 숨긴다면 좀 이상하잖아요. "

그는 ADHD가 자신을 더 완벽한 의사로 만들어주진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환자의 말을 서두르지 않고 끝까지 듣는 의사로 바꿔놓았다고 하네요. 정신과를 방문하는 환자들이 갖는 두려움·걱정·공포에 대해 노 원장은 “나 자신이 ADHD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깊이 공감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ADHD 덕분에 환자와 같은 언어로 소통하는 법을 배웠다는 겁니다.

그래서 그를 만나 물었습니다.
" ADHD가 있어도 사회생활이 가능할까요? "

(계속)
노현재 원장은 ADHD 진단을 받고 나서야, 어릴 적 행동들이 ADHD 증상의 일부였다는 걸 깨달았다고 합니다. 흔히 ADHD는 잘 집중하지 못하는 증상으로 알려져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노 원장은 학창시절 시험 문제에서 꼭 틀렸던 문제가 있었다고 합니다.

어떤 문제였길래 매번 틀렸던 걸까요? 그게 ADHD와도 관련이 있는 걸까요? ADHD임에도 엄청난 공부량을 필요로 하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건 어떤 노력 때문이었을까요? 정신과 의사가 ADHD를 고백하게 된 이유, 그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이어집니다.

-어릴 때부터 항상 틀렸던 이 문제
-정신과 의사가 ADHD 고백한 이유
-이것도 ADHD? 의외의 증상은
-ADHD 있어도 사회생활 가능할까

☞“정신과 의사, ADHD 환자래” 스스로 그 소문 퍼뜨린 이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96103



선희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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