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초중증 환자의 이송 병원을 119 구급대가 아닌 보건복지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에서 직접 선정하는 ‘응급실 뺑뺑이’ 대책을 추진한다. 이달 말부터 광주광역시·전남·전북에서 시범사업 형태로 진행될 계획이다.
2일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최근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추진 계획'을 확정했다. 지방자치단체와의 논의도 지난달 말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앙일보가 입수한 계획안에 따르면 시범사업은 설 연휴가 끝나는 이달 말부터 오는 5월까지 광주광역시와 전남·전북 등 전라권에서 시행된다. 지역 규모와 지역 내 응급의료기관 간 협조체계 구축의 용이성 등이 고려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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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전남·북서 이달말 시행 계획
이번 대책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16일 복지부 업무보고에서 "응급실 뺑뺑이로 119구급차 안에서 죽어가는 사람이 있다"고 지적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대통령 지시 40여일 만에 정부의 구체적인 대책이 나온 셈이다.
핵심은 각 기관이 합의한 지역별 이송 지침을 마련해 현장에 적용하는 것이다. 그동안 119 구급대는 환자를 태운 채 병원에 전화를 돌리며 각 병원에 이송 가능 여부를 문의해왔다. 그러나 이번 사업에선 구급대의 개별 수용 문의 없이 중증도별로 적정 병원에 빠르게 이송될 수 있도록 절차를 정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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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 광역상황실에서 이송 병원 지정
구체적으로 심근경색·뇌졸중·중증외상·심정지 같은 중증 응급 환자를 의미하는 'KTAS(한국형 응급환자 분류 도구)' 1·2단계 환자는 복지부 광역응급의료상황실이 각 병원의 수용 능력을 확인한 뒤 이송 병원을 선정한다. 이 과정에서 골든타임을 넘길 우려가 있다면 '우선 수용 병원'이 환자를 일단 받아 안정화를 맡는다. 그 사이 광역상황실이 최종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선정해서 환자를 옮기는 구조다. 초중증 환자 치료를 위해 이송 과정에 일종의 '중간 다리'를 둔 셈이다.
반면 중등증 이하 환자(KTAS 3~5단계)는 병원의 수용 능력 확인 없이 이송 프로토콜에 따라 병원으로 이송된다. 병원이 사전에 고지한 정보에 따라 119 구급대가 환자를 곧바로 옮기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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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119에 배정권 준 것" 반발
복지부는 이송 지침 정비를 위한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 이르면 설 연휴 전에 이 같은 혁신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오는 6월 말 시범사업 결과를 평가한 뒤, 올해 안으로 전국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관련 기관과 협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병원과 사전 협의 없는 환자 이송을 반대해온 응급의학계는 반발하고 있다. 김찬규 대한응급의학의사회 대변인은 "사실상 119 구급대에 환자 배정권을 준 것"이라며 "119가 환자를 배정한다면 환자들은 적절한 치료를 위해 병원에서 2~3시간씩 대기하거나 다른 병원으로 전원을 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성주 한국중증질환연합회 대표는 "골든타임이 중요한 중증환자에게 있어 환영할 방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