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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3년 내 의사 대체? 모르는 소리" 서울대 외과과장의 단언

중앙일보

2026.02.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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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수술은 단기간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닙니다.”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 외과 술기교육센터에서 만난 장진영 외과 과장(간담췌외과)은 이렇게 말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외과 단일 진료과를 위해 조성된 이곳은 외과 교수 연구실과 전공의실 바로 앞에 자리 잡았다. 전공의가 시간 날 때마다 들러 수술을 연습하고, 교수들이 1대1로 최신 수술 기법을 전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로봇수술·복강경 수술 장비를 비롯해 초음파 기기, 위·대장 내시경, 인체 모형 등이 빼곡히 들어섰고, 과거 수술 영상을 복기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됐다.

장진영 서울대병원 외과과장(췌담도외과 교수)이 지난달 28일 서울대병원 외과 술기교육센터에서 센터 설립 취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대병원]
장 과장은 “의정 갈등 사태로 필수의료의 취약성이 한꺼번에 드러났지만, 문제는 오래전부터 누적돼 왔다”며 “외과의사가 줄어든다고 한탄만 할 것이 아니라, 주어진 환경에서 전공의를 어떻게 제대로 키울지 고민한 결과가 이 센터”라고 말했다. 외과 전공의 수련 기간은 과거 4년에서 3년으로 줄었고, 근무 시간도 주 72시간(시범사업 기관 기준)으로 제한됐다. 그는 “줄어든 수련 시간을 밀도 높은 교육으로 보완하지 않으면 미래의 외과의사를 길러낼 수 없다”고 했다.

술기 교육을 특히 강조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복 수술이 줄고 복강경·로봇 수술이 보편화되면서, 전공의가 ‘어깨너머로’ 배우던 방식은 더는 통하지 않는다. 수술실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도 과거 6~7명에서 2명으로 크게 줄었다.

센터 구축에는 약 10억원이 투입됐다. 기부금과 교수들의 자발적인 분담으로 마련한 재원이다. 장 과장은 “과거처럼 ‘알아서 보고 배워라’는 방식이 아니라, 교수들이 직접 개입해 러닝 커브(숙련에 필요한 시간과 노력)를 줄이는 것이 목표”라며 “시뮬레이터를 활용해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하면 수술 안전성과 효율이 빠르게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교육을 받는 전공의들도 반기고 있다. 한 외과 전공의는 “다양한 수술 환경을 실제와 유사하게 경험하고 수술 전에 술기를 반복 점검하고 피드백을 받을 수 있어 수술 준비 교육이 훨씬 체계화됐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외과 술기교육센터에서 한 외과 전공의가 로봇수술 술기를 연습하고 있다. [사진제공 서울대병원]
최근 일론 머스크가 “3년 안에 AI 기반 로봇이 인간 의사를 앞지를 것”이라며 “의대에 갈 필요가 없다”고 언급한 데 대해서도 장 과장은 단호했다. 그는 “수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발언”이라며 선을 그었다. “백내장처럼 구조가 같고 표준화된 수술은 로봇이 상당 부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췌장·담도암처럼 환자마다 해부학적 구조와 염증 상태, 암의 진행 양상이 다른 수술은 자동화가 어렵다”고 말했다. 같은 병이라도 환자의 나이, 삶의 목표, 치료에 대한 의지에 따라 수술 범위와 시기 자체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그는 “외과 수술은 사이언스(과학)와 아트(예술)가 결합된 영역”이라며 “마지막 결정은 결국 인간 의사가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수의료 위기에 대한 진단도 냉정했다. 장 과장은 “외과의사 부족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라 선진국 공통의 현상”이라면서도 “지방에서는 간단한 응급 복막염 수술조차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응급 환자를 받는 순간 모든 책임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와 높은 소송 위험, 낮은 보상 체계가 젊은 의사들을 필수과에서 멀어지게 만든다는 지적이다. 그는 “응급 상황에 대한 대기와 위험을 제도적으로 보상하지 않으면 인력을 늘릴 수도, 수술의 질을 지킬 수도 없다”고 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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