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반 청년 세대에서 유행했던 ‘셔플댄스’가 최근 50·60대 중년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10·20대는 아이돌 그룹 ‘빅뱅’이나 드라마 ‘커피프린스 1호점’ 등 2000년대 콘텐트에 빠져드는 중이다. 첫 유행 때는 다른 세대가 주로 즐겼던 문화를 현대에 재소환해 ‘입덕(특정 분야나 인물 등을 좋아하기 시작함)’하는 이른바 ‘시차 입덕’ 현상이다. 소셜미디어에서 시청자나 구독자가 좋아할 만한 콘텐트를 분석·추천해주는 자동화 시스템인 알고리즘이 연령대별로 다르게 작동하면서 세대마다 각기 다른 유행이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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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만든 50·60 셔플 열풍…홍대 연습실 꽉 채웠다
50·60대에서 인기인 셔플댄스는 2011년 미국 가수 LMFAO 음악을 시작으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으로 유행했던 춤이다. 셔플은 리듬에 맞춰 발바닥을 지면에 끌 듯이 걷는 동작, 이른바 ‘런닝맨’ 동작이 주를 이뤄 비교적 따라 하기 쉬운 춤이라고 한다.
2일 한국셔플댄스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전국 24곳의 셔플 협회 지부에서 50·60대 회원 약 1000명이 열성적으로 활동하는 중이다. 지난달 22일 찾은 서울 마포구 홍대 클럽 거리 인근의 셔플 연습소는 춤을 배우는 50·60대로 가득했다. 유튜브를 통해 처음 셔플을 접하게 됐다는 함소이(59) 한국셔플댄스협회 홍대지부장은 “젊은 모델 몇 명이 유튜브에 나와서 춤을 추는데, 저 정도면 나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다른 수강생들도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을 통해 셔플을 발견했다고 한다. 지난해 7월부터 셔플을 배웠다는 이은희(58)씨는 “유튜브에서 셔플 강사들이 올린 춤 영상을 계속 보다 보니, 나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중년 모임에서도 셔플은 화제라고 한다. 채희범(63)·박춘성(60) 부부는 “노후에 부부가 함께할 수 있는 취미를 찾던 중 한 동료가 셔플을 귀띔해줘서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셔플 영상을 공유하며 구독자 25만8000명을 모은 인기 유튜버 ‘댄싱다연’ 고다연(60)씨는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유튜브에서 셔플댄스를 접해 1년 정도 독학하며 영상을 꾸준히 올린 것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했다. 전국 각지의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셔플 강좌도 인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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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생 빅뱅 팬”…재발굴되는 유행
10·20대는 2000년대 유행했던 아이돌과 드라마에 뒤늦게 '입덕'하고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을 통해 2000~2010년대 활동했던 ‘빅뱅’ ‘소녀시대’ ‘카라’ 등 아이돌을 재발견하면서다. 실제 과거 아이돌의 무대 영상에는 최근까지도 “2006년생인데 (빅뱅 노래) 거짓말은 내 친구들도 안다” “07년생인데 내가 소녀시대를 생각보다 오래전부터 알았고 좋아했구나 싶다”는 댓글이 달리고 있다. 2005년 방영했던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과 2007년 방영했던 ‘커피프린스 1호점’도 대표적인 재소환 드라마 중 하나다. 긴 드라마 회차를 한 시간 내외로 요약 정리한 유튜브 영상은 조회 수 100만회를 훌쩍 넘기는 중이다.
과거 한 시대를 풍미했던 문화를 현재로 끌어내 새로운 유행을 만들어내는 ‘시차 입덕’이 가능한 배경엔 알고리즘의 역할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장민지 경남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는 “과거의 콘텐트는 ‘캐기만 하면 되는 황금 땅’이나 다름없다”며 “특히 알고리즘을 통해 과거 자료가 다시 드러나고, 그것이 새롭게 유행하는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세대별로 달리 작동하는 알고리즘이 오히려 문화적 다양성을 촉진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김재인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HK연구교수는 “디지털·인공지능·플랫폼 시대에서는 한 번 존재한 콘텐트를 언제든 다시 찾아낼 수 있다”며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를 ‘온라인 탑골공원’에 비유했다. 고령층이 모여 추억을 나누는 서울 종로구의 탑골공원처럼, 각 플랫폼에서도 과거 콘텐트가 알고리즘을 통해 다시 모이고 소비되는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또 “오늘날 알고리즘을 통해 각 세대가 다른 세대의 문화를 소비하게 됐고, 이것이 문화 창작과 소비 다양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