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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의 오랜 난제…AI가 해결한다 [트랜D]

중앙일보

2026.02.02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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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 개발은 인류가 직면한 가장 어렵고 비용이 많이 드는 도전 과제 중 하나다. 하나의 신약이 실험실에서 환자의 손에 도달하기까지 평균 10년에서 15년이 소요되며, 투입되는 비용은 수조 원에 달한다. 더욱이 이러한 막대한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고도 성공률은 10%에 미치지 못한다. 이는 단순히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현상의 복잡성이 인간의 인지 능력을 넘어서는 영역에 있기 때문이다.

신약 개발의 오랜 난제를 해결하는 AI. 사진 제미나이



알파폴드 혁명…50년 난제의 해결


신약 개발의 핵심은 단백질 구조를 정확히 예측하는 것이다. 단백질은 아미노산이라는 작은 분자들이 특정한 순서로 연결되어 3차원 구조를 형성하는데, 이 구조가 단백질의 기능을 결정한다. 질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구조를 파악해야 이를 차단하거나 조절하는 약물을 설계할 수 있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하나의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 수년이 걸렸고, 때로는 실패로 끝나기도 했다.

더욱 어려운 점은 인체 내에 200억개 이상의 단백질 상호작용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복잡한 네트워크를 인간의 능력만으로 완전히 파악하고 약물을 설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신약 개발의 병목은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명 현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처리하는 계산 능력의 한계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것은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스템 ‘알파폴드’다. 2020년 알파폴드는 생물학계의 50년 난제로 불리던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하면서 과학계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왔다. 단백질의 3차원 구조를 예측하기 위해 반세기 동안 수많은 과학자들이 노력해왔지만 실질적인 돌파구를 찾지 못했던 과제였다.

2024년에는 더욱 진화한 ‘알파폴드3’가 출시되면서 그 영향력은 더욱 확대됐다. 알파폴드3는 단백질뿐 아니라 DNA, RNA 등 생명을 구성하는 분자 전체의 구조와 상호작용을 예측할 수 있게 됐다. 기존 방식과 비교했을 때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속도로 복잡한 생명 현상을 분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AI. 사진 알파폴드

알파폴드의 과학적 성취는 2024년 노벨 화학상 수상으로 공식적으로 인정받았다. 알파폴드를 개발한 데미스 허사비스와 존 점퍼가 이 영예를 안았으며, 이는 AI가 기초과학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 상징적 사건이었다. 현재 전 세계 300만명 이상의 연구자가 알파폴드를 활용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수행된 연구는 매일 수백 건씩 발표되고 있다. 과학계에서는 알파폴드가 “10억 년치의 박사과정 연구 시간”을 단축했다고 평가한다. 이는 단순한 과장이 아니라, 인간이 평생에 걸쳐 분석할 수 있는 단백질의 수와 알파폴드가 몇 시간 만에 분석하는 양을 비교했을 때 나온 수치다.

흥미롭게도 알파폴드의 의미는 단순히 연구 속도를 높인 것에 그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여러 단백질이 복합체를 이루는 경우의 구조를 예측할 수 있게 되면서, 완전히 새로운 치료 표적이 발견되고 있다. 이는 기존에는 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질환들에 대한 신약 개발의 문이 열리고 있음을 의미한다.

구글 AI 기술 기반 신약 스타트업. 사진 이소모픽 랩스



AI 신약의 임상 시험 시대 개막


알파폴드가 보여준 가능성은 이론에 머물지 않고 실제 신약 개발로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구글 딥마인드에서 스핀오프한 이소모픽 랩스다. 이 회사는 “AI로 모든 질병을 해결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내걸고 2025년 6억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소모픽 랩스의 행보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2026년 말까지 AI가 설계한 약물로 인간에게 임상 시험을 진행하는 계획이다. 실제로 인간을 대상으로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는 첫 사례가 된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미를 갖는다. 만약 이 임상 시험이 성공한다면 신약 개발의 패러다임은 완전히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한편 오픈AI(OpenAI)의 샘 알트먼이 투자한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는 더욱 근본적인 도전에 나섰다. 이 회사는 인간의 수명을 10년 연장한다는 목표 아래 설립됐다.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 치료제는 수십 년간 수많은 제약사들이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영역으로, 기존 접근법으로는 효과적인 치료제를 만들기 어렵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레트로 바이오사이언스가 오픈AI와 협력하여 개발한 AI 모델이다. 이 모델은 줄기세포 리프로그래밍 효율을 50배 향상시켰다. 줄기세포 리프로그래밍은 일반 세포를 다시 젊은 상태로 되돌리는 기술로, 노화 연구의 핵심 분야다. AI가 이 과정을 극적으로 개선했다는 것은 단순히 신약 개발을 넘어 생명 연장이라는 더 큰 목표에도 AI가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AI 신약 개발은 기술 트렌드를 넘어 인류의 건강과 수명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을 여는 운동이 되고 있다.

개인 맞춤형 의약품 개발의 시대. 사진 Freepik



의료 민주화와 새로운 희망


AI 신약 개발이 가져올 변화는 단순히 연구 효율성을 높이거나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을 넘어선다. 이는 본질적으로 ‘불가능의 영역’을 ‘가능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과거에는 치료법이 없어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알츠하이머, 특정 유형의 암, 희귀 유전 질환 등이 이제는 치료 가능한 영역으로 들어오고 있다. 알파폴드와 같은 AI 시스템이 발견한 새로운 치료 표적들은 기존 의학이 접근하지 못했던 질병의 근본 원인에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더욱 중요한 것은 AI 신약 개발이 궁극적으로 개인 맞춤형 의료의 시대로 나아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점이다. 현재의 의약품은 대부분 평균적인 환자를 대상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같은 병이라도 사람마다 효과가 다르게 나타난다. 그러나 AI는 개인의 유전 정보, 단백질 발현 패턴, 생활 습관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하여 그 사람에게 최적화된 치료제를 설계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넘어야 할 산은 여전히 존재한다. AI가 설계한 약물이 실험실에서 아무리 완벽해 보여도 실제 인체에서 안전하고 효과적인지는 임상 시험을 거쳐야만 확인할 수 있다. 현재 진행 중인 AI 신약들의 임상 성공률이 어느 정도일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 또한 빠른 속도로 개발되는 만큼 안전성 검증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AI가 신약 개발에 기여하는 것은 단순히 새로운 도구가 추가된 것이 아니라 인류가 질병과 노화에 대응하는 방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앞으로 몇 년 안에 우리는 AI가 설계한 최초의 승인 신약을 보게 될 것이며, 그때 비로소 이 혁명의 진정한 의미를 실감하게 될 것이다.




트랜D([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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