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 부부가 억만장자 사업가 제프리 엡스타인 관련 의회 청문회에 출석한다.
뉴욕타임스(NYT)는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의 변호인단이 최근 연방하원 감독위원회 위원장인 제임스 코머(공화·켄터키) 의원에게 ‘증언에 응할 테니 의회모독 고발 결의안 표결을 중단해달라’는 취지의 서한을 보냈다고 2일 보도했다.
이날 클린턴 전 대통령의 부비서실장인 에인절 우레나도 X(옛 트위터)를 통해 클린턴 부부의 청문회 출석을 밝히면서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선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앞서 클린턴 부부는 지난달 13일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한 하원 감독위원회 증언 요구를 거부했다. 이들은 감독위원회의 소환장이 "무효이고 법적으로 집행 불가능하다"면서 위원회의 조사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보호하기 위한 당파적 행태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클린턴 부부가 종전 입장을 바꿔 출석하기로 결정한 것은 의회 모독 혐의로 고발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지난달 21일 이들을 의회 모독 혐의로 고발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가결했다. 하원 감독위원회는 공화당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가결이 예상됐지만, 민주당 소속 의원들도 찬성표를 던지면서 클린턴 부부 측은 '의혹을 직접 해명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게 됐다. 특히 4일 예정된 본회의에서 해당 결의안을 표결에 부칠 가능성도 제기되면서 서둘러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풀이된다.
마이크 존슨 하원의장(공화)은 클린턴 부부가 출석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좋은 진전"이라며 환영하면서도, 클린턴 부부에 대한 모독죄 적용을 철회할지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에서 전직 대통령이 의회 청문회에 서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1912년 불법 선거자금 의혹으로 상원 청문회에 출석한 시어도어 루즈벨트 전 대통령과 1846년 공금 유용 의혹 연루 의혹이 제기된 존 타일러 전 대통령이 1846년 하원 청문회에 섰던 정도가 꼽힌다.
한편 클린턴 전 대통령은 과거 엡스타인과 친분을 유지하며 그의 전용기에도 여러 차례 탑승했다고 한다. 클린턴 전 대통령은 엡스타인의 성범죄가 드러나면서 '20여년 전 그와 관계를 끊었다'고 주장했지만, 지난해 미 의회가 엡스타인 관련 수사 기록 공개를 결정한 뒤 그가 엡스타인의 성범죄 피해자로 추정되는 여성과 욕조에 함께 있는 사진 등이 공개되면서 의혹이 확산했다.
힐러리 전 장관은 엡스타인을 만나거나 연락한 적이 없는데도 공화당 측에서 소환했다며 "정치적 흠집 내기"라고 반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