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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게 나가면 후퇴?…트럼프, EU와 FTA 체결한 인도에 "관세 인하"

중앙일보

2026.02.02 20:57 2026.02.0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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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50%에 달하던 인도에 대한 관세를 18%로 낮췄다.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 인도가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며 미국을 제외한 20억 인구가 참여하는 초대형 무관세 ‘자유무역 시장’을 완성한 지 6일만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진행한 핵심광묵 비축 계획인 '프로젝트 볼트'를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을 발언을 듣고 있다. EPA=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 인하 발표 직후 핵심광물에 대한 전략적 비축 계획을 공개하며 “1년 전 일을 다시 겪고 싶지 않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중국을 관세로 압박했지만, 희토류를 무기화한 중국의 대응에 결국 관세 인상을 철회하며 ‘타코(TACO·Trump Always Chickens Out, 트럼프는 언제나 물러선다)’ 논란을 빚었다.



“러시아 원유” 명분…구체적 계획 없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통화를 했다”며 “그(모디 총리)의 요청에 따라 상호관세를 25%에서 18%로 인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백악관은 러시아산 원유 수입에 대한 추가 보복관세 25%도 철회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되면 인도에 대한 관세는 기존의 50%에서 18%로 ‘수직 하락’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2월 13일 백악관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의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문제 삼으며 25%의 상호관세에 25%의 보복 관세를 추가해 인도에 50%의 관세를 일방적으로 부과해왔다. 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하고 미국과, 잠재적으로는 베네수엘라에서 더 많이 (원유를) 구매하기로 했다”는 점을 관세 인하의 배경으로 들었다. 또 “50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에너지·기술·농산물 등 높은 수준의 ‘미국산 구매’를 약속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인도의 미국산 원유 및 물품 구입과 관련한 구체적 계획이나 일정 등에 대해선 설명하지 않았다.

모디 총리는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관세 인하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러시아 원유 수입 중단 계획은 물론 미국 제품 수입 관련 언급은 하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이 “14억 인도 국민을 대표한다”며 인도의 거대한 시장 규모를 우회적으로 과시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20억 시장’서 美만 제외…관세 ‘수직 인하’

유럽 주요 매체들은 인도에 대한 관세 인하가 지난달 27일 체결된 EU와 인도의 FTA 합의 직후에 나온 점에 주목했다. 영국 BBC는 “트럼프의 관세 인하는 FTA 체결 이후 1주일도 지나지 않아 나온 조치”라고 의미를 부여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도 “FTA로 트럼프 대통령이 오히려 압박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27일 인도 뉴델리 하이데라바드 하우스에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운데)가 유럽집행위원회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오른쪽) 및 유럽이사회 안토니우 코스타 의장과 함께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인도와 유럽연합(EU)은 이날 2007년 이후 20년을 끌어왔던 자유무역협정(FTA)에 합의했다. AFP=연합뉴스
EU와 인도는 2007년부터 FTA 협상을 진행해왔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은 물론 전략적 파트너 국가들에게도 무차별적 관세 압박을 가한 이후 논의가 급진전됐고, 결국 20년만에 FTA 체결에 성공했다.

EU와 인도는 FTA 합의에 따라 교역품목 중 96.6%에 대한 관세를 철폐할 것으로 예상된다. 20억명의 인구와 세계 경제의 25%, 세계 무역의 3분의 1을 포괄하는 거대한 무관세 시장이 형성된다는 의미다. 관세로 ‘담’을 쌓은 미국이 참여할 공간은 제한될 가능성이 크다.

양측을 관세로 압박해온 트럼프 행정부는 불편한 반응을 보였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지난주 폭스 인터뷰에서 “미국이 세계화의 문제점을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와중에 EU가 오히려 세계화를 더욱 강화했다”며 탈(脫)미국에 가까운 움직임을 보인 유럽 국가들을 질책했다.

EU는 미국을 제외한 세계 주요 시장을 자유무역 지대로 엮는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해 12월 4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부부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부부를 공식 환영하고 있다. 두 정상 앞에 중국의 '오성홍기'가 놓여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U는 인도에 앞서 지난달 17일 브라질·아르헨티나·우루과이·파라과이의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 별도 FTA를 체결했고, 29일엔 베트남과 외교협력의 최고단계로 평가되는 ‘포괄적 전략동반자 관계’로 관계를 격상하기로 합의했다. EU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회원국과 해당 협정을 맺은 건 처음이다.

박경민 기자
협력 대상엔 미국과 대척점에 선 중국까지 포함됐다. 지난해 12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만났다. 지난달엔 아일랜드, 핀란드 정상도 베이징을 찾았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이달 중국을 방문한다. 모두 대규모 경제 사절단을 동행했거나, 동행할 예정이다.

EU 회원국은 아니지만 미국의 핵심 동맹인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도 시 주석과 베이징 정상회담을 했다. 영국 총리의 방중은 2018년 이후 8년만이다. 또 다른 핵심 동맹인 캐나다의 마크 카니 총리도 지난달 시 주석을 만나 양국 관계를 ‘새로운 전략 동반자’ 관계로 격상시켰다.
키어 스타머 영국 총리가 지난달 29일 중국 베이징에서 시진핑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 앞서 악수를 하고 있다. 영국 총리의 중국 방문은 2018년 이후 8년만이다. 로이터=연합뉴스

동맹국들의 ‘반란’에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병합에 반대하는 유럽 8개국에 10%의 보복 관세 부과 계획을 밝혔지만, 유럽이 ‘맞불 관세’로 맞서자 계획을 철회했다. 또 프랑스 와인에 200%, 캐나다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조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희토류 후퇴’ 트럼프…“다시 겪지 않겠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핵심광물 비축을 위한 ‘프로젝트 볼트(Project Vault)’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희토류 등 핵심 광물 비축 계획을 공식 발표하고 있다. '프로젝트 볼트'로 명명된 해당 계획은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에 맞서 120억 달러를 투입해 주요 광물을 비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EPA=연합뉴스
미 수출입은행(EXIM)의 100억 달러 대출과 민간 자본 20억 달러를 합한 120억 달러(약 17조 4690억원)를 마련해 희토류를 포함한 핵심광물을 대거 비축하는 계획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획을 발표하며 “비록 해결되긴 했지만 1년 전과 같은 일을 다시는 겪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취임 첫해 중국에 대한 대대적 ‘관세 압박’에 나섰다가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로 맞서면서 오히려 미국을 압박했던 사태를 지칭한 말이다. 희토류는 첨단 기술 분야와 방위산업 등에 필요한 핵심 소재로, 중국이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0%, 정제·가공은 80% 이상을 틀어쥐고 있다.
신재민 기자

핵심광물 비축 프로젝트는 오는 4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주최하는 핵심광물 장관급 회의에서도 주요 의제로 다뤄질 예정이다. 회의엔 조현 외교부 장관 등 주요 동맹국 외교장관들이 참석한다.



강태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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