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우충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축구계를 뒤흔들었던 변수는 결국 결과를 바꾸지 못했다. 카림 벤제마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강한 반발과 경기 보이콧 선언에도 불구하고 알 이티하드를 떠나 알 힐랄 유니폼을 입었다.
알 힐랄은 3일(이하 한국시간) 공식 채널을 통해 벤제마 영입을 발표했다. 알 힐랄은 벤제마가 1년 반 계약을 체결했으며, 나와프 빈 사드 왕자가 이끄는 구단 경영진 주도로 모든 행정 절차가 완료됐다고 밝혔다.
벤제마는 2023년 여름 세계 축구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알 이티하드로 이적했다. 천문학적인 조건 속에 사우디 무대를 선택했지만, 현지 생활은 기대만큼 순탄하지 않았다. 누누 에스피리투 산투 감독 체제에서 시작된 갈등설은 이후 마르셀로 가야르도 감독 시기까지 이어졌고, 훈련 참여 문제와 태업 논란까지 겹치며 여러 차례 구설에 올랐다. 한때는 유럽 복귀 가능성까지 거론됐다.
그럼에도 벤제마는 사우디 무대에서 세 시즌을 소화하며 일정 수준의 경쟁력을 유지했다. 시즌이 거듭될수록 그의 거취를 둘러싼 논의는 재계약 조건으로 옮겨갔다. 문제는 계약 내용이었다. 벤제마의 기존 계약은 올여름 만료 예정이었는데, 사우디 프로 리그 측이 제시한 재계약안은 실질적인 연봉이 거의 없는 구조로 알려졌다. 2030년까지 유지되는 초상권 수익을 제외하면, 사실상 무보수에 가까운 조건이었다.
이 시점에서 알 힐랄이 접근했다. 안정적인 우승 전력 유지와 국제 경쟁력 강화를 동시에 노린 선택이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강한 반발이 터져 나왔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였다.
글로벌 매체 ESPN에 따르면 호날두는 사우디 국부펀드인 사우디 국부펀드가 자신이 속한 알 나스르에는 충분한 투자를 하지 않으면서, 경쟁 구단들에는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호날두는 항의 차원에서 경기 출전을 거부하는 초강수를 뒀고, 이는 리그 전반을 뒤흔드는 사안으로 번졌다.
호날두의 불만 배경에는 성과 부재가 자리한다. 그는 알 나스르 이적 이후 리그 득점왕을 두 차례 차지했지만, 팀 차원의 메이저 트로피는 아직 손에 넣지 못했다. 현재 리그 판도 역시 알 힐랄이 승점 47로 선두를 달리고, 알 나스르가 승점 46으로 바짝 뒤쫓는 구도다. 이런 상황에서 최대 경쟁자인 알 힐랄이 벤제마까지 품는 시나리오는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해석이다.
골닷컴 역시 호날두가 알 힐랄의 전력 강화와 달리 알 나스르가 제한된 보강에 그친 점에 강한 불만을 품고 있다고 전했다. 두 구단 모두 국부펀드 관리 체계 아래 있지만, 체감하는 투자 수준은 다르다는 인식이 갈등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호날두의 반대와 보이콧 선언에도 불구하고, 이적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벤제마는 알 힐랄 선수로 등록되며 사우디 리그 내 세 번째 소속팀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게 됐다. 이로 인해 정체 상태에 놓였던 유세프 엔 네시리의 알 이티하드 이적, 은골로 캉테의 유럽 이적 논의 역시 다시 속도를 낼 가능성이 커졌다.
사우디 리그의 권력 구도와 스타 플레이어의 영향력이 정면으로 충돌했던 이번 사안은, 결국 구단 중심의 결정으로 마무리됐다. 벤제마의 알 힐랄 합류는 단순한 선수 이동을 넘어, 사우디 축구 내부 질서가 어디에 무게를 두고 있는지를 분명히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