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50만 관객 시대’를 연 국립중앙박물관(국중박)이 관람 환경 개선을 위해 개관 시간을 30분 앞당기고 상설전시관 정기휴무일을 늘린다. 이르면 상반기내 도입하려 했던 사전예약제가 내년으로 늦춰지면서 올해도 600만 이상 관객 쏠림이 예상된다.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일 박물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는 박물관’을 넘어 일상에서 누구나 참여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정립하는 내용의 2026년 박물관 운영 계획 및 비전을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오는 3월 16일부터 개관 시간이 현행 오전 10시~오후 6시에서 오전 9시30분~오후 5시30분으로 바뀐다. 매주 수요일과 토요일 야간개장(오후 9시까지)은 그대로 유지된다.
연 2회 실시해온 상설전시관 정기휴관도 3월 개편에 맞춰 연 4회(3·6·9·12월 첫째 주 월요일)로 늘린다. 올해 정기휴관일은 6월1일, 9월7일, 12월7일이다. 기획전시관을 포함한 박물관 전체 휴관(1월1일과 설 및 추석 당일)은 현행대로 유지된다.
유 관장은 “지난 1월 한달간 관객 숫자가 67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1만명)보다 30% 늘었다. 매주 16만명씩 들고 있어 이런 추세라면 올해 700만은 몰라도 600만은 넘길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숫자보다 (관람의) 질을 높여야 한다. (이번 조정은) 관람 편의와 시설 보수 여건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소개했다. 박물관 측에 따르면 개막 두달째인 특별전 ‘우리들의 이순신’에 누적 17만3000여명이 찾는 등 관객 증가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혼잡 완화 차원에서 유료화 사전단계로 예고한 고객정보통합관리(CRM) 체계는 예정보다 1년가량 늦춰져 내년 상반기에나 가동될 전망이다. 이애령 학예연구실장은 “온라인 예약만 하는 게 아니라 발권 시스템과 연동하고 QR코드를 통한 관람 동선 파악 등을 전체적으로 하려다보니 개발 범위가 커졌다”면서 “올해까진 현장 근무자를 확충하는 등 밀집 분산 조치를 하겠다”고 했다.
올해 주요 특별전으론 K푸드의 세계적 관심에 맞물린 ‘우리들의 밥상’(7월1일~10월25일)을 예고했다. 우리 음식 문화의 원형과 변천 과정에 대한 종합전시 성격으로 ‘다호리 출토 감 담긴 칠그릇’ 등 300여점이 출품된다.
국내 처음으로 대규모 개최되는 ‘태국미술’(6월16일~9월6일) 특별전에는 방콕국립박물관 등 태국 내 21개 국립박물관 소장품 203건 227점이 출품돼 태국 문화와 미술을 왕실과 불교라는 키워드로 조명한다.
이밖에 영국 빅토리아앤앨버트(V&A) 박물관과 교류 전시 ‘마리 앙투아네트 스타일’(12월18일~내년 3월31일)도 호기심을 끌 전망이다.
우리 문화유산의 해외 나들이는 확대된다. 이건희 회장 기증품의 국외 순회전은 미국 시카고박물관(3월7일~7월5일)과 런던의 영국박물관(10월1일~내년1월31일)으로 이어진다. 미국 클리블랜드박물관에선 ‘중세 한국의 지옥 시왕과 사후세계’(10월11일~내년 1월3일)가,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선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 교환전시 ‘한국미술의 보물상자’(2월10일~4월5일)가 열린다. ‘황금의 신라’를 주제로 국립경주박물관이 주최하는 전시는 프랑스 국립기메동양박물관(5월20일~8월31일)과 중국 상하이박물관(9월23일~내년1월18일)에서 잇따라 열린다.
상설전시실 개편도 계속된다. 2월 26일 재개관하는 서화실에선 작품 교체 주기에 맞춰 매 분기 국보·보물급 ‘원포인트 명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첫 주인공은 겸재 정선이다. 접힌 채로 전시돼 실제 크기를 가늠하기 힘들었던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는 디지털 고화질로 실사 출력한 복제본(6.26x4.15m)이 상설전시관 복도 ‘역사의 길’에 걸리게 된다.
박물관 측은 지난해 큰 호응을 받은 ‘국중박 분장놀이’를 국민 참여형 문화축제로 확장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각 소속박물관이 주최하는 지역예선(6~8월)을 거쳐 결선(9월)을 국중박에서 여는 방식이다. 유 관장은 “가면이 가진 매력을 활용해 서양의 핼러윈과 같은 축제로 자리 잡게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