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나랏돈을 들여 만드는 노인 일자리 수가 올해 역대 최대로 늘면서, 고용지표 ‘착시’도 한층 심해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65세 이상 가운데 일하고 있는 사람 비중이 늘면서 전체 고용률이 올라가고 있지만, 청년층을 중심으로 일자리 한파는 여전해서다. 고령층 빈곤 문제를 개선하는 노인 일자리 사업의 순기능은 살리되, 경기 판단을 흐리게 하는 건 막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한 상황이다.
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노인 일자리를 역대 최대 규모인 115만2000개 공급할 예정이다. 지난해 목표치인 109만8000개보다 5만4000개(4.9%) 늘렸다. 이를 위해 국비ㆍ지방비 등 총 5조원가량의 예산을 투입한다.
노인 일자리는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늘고 있다.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계속 일 하기를 원하는 고령층도 늘고 있지만, 민간이 이를 다 수용하지 못하다 보니 공공 부문 의존도가 커지는 추세다. 사업 시행 첫해인 2004년 3만여 개 수준이던 노인 일자리는 2014년 33만여 개, 2018년 54만여 개로 늘었고 2024년 107만 개를 돌파했다.
65세 이상 인구 대비 노인 일자리 수의 비중도 커졌다. 2004년 노인 일자리는 약 3만5000개로 당시 65세 이상 인구(413만 명)의 0.9% 정도에 불과했다. 이 비중은 10년 뒤인 2014년 5.2%로 커졌고, 2024년에는 10.5%로 최고치를 찍었다. 보건복지부는 2027년까지 노인 인구의 10%, 2028년부터는 10.7% 수준으로 노인 일자리를 확대해 고령화 문제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장래인구추계를 고려하면 2044년에는 노인 일자리가 192만5000개 이상으로 불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이렇게 한번 늘린 일자리는 좀처럼 줄이기 어렵다는 점이다. 2022년 출범한 윤석열 정부가 긴축재정 기조를 내세우며 공공형 노인 일자리 6만1000개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가 거센 역풍을 맞은 게 대표적이다. 당시 윤 정부는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자 예전 수준을 유지하겠다며 급선회했다. 2024년 예산안에는 전년 대비 14만7000개 늘어난 103만개의 노인 일자리 창출 계획을 담기도 했다.
노인 일자리는 ‘고용 통계 착시’ 문제도 일으킨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해 15세 이상 고용률은 62.9%로 1963년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취업자 수도 전년 대비 19만3000명 늘었다. 하지만 경기 상황이 좋아졌다고 보긴 어렵다. 노인 일자리 등의 영향으로 65세 이상 고용률은 1.3%포인트 증가한 반면,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1.1%포인트 하락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실업률이 2.8%라지만 청년층만 떼어 보면 6.1%에 달한다. 고령층 실업률이 1월과 12월에만 뛰는 현상도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60세 이상 실업률은 8.4%로 최근 5년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월에도 7% 기록해 1~3%대인 다른 달보다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는 노인 일자리 사업이 1월 초중순 시작해 12월 초중순 종료되기 때문이다. 데이터처는 매월 15일을 포함한 주에 1시간 이상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본다. 환경미화 등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에 참여해 월 29만원을 벌어도 취업자다. 하지만 이 기간 노인 일자리 사업이 공백이면 참여 예정자들이 대거 실업자로 분류되면서 일시적으로 실업률이 튄다.
노인 일자리가 고령화 문제 해소에 기여하는 건 사실이다.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은 노인 일자리가 참여 노인의 가구 빈곤율을 4~6% 완화하고, 전체 노인빈곤율을 1% 정도 낮춘다는 연구 결과를 최근 소개했다. 이외 건강 증진, 사회적 관계 개선 효과도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민간 고용 확대와 일자리 질 개선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한다. ‘고용 통계 착시’를 줄이려는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국도 보고서에서 “공공 일자리의 비율이 커지면서 전체 취업자 수만으로 실제 고용 상황, 경제 상황을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려워졌다”며 “대안적 지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미국도 취업자 수를 민간과 정부 부분으로 구분해 발표하고 있다.
김가원 한국노인인력개발원 부연구위원은 “고용 통계의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전체 고령 취업자 중 공익활동형 노인 일자리 참여자 비중을 보조지표로 병기하는 등 보완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베이비붐 세대 노인의 축적된 경험과 생애 경력을 활용한 숙련형 일자리, 사회문제 해결에 기여하는 가치창출형 일자리 모델도 지속적으로 개발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