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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찜한 조선 왕실 일월오봉도, ‘케데헌’ 바람에 관심 폭발했죠”

중앙일보

2026.02.02 23:33 2026.02.03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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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에서 1일(현지시간) 막 내린 이건희 컬렉션 순회 전시 폐막일에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우고 있다. 오른쪽에 걸린 게 조선 왕실 병풍 일월오악도(일월오봉도)다. 사진 NMAA

총 7만9111명.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재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막 내린 이건희 기증품 특별전 ‘Korean Treasures: Collected, Cherished, Shared(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의 두달 보름간 관람객 숫자다. 이곳 특별전 평균의 두 배 넘는 규모다. NMAA에서 2018년부터 일하면서 이번 전시를 담당한 큐레이터 황선우(46)씨는 2일 화상 인터뷰에서 “첫 전시 기획이었는데 뜨거운 반응에 뿌듯하다”면서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일주일 지각 개막한 데다 최근 폭설 한파로 사흘간 문 닫은 탓에 관객들이 폐막을 더욱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15일 개막한 전시는 NMAA 특별전으론 이례적으로 2개 층을 아우르며 삼국시대부터 20세기까지 총 205건 330점(국보 7건, 보물 15건 포함)을 선보였다. 10개 주제로 나뉜 전시장의 입구를 장식한 건 조선시대 책가도 6폭 병풍. 마무리 섹션에선 이 책가도에 그려진 도자기나 연적·책 등의 문구류를 진열함으로써 뿌리 깊은 수집의 전통과 그렇게 보존된 유물의 감흥을 전달했다. 이를 통해 한국 미술의 장구한 역사성뿐 아니라 이를 아우른 이건희 컬렉션을 집약하고자 했다.

1월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컬렉션 해외 순회전에서 관람객들이 작품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미국 관객도 삼성이나 이건희는 알지만 기증 규모가 2만3000점이나 된다는 데 놀라더라고요. 기증 문화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규모라면서요. 수집과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려 한 전시 의도가 통한 것 같습니다.”

이건희 기증품 해외 순회전이 추진된 건 국내 순회전이 마무리된 2022년 즈음. 시카고박물관의 한국실 담당 지연수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이 뜻을 모았고, 이를 전해 들은 황 큐레이터도 NMAA에 적극 개진했다. NMAA가 1923년 사업가 찰스 랭 프리어의 아시아 미술품 기증에 힘입어 개관했다는 역사성과도 맞물렸다. “NMAA 소장 한국 작품이 주로 도자기라서 한국미술 전반을 훑을 수 있게 전시를 구성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출품된 일월오악도(일월오봉도). 조선 왕실 6폭 병풍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돼 이번에 미국에서 선보였다.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2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한국의 보물-모으고, 아끼고, 나누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조선시대 궁중 회화 ‘임진진찬도’를 감상하고 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그 중 특히 주목받은 게 조선 왕실 미술 섹션에 포함한 일월오악도(일월오봉도)다. 궁궐 어좌(임금이 앉은 의자) 배경에서 빠지지 않는 데다, 같은 섹션에 전시되는 8폭 병풍 기록화 ‘고종 임진진찬도’에도 작게 포함돼 있어 일찌감치 골라놨다. 그런데 지난해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광풍을 일으키면서 황씨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 됐다. 박물관에선 지난 1월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를 열어 가족 관객을 불러모았고 “여기 나오는 그림을 지금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발길을 끌기도 했다.

순회전의 첫 전시라서 삼성가도 1월28일 열린 갈라디너에 총출동하는 등 관심을 아끼지 않았다.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재용 삼성 회장은 전시품 가운데 리움미술관 소장인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국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고 한다. 이병철 삼성 창립주가 생전에 가장 아낀 자기로 알려져 있고, 미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씨에 따르면 NMAA에도 이것과 똑같이 생긴 고려청자가 있는데, 프리어 기증품 중 하나라고 한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 소속으로 이번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담당한 황선우 큐레이터가 관람객들에게 유물 설명을 하고 있다. 사진 황선우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 출품된 청자 동화연화문 표주박모양 주전자(靑磁 銅畵蓮花文 瓢形 注子, 국보).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라고도 불린다. 삼성 리움미술관 소장품으로 이번에 미국에서 선보였다. 사진 국가유산포털
미국 시카고대 석사 후에 동국대 불교미술 박사 과정을 수료한 황씨는 2018년 NMAA에 인턴십으로 처음 발을 들였다. 펠로우 근무 중에 2024년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한국전문 기금 큐레이터로 선발됐다. 이번 전시 기획은 동료 큐레이터 키스 윌슨, 캐롤 허와 공동작업이다.

미국 워싱턴 D.C.의 스미소니언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ational Museum of Asian Art) 소속으로 이번 이건희 컬렉션 전시를 담당한 황선우 큐레이터. 사진 황선우
“스미소니언의 초창기 한국 컬렉션이 1882년 조미수호통상조약 이후에 수집된 것들이에요. 한국을 보는 시선이 한정적인데, 이번에 수준 높은 작품들이 전 시대를 아우르며 소개돼 박물관장을 비롯해 모두가 고무돼 있답니다. 요즘 한국이 얼마나 핫한지 전시회에 곁들인 뮷즈(박물관 굿즈)도 일찌감치 매진돼서 직원들까지 경쟁적으로 샀어요(웃음).”

이건희 기증 순회전은 오는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Korean National Treasures: 2000 Years of Art(한국의 국보: 한국미술 2000년)’이란 이름으로 이어진다.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는 대서양을 건너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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