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가 급증하자 증권사들이 잇따라 대출 빗장을 걸어 잠갔다. 하루 사이 급락과 급등을 오가며 시장의 변동성이 커진 가운데, 신용거래융자와 증시 대기자금도 사상 최대치 기록을 이어갔다. 투자 과열에 대한 경고등도 함께 켜졌다.
한국투자증권은 증권담보대출 신규 취급을 중단한다고 3일 밝혔다. KB증권도 이날부터 대출 한도를 일시적으로 제한한다고 안내했다. NH투자증권도 4일부터 신규 대출을 막고, 재개 이후에는 C등급 종목의 신용ㆍ대출 한도를 종전 각 1억원에서 5000만원씩으로 낮춘다.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신용공여가 빠르게 늘면서 한도가 소진돼 대출 제한 조처를 했다”고 말했다.
증권사는 법에 따라 자기자본 규모만큼(최대 100%)만 신용거래융자나 담보대출을 해줄 수 있다. 증권사에서 자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하는 방식이다. 코스피가 5000 달성의 대기록을 세우는 사이, 일부 중소형 증권사들은 한도 소진에 대출 서비스를 닫았다 열기를 반복한 이유다. 최근 DB투자증권과 다올투자증권도 증권담보대출을 일시 중단했다가 이날부터 재개한다고 밝혔다.
한국 증시가 신기록을 써 내려 가는 동안 ‘빚투’ 규모도 연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국내 증시의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사상 처음 3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 2일엔 30조4731억원으로 최고치 갱신을 이어갔다. 전 거래일 대비 1952억원(0.64%)이 늘었고, 특히 유가증권시장(20조982억원)에서 처음으로 20조원을 넘어섰다. 한 달 전과 비교해 3조원 이상 불어났다.
개인 매수의 상당 부분은 이런 신용거래를 동반했을 가능성이 있다. 치솟는 지수 만큼 ‘빚투’ 규모도 따라 늘어나는 배경이다.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차기 의장 지명에 따른 이른바 ‘워시 쇼크’를 계기로 코스피가 5000선 아래로 밀린 지난 2일 개인투자자의 순매수는 4조5873억원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썼다.
투자 대기 자금도 사상 최대 수준이다. 투자자 예탁금은 지난달 27일 첫 100조원을 넘어선 데 이어, 지난 2일에는 111조2965억원으로 전 거래일 대비 5조2640억원(4.96%)이 늘었다.
‘빚투’는 상승장에서는 수익을 극대화하는 수단이지만, 변동성 국면에선 위험 요인으로 돌변할 수 있다. 신용거래의 경우 주가가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면 담보비율 미달로 자동 매도(반대매매)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지수가 하락하면 담보 부족을 부르고, 반대매매 물량이 다시 지수를 끌어내리는 악순환이 재현될 수 있다.
최근 시장 곳곳에서는 과열 신호도 감지된다. 3일 코스피는 하루 만에 338.41포인트(6.84%) 상승한 5288.08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최고치 기록을 갈아 치웠다. 전날 매도 사이드카(일시 효력 정지)를 부른 역대급 급락장은 단 하루 만에 반전됐다. 이날 코스피는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될 정도의 급등세를 보이며 역대 최대 상승폭의 기록을 다시 썼다.
여전히 코스피 추가 상승에 대한 전망이 앞서는 가운데, 변동성이 큰 장세에서는 ‘빚투’와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50일 이격도(주가 평균선과의 거리)가 과열 기준을 웃돌면서(118%), 조정보다는 ‘포모’(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심리)가 극대화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며 ”추가 상승은 가능하지만 단기 변동성이 커질 수 있어, 이 시점에서의 추격 매수보다는 분할 매수나 조정 후 매수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