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민경락 특파원 = 미국이 중재한 '일시 휴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설을 겨냥한 대규모 공격을 재개했다.
미·러·우크라이나 3자간 종전회담에서 주도권을 쥐고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압박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러시아가 밤새 드론 450대, 미사일 60발 이상을 동원해 우크라이나를 공격했다고 밝혔다.
공격은 수도 키이우와 제2 도시 하르키우, 남부 물류거점 오데사 등 우크라이나 전역을 상대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DTEK은 이번 공격으로 화력발전소 설비가 상당한 손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하르키우에서는 에너지 인프라가 3시간 넘게 공격받으면서 난방·전력 공급이 끊어진 가구가 속출했다. 이날 하르키우의 기온은 영하 26도까지 떨어졌다.
키이우에서는 아파트 3동과 유치원 건물 1곳이 파괴됐다. 지역 당국에 따르면 러시아 공격으로 키이우의 아파트 1천170동에 난방 공급이 끊긴 상태다. 북부 도시 수미에서도 아파트 2동이 피격됐고 중·서부 지역의 에너지 시설도 공격받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잠시 멈췄던 러시아의 에너지 시설 공격이 재개되면서 긴장 완화 기대는 물거품이 되는 분위기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이번 '에너지 휴전'이 지난 달 30일부터 일주일간 유효하다고 밝혔지만 러시아는 이달 1일까지라고 선을 그었다.
시비하 장관은 이날 "러시아가 기온이 떨어지는 것을 기다린 뒤 우크라이나 에너지 시스템을 공격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는 시민을 위협하고 있다"라며 "3자회담의 외교적 노력도, 미국과 에너지 시설 공격 중단 약속도 이런 러시아를 막지 못했다"고 썼다.
전쟁 후 처음으로 3자 회담이 열리는 등 종전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동시에 러시아의 공세 수위도 날로 높아지고 있다.
이날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좋은 소식이 나올 것"이라며 종전 협상 관련 진전을 시사했지만 러시아는 에너지 시설 공격을 재개하며 우크라이나를 압박했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 등 분석에 따르면 러시아가 지난달 점령한 우크라이나 영토는 약 481㎢로 전달의 배에 달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장 빠른 진격이라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종전 협상 과정에서도 '군사적 승리'를 공언하며 우크라이나에 영토 양보를 종용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가 돈바스(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루한스크주)에서 완전히 철군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우크라이나는 이를 거부한다. 도네츠크 지역에 이른바 '자유경제지대'를 설치하자는 미국의 제안도 우크라이나의 철군을 전제로 해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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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경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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