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유럽에서 미국의 가장 강력한 우방으로 꼽히던 덴마크에서 주민들의 10명 중 6명은 이제 미국을 우방이 아닌 적대 세력으로 여긴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현지 방송 DR에 따르면 최신 여론 조사에서 '미국이 우방이냐, 적대 세력이냐'는 물음에 응답자의 60%는 미국을 적대 세력이라고 응답했다. 우방으로 간주한다는 대답은 17%에 그쳤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달 초부터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를 차지하기 위해 군사력 동원도 불사하겠다고 거듭 위협하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을 뒤흔들어 놓은 여파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무력은 사용하지 않겠다며 일단 한발 물러나 그린란드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 확보를 목표로 덴마크, 그린란드 당국과 대화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은 덴마크와 그린란드 내에서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나토 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 전선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고 주장하며 파병 동맹국들을 폄하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도 덴마크를 비롯한 동맹국의 거센 반발을 불렀다.
9·11테러의 주범인 오사마 빈 라덴과 그의 비호 세력인 탈레반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미국이 주도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서 목숨을 잃은 덴마크 군인은 44명에 달한다. 이를 인구 100만명당 전사자 수로 환산하면 7.7명으로 미국(7.9명)에 이어 2번째에 해당한다.
아프가니스탄 등 전장에서 미군과 함께 싸웠던 덴마크 참전용사 수백명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 파병군 폄하 발언에 배신감과 분노를 드러내며 지난 달 31일 코펜하겐 시내에 있는 아프가니스탄 전몰 용사 추모비에서 미국 대사관까지 침묵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앞서 코펜하겐에서는 지난 달 17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규탄하는 대규모 규탄 시위가 열렸다.
덴마크는 1949년 발족한 나토 창립 멤버 12개국 중 하나로, 사담 후세인 정권 전복과 대량살상무기 제거를 명분으로 한 이라크전, 아프가니스탄전 등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전투병을 파병해 희생을 치렀다. 이라크전에서도 덴마크군 8명이 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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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윤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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