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장우영 기자] 클론 구준엽과 대만 배우 故서희원의 아름다운 사랑, 그리고 죽음이 갈라 놓은 이별을 ‘셀럽병사의 비밀’이 파헤졌다.
3일 방송된 KBS2 ‘셀럽병사의 비밀’에서는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기 힘든 ‘첫사랑과의 재회’를 기적으로 완성해 낸 구준엽과 서희원 부부의 이야기가 집중 조명됐다.
방송 화면 캡처
구준엽이 속한 클론은 1996년 한국을 강타했다. 임진모 음악 평론가는 “클론이 등장했을 때는 충격을 넘어 혁명이었다. 이들 이전에 현진영과 와와, 서태이와 아이들, 듀스 등이 있었다. 그들이 미국 힙합, 팝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면, 클론은 서구적인 영향에다가 한국적인 요소가 더해졌다”고 분석했다. 구준엽과 강원래는 현진영과 와와 출신으로, 대한민국 춤꾼들이 모이는 이태원의 한 클럽에서 이름을 알리다 기획사와 계약해 1996년 데뷔했다. 당시 구준엽이 머리를 민 이유는 탈모 걱정 때문으로, 아버지가 탈모가 심해서 유전으로 알려진 만큼 일찌감치 삭발을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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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론은 데뷔 2년차에 홀연히 대만으로 떠났다. 임진모 평론가는 “클론을 보고 일본에서 엄청난 반응이 있었는데, 이들의 강렬한 이미지 때문에 일본 가요계가 초토화될 것을 걱정하고 거부했다. 그래서 클론이 대만을 가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선글라스, 배꼽티, 삭발도 금지였지만 대만은 이러한 부분에서 자유로웠기에 클론의 대만 내 인기는 엄청났고, 구준엽은 대만 여성들이 꼽은 가장 섹시한 남자 1위에 선정되기도 했다. 당시 대만 총통의 손녀도 클론의 팬클럽 회원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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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과 서희원은 대만의 한 예능에서 만났다. 대만판 ‘꽃보다 남자’에서 인기를 얻으며 국민 배우로 올라선 서희원은 그 예능에서 구준엽의 연애 여부를 묻는가 하면 집으로 초대했다. 대만 문화 평론가는 “서희원의 한국 문화를 좋아했다. 자주 한국을 여행했고, 어느 날 구준엽의 공연을 보고 서희원이 먼저 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두 사람이 사귀게 됐는데 당시에는 아무도 몰랐지만 외투 하나 함꼐 두른 걸 파파라치가 찍으면서 앎려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9살의 구준엽과 22살의 서희원은 그렇게 연애를 시작했지만 구준엽의 소속사에서 활동에 집중해야 하지 않냐며 반대해 결국 이별을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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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구준엽은 클론으로, 서희원은 작품 활동으로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톱스타가 됐다. 이 가운데 서희원은 2011년 한 사업가와 결혼해 두 아이를 낳았지만 결혼 10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결별 당시 마음을 정리하지 못했지만 악플 등으로 힘들어했던 서희원을 보며 이별을 선택한 구준엽은 이혼 소식을 듣고 전화를 걸어 재회가 이뤄졌다. 김이나는 “당시 서희원이 MC를 맡은 방송을 보면 갑자기 눈물을 쏟아내는가 하면 많이 힘들어했던 것 같다”고 전했고, 이낙준은 “대부분 첫사랑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데 그때 뇌는 새로운 자극에 민감하다. 자이가르닉 효과(끝난 일보다 끝나지 않은 일을 사람의 뇌가 훨씬 더 강하게 기억하고 집착하는 현상) 때문에 두 사람에게 더 깊게 인상이 남은 것 같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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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과 서희원의 재회 후 대만에서는 ‘휴대전화 번호는 20년 동안 바꾸면 안된다’는 말이 유행하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과 대만을 떠들썩하게 한 두 사람의 사랑이었지만 서희원의 전남편은 근거 없는 루머를 쏟아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낙준은 “서희원이 심장이 약하다고 했는데, 심장 승모판 일탈증이 있었다. 정상이라면 좌심실 수축 시 승모판이 닫혀서 피가 역류하지 않아야 하는데 서희원은 판막 중 하나인 승모판이 헐거워진 상태였다. 이 질환이 있다고 무조건 역류하는건 아니지만 역류가 발생하면 피가 새니까 더 세게 많이 보내야하기에 심장 과부하와 피로가 오면서 기능이 저하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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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코로나19 때문에 대만에서는 외국인 입국을 막았지만 예외적으로 가족은 허용됐기에 구준엽은 서희원에게 결혼을 제안했고, 영상 통화로 프러포즈를 했다. 구준엽이 구청에 가서 혼인 신고를 한 뒤 대만으로 향했고, 두 사람은 부부가 됐다. 그러나 서희원은 당시 건강 상태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이낙준은 “서희원이 둘째를 낳을 때 발작을 일으켜 응급실에 실려갔었다고 하더라. 임신 20주 이후의 발생할 수 있는 고혈압과 단백뇨를 동반하는 질환은 자간전증(임신중독증)이라고 한다. 임신성 고혈합으로 심각한데, 승모판 일탈증이 있으면 임신중독증 발생 확률이 상승하고 임신중독증이 발생하면 승모판 일탈증 악화 요인이 된다. 이런걸 우리가 악순환의 고리라고 한다. 이때 치료법은 아이를 낳은 것 뿐으로, 서희원은 몸이 회복되기 전에 제왕절개로 출산을 했을 거다. 문제는 그 이후로, 서희원이 열흘 동안 혼수상태였다고 한다. 뇌에 산소 공급이 붕괴되면서 경련과 발작이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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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준엽은 서희원을 지극정성으로 보살폈고, 서희원 또한 건강을 회복하면서 두 사람은 행복한 가정을 이뤘다. 전남편에게서 시작된 가짜 뉴스가 이어지기도 했지만 구준엽은 신경쓰지 않았고, 대만에서 DJ 공연을 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을 이어갔다. 광고와 방송을 싹쓸이하는 등 러브콜을 받은 구준엽은 열심히 일하며 가족의 보금자리를 준비했다. 서희원의 동생 서희제는 “형부가 돈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대만에서는 언니를 지키기 위해 열심히 일하더라. 형부를 만난 뒤 언니가 달라진 걸 느낀다. 다시 아이처럼 웃더라”고 전했다. 이렇게 구준엽은 대만에서 ‘국민 형부’, ‘국민 사위’라는 별영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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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했던 시간은 짧았다. 서희원은 2025년 1월 29일 일본으로 가족 여행을 떠났지만 열이 오르고 몸 상태가 심상치 않음을 느껴 호텔 온천에서 온천욕을 하며 몸이 나아지길 바랐지만 악화됐고, 응급실로 이송됐다. 이낙준은 “많은 질환의 첫 증상이 감기와 유사하다. 서희원은 심장에 기저질환이 있어서 고위험군으로 분류하는데, 폐렴으로 진행될 가능성도 높고 진행됐을 때 합병증을 앓게 될 가능성도 높다. 심장에 문제가 있으면 폐에 염증이 생기면 딱딱해지는데 그러면 폐혈관의 압력이 높아진다. 압력으로 인해 심장 부담이 급증해 심부전과 폐부종이 발생할 수 있다. 그러면서 폐렴이 순식간에 악화될 수 있다”며 “해열제를 맞고 열이 내렸다고 했는데 만성 질환자는 열이 내렸다는 건 오히려 위험한 신호다. 발열은 몸이 싸우고 있다는 증거인데 열이 내려갔다는 건 회복이 아닌 몸이 항복했다는 걸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병원에서도 큰 병원에 가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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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원은 큰 병원으로 이송되기보다는 집으로 가길 원했고, 이에 가족들은 비행기 티켓을 끊었지만 2025년 2월 2일 오후 공항으로 가는 길 위에서 서희원의 심장이 멎었다. 인근 병원으로 이송되어 14시간의 집중 치료를 받았지만 서희원은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서희원 사망 후 전 남편이 전세기를 구해 데려가고자 했다는 등의 가짜 뉴스가 퍼지기도 했고, 구준엽은 아내가 편히 쉴 수 있게 가만히 있어줄 것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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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원이 떠난 지 1년이 지난 가운데 구준엽은 여전히 대만에 머물고 있다. ‘셀럽병사의 비밀’ 제작진은 서희원의 묘소가 있는 대만 금보산에서 구준엽을 만났다. 구준엽은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아내를 위한 음식을 준비해 이 곳에서 늦은 아침을 함께 먹고 있었다. 제작진이 “오늘은 비가 와서 안 나오실 줄 알았다”고 하자 구준엽은 “와야죠. 희원이는 저보다 힘들게 여기 누워 있는데”라고 말했다. 왕복 3시간의 거리를 매일 찾아와 아내와 함께하는 구준엽을 보던 교민들은 “함께 찍은 사진을 묘비 앞에 꽂아놓고 있었다”, “그 후에는 서희원을 위해 준비한 식사를 묘비 위에 올려두고 같이 식사를 하더라”, “태블릿으로 두 분의 영상을 재생해서 계속 바라보고 있더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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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시민들은 “구준엽이 힘냈으면 한다”, “정말 많이 야위웠더라”, “지극히 한 사람만 사랑하는 그런 사람 같다”고 안타까워하며 구준엽을 응원했다. 장도연은 “제작진이 구준엽과 이야기를 잠시 나눴는데, 한참 동안 아무 이야기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모든 질문에 돌아오는 답이 눈물이었다. 너무 힘들어 하면서도 하고 싶어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희원이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그녀가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는 말을 전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