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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찜한 일월오봉도, 케데헌 바람에 관심 폭발”

중앙일보

2026.02.03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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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소니언 재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의 이건희 기증품 순회전 폐막일에 관람객들이 전시장을 메우고 있다. 오른쪽에 걸린 게 일월오봉도. [사진 NMAA]
총 7만9111명. 지난 1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재단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NMAA)에서 막 내린 이건희 기증품 특별전 ‘한국의 보물: 모으고, 아끼고, 나누다’의 관람객 숫자다. 이곳 특별전 평균의 두 배가 넘는다. NMAA에서 2018년부터 일하면서 이번 전시를 담당한 황선우(46) 큐레이터는 2일 화상 인터뷰에서 “첫 전시 기획이었는데 뜨거운 반응에 뿌듯하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로 전시 기간이 짧아져 관객들이 폐막을 아쉬워했다”고 전했다.

지난해 11월15일 개막한 전시는 이례적으로 2개 층을 아우르며 삼국시대부터 20세기까지 총 205건 330점을 선보였다. 전시장 입구를 장식한 건 조선시대 책가도 6폭 병풍. 마무리 섹션에선 이 책가도에 그려진 도자기나 연적·책 등의 문구류를 진열함으로써 뿌리 깊은 수집의 전통과 그렇게 보존된 유물의 감흥을 전했다. 한국 미술의 장구한 역사성뿐 아니라 이를 아우른 이건희 컬렉션을 집약하려는 의도다.

“미국 관객도 삼성이나 이건희는 알지만 기증 규모가 2만3000점이라는데 놀라더군요. 기증 문화가 활발한 미국에서도 흔치 않은 규모라면서요. 수집과 나눔의 의미를 공유하려 한 전시 의도가 통한 것 같습니다.”

이건희 기증품 해외 순회전이 추진된 건 2022년 즈음. 시카고박물관의 한국실 담당 지연수 큐레이터의 제안으로 국립중앙박물관·국립현대미술관 등이 뜻을 모았다. 1923년 사업가 찰스 랭 프리어의 아시아 미술품 기증에 힘입어 개관한 NMAA도 적극적으로 나섰다. “NMAA 소장 한국 작품이 주로 도자기라서 한국미술 전반을 훑을 수 있게 전시를 구성했다”고 한다.

특히 주목받은 게 조선 왕실 미술 섹션에 포함한 일월오악도(일월오봉도). 궁궐 어좌(임금이 앉은 의자) 배경에서 빠지지 않는 데다, 같은 섹션에 전시되는 8폭 병풍 기록화 ‘고종 임진진찬도’에도 작게 포함돼 있어 일찌감치 골라놨다. 이후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케데헌)’가 광풍을 일으키면서 황씨의 ‘선구안’이 적중한 셈이 됐다. 박물관은 지난 1월 ‘케데헌’ 싱어롱 상영회를 열고 “여기 나오는 그림을 지금 전시장에서 만날 수 있다”고 홍보하기도 했다.

순회전의 첫 전시를 찾은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과 이재용 삼성 회장은 전시품 가운데 리움미술관 소장인 ‘청자 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국보) 앞에서 오래 머물렀다고 한다. 이병철 삼성 창립주가 생전에 가장 아낀 자기로 알려져 있고, 미국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황씨에 따르면 NMAA에도 이것과 똑같이 생긴 고려청자가 있는데, 프리어 기증품 중 하나라고 한다.

황선우
미국 시카고대 석사 후에 동국대 불교미술 박사 과정을 수료한 황씨는 2018년 NMAA에 인턴십으로 처음 발을 들였다. 펠로우 근무 중에 2024년 한국국제교류재단(KF) 한국전문 기금 큐레이터로 선발됐다.

순회전은 오는 3월 7일부터 7월 5일까지 시카고박물관에서 ‘한국의 국보: 한국미술 2000년’이란 이름으로 이어진다. 9월 10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는 대서양 건너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계속된다.





강혜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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