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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 거리 환자 수술했다, 한국 의사 놀라게한 집도의 정체 [신성식의 레츠 고 9988]

중앙일보

2026.02.03 07:14 2026.02.03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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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협회 연수단 의사가 중국 마이크로포트사의 수술로봇 투마이를 작동하고 있다. 특수 제작된 시험용 더미에 칼을 댔다. 상하이=신성식 기자
# 지난해 12월 30일 인도의 인디아투데이에 '상하이 외과 의사, 5000㎞ 거리의 뭄바이 환자 수술'이라는 기사가 실렸다. 중국 상하이의 비뇨의학과 의사 T.B.유바라자가 수술로봇을 조종해 인도 병원의 전립샘암 환자(64)와 신장병 환자를 수술했다. 인도 당국의 허가를 받았고, 수술은 성공적이었다.

# 지난달 9일 국내 한 의학전문지에 '인간 개입 없는 인공지능(AI) 자율 수술 성공'이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중국에서 세계 최초로 로봇이 사람 도움 없이 돼지 담낭 제거 수술을 했다는 게 골자다.
심천·상해 AI 의료현장 가보니
중국 로봇 800여건 원격수술
사업 도움 없이 돼지 수술 성공
"병원 중심 AI 지원 시둘러야"

다빈치 위협하는 투마이
세계를 놀라게 한 두 사건의 '주인공'은 투마이(Toumai)라는 중국의 수술로봇. 마이크로포트사의 상업용 제품이다. 지난달 28일 오후 대한병원협회 해외탐방연수단(단장 이왕준 대한병원협회 부회장, 국제병원연맹 차기 회장)과 함께 이 회사를 찾았다. 투마이의 외양은 미국의 독보적 수술로봇 다빈치와 비슷하다. 상하이 외과의사가 입체 화면을 보면서 조종간을 움직이면 인도 병원의 투마이 로봇팔이 수술하는 식이다.

마이클 뤼 마이크로포트 마케팅·교육 담당 이사는 "2022년 후 9개국에서 승인받고 800건의 원격수술을 했다"고 설명했다. 연수단의 한국 의사들이 깜짝 놀라며 "정말이냐"고 묻자 뤼는 미국 플로리다 의사-아프리카 앙골라 환자, 상하이-쿠웨이트, 상하이-모로코, 상하이-브라질 등의 사례를 열거했다. 수술 중간에 통신이 끊기거나 버벅거리면 대형사고다. 이왕준 단장이 따지듯 물었다.

"수술 중 멈춘 적이 정말 없느냐."(이왕준)
"없다. 시행 전에 시간 지체가 0.19초 이하인지 검증한다. 이게 안 되면 중단한다."(뤼)
지난달의 상하이-뭄바이 원격 수술은 0.132초였다(인디아투데이 보도).

뤼와 이 회사 연구원은 이어 투마이의 무인수술 영상을 틀었다. 투마이에게 AI를 얹었다고 한다. 이 단장이 "무인수술 로직(원리)이 뭐냐"고 물었다. 연구원은 "내부 정보라 확인해 보겠다"며 에둘러 거부했다. 투마이는 연 350대 생산돼 70%가 미국·유럽 등 40개국에 수출된다. 돼지 무인수술은 지난해 7월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최초로 성공했는데, 여기에 쓰인 로봇은 연구용 시제품이다.
중국 상하이의 의료용 영상장비 기업인 유나이티드이미징(UI)의 전시장에서 직원이 최신 CT 장비를 소개하고 있다. 상하이=신성식 기자
연수단은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홍콩 기업인 코너스톤이라는 수술로봇(센티어) 공장을 방문했다. 조립 라인, 카메라·로봇팔 검사장 등 모든 공정을 공개했다. 연수단의 한 참석자는 "기계공학자가 보면 담아갈 수 있는데, 이렇게 공개하는 건 자신감의 표시"라고 말했다.

신응진 대한외과학회 차기회장(순천향대의료원 특임원장)은 센티어로 돼지(마취 상태) 수술을 체험한 후 "다빈치와 차이를 못 느꼈다"고 말했다. 센티어는 홍콩 병원 두 곳이 쓰고 있다.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인 알렉시스 쳉(38)은 "중국 정부가 규제하는 게 없다. 항상 지원한다"고 말했다. 그는 존스홉킨스대 박사 출신으로 2019년 창업했다. 직원 400여명의 평균 연령은 30대 초반이다.

세계 1위 PET 영상촬영장비
연수단은 지난달 26일 상하이 푸단대 중산병원을 찾았다. 하루 외래환자 1만 5000명이며 CT 3000명, MRI 600명, 양성자 단층(PET) 120명을 찍는다. 검사 이틀 내 휴대폰으로 결과를 전송한다. 대부분의 영상 장비가 중국 유나이티드이미징(UI) 제품이고, 최근 모델엔 AI가 탑재된다.

병원 담당자는 "AI가 환자 위치를 따라가고, 호흡이 가장 안정적인 순간에 촬영한다"고 말했다. CT실에 갔더니 환자가 촬영하고 나오자마자 30초 만에 AI가 판독해 결과가 모니터에 떴다. 연수단의 한 의사는 "의사가 마우스만 클릭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후펭쳉 중산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병원에 숙식하며 UI 기계의 문제점을 찾아내 UI에 보내 개선했다"며 협업을 통해 개발 기간을 단축했다고 한다. 후 교수는 "전에는 다른 회사 기계(GE·지멘스 등)로 인체를 20개 부위로 나눠 20~30분 찍었으나 UI사 PET으로 30초 만에 전신을 촬영한다"고 말했다. 후 교수팀은 70여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 장비는 세계 1위를 달린다. 기자가 "중국 장비라고 좋게 말하는 게 아니냐"고 했더니 후 교수는 "정밀한 데이터가 있다"고 말했다.

중국의 '의료 굴기'를 체험한 연수단 의사들은 한결같이 "우리는 이제 어떡하나"며 걱정했다. 이왕준 단장은 "지금이라도 병원이 중심이 돼 의료에 AI를 접목할 수 있게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 상하이 복단대 중산병원 핵의학과 후펭쳉 교수가 중국 유나이티드이미징(UI)의 PET 장비 개발 과정과 장점 등을 설명하고 있다. 상하이=신성식 기자
지방의료 공백의 대안일 수도
귀국 후 재차 확인에 들어갔다. 원격수술 관련, 형우진 세브란스병원 위장관외과 교수는 "중국 투마이·센티어·엣지메디컬의 수술로봇은 다빈치와 차이 없을 정도"라며 "중국이 원격수술을 많이 했고, 기술에 문제없다"고 말했다. 곽철 서울대병원 비뇨의학과 교수도 "잘 믿기지 않지만 사실이라면 대단하다"고 말했다.

형 교수는 "무인수술은 앞으로 갈 길이다. 완전자동화가 관건인데, 무인택시처럼 어느 순간 갑자기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연수단의 이상규(예방의학) 연세대 융합보건의료대학원장은 "모든 지역에 흉부외과 의사를 둘 수 없으니 원격수술이 한국 지역의료 해결의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국 의료법에는 원격수술이 쉽지 않게 돼 있다.

미국 인튜이티브의 다빈치는 원격수술을 지원하지 않는다. 브라이언 밀러 디지털·AI전략 글로벌 총괄은 "원격 수술이 미래의 협업 도구가 될 것으로 본다"며 "나라별로 시행 가능 여부가 다르다. 우리는 환자 안전을 우선 생각하고 접근성을 확대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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